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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악의 화신 맞서려 검객의 영혼 빌려

등록 2007-05-09 17:39

드라마시티 ‘변신’
드라마시티 ‘변신’
드라마시티 ‘변신’, 공포·SF·코미디 버무린 단막극 실험

KBS 2TV 12일 방영

사람들은 때때로 설명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불가항력적인 ‘악’에 절망한다. 절망은 좌절로, 좌절은 패배감으로 이어달리며 고통을 주지만 고통을 씻어낼 통쾌한 복수극 따위는 현실에 없다. 나의 ‘응징’이 반드시 누군가에게 ‘악’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12일 방송하는 한국방송(2TV) 〈드라마시티〉 ‘변신’(밤 11시15분·사진)은 악과 대면하기 위해 변신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트럭 운전수 철수(최성민)와 결혼을 앞둔 영이(박다안)는 술집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 의사 루이(고영빈)를 만난다. 그는 신혼여행을 가서 동화 속 왕자님 같았던 남편에게 어이없는 죽임을 당한 여자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절망이 세상을 집어삼킬 거라는 아리송한 말을 꺼내놓는다. 우연한 사건으로 루이를 다시 만난 영이는 철수 대신 ‘백마 탄 왕자’인 루이와 결혼한다. 그러나 악의 화신인 루이가 정체를 드러내면서 영이는 위험에 처하고, 이를 알게 된 철수는 정의의 검객 ‘류펜위’의 영혼을 빌려 루이에게 맞선다.

자신이 직접 쓴 대본으로 첫 연출작을 만들어 낸 김영조 피디는 “신혼여행에서 납치된 신부가 서커스단에서 팔다리가 잘린 채 구경거리가 되어 있더라는 실제인지 아닌지도 알 수 없는 이야기를 2년 전에 듣고 대본을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선과 악의 대결구도 속에서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 판단이 쉽지 않은 설정들을 늘어놓는다. ‘나쁜 것’ ‘불행한 것’ ‘나에게 해로운 것’을 모두 악이라고 한다면 선인이었던 영이가 힘들었던 과거를 벗어나려고 철수 대신 조건 좋은 루이를 택하는 것은 악이 아니다.

‘변신’은 공포와 공상과학, 코미디를 넘나들며 복잡한 이야기를 각 장르의 장점으로 버무려 쉽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선인을 교과서 속 평범한 인물인 철수와 영이로, 악의 상징으로 나오는 루이의 친구들을 전문직 종사자거나 무직의 재벌 2세인 토니, 찰스로 부르는 이분법적 캐릭터 작명도 재미를 준다. 그러나 어딘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만화적 상황이나 미숙한 세트와 컴퓨터 그래픽이 눈에 거슬리기도 한다. 김영조 피디는 “70분 드라마에서 선과 악을 모두 다루는 것은 어려워 리얼리티를 벗어나 단막극의 실험성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변신’의 끝은 어디일까. 마지막으로 루이는 철수에게 풀 수 없는 숙제를 낸다. 영이의 몸과 서울시내 곳곳에 설치한 폭탄을 터뜨릴 수 있는 기폭장치를 철수에게 주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철수는 어떤 선택을 해야 옳을까.

오만석이 특별출연하고, 뮤지컬 〈바람의 나라〉에서 무휼을 연기하는 고영빈이 첫 드라마 데뷔작으로 나와 색다른 재미를 준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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