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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퀴즈 프로가 ‘쇼’를 한다

등록 2007-05-21 13:54수정 2007-05-21 16:43

왼쪽부터 SBS 퀴즈 육감대결, MBC 7옥타브, KBS 1대100
왼쪽부터 SBS 퀴즈 육감대결, MBC 7옥타브, KBS 1대100
방송3사 봄개편 맞아 신종 퀴즈 프로 봇물
지식측정 보다 재미·교감에 무게…침체된 예능프로에 구원투수로
매번 달라지는 문제와 출연진 · 비중 큰 외적요소 때문에 ‘진화’
텔레비전은 지금 퀴즈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지상파 방송 3사가 봄 개편을 맞아 침체된 예능프로그램의 구원 투수로 퀴즈 프로그램이란 카드를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은 기존 <우리말 겨루기><퀴즈 대한민국><도전 골든벨><스타 골든벨>에 이어 <1대 100>을 내놓았다. 에스비에스는 <퀴즈 육감대결>을, 문화방송은 <환상의 짝꿍><7옥타브><지피지기>를 새롭게 편성했다. 문화방송의 경우 정규 편성을 하지 않았지만 법률 퀴즈인 <스핑크스의 함정>, 대학생들의 퀴즈 도전기 <도전, 퀴즈 원정대>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띄운 바 있다.

새롭게 편성된 프로그램들은 순식간에 관심을 모았다. 지난 1일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뜬금없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위에 올랐다. <1대 100>의 첫 회가 방영되던 날이었다. 프로그램은 끝 무렵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은?”을 묻는 쉬운 문제를 냈다. 그러나 보기가 만만치 않았다. ‘황해도 평산 출신’ ‘열여섯 살에 프란체스카 여사와 결혼’ ‘퇴임 후 3년 만에 사망’ 중 정답을 찾느라 시청자들은 인터넷에 매달렸다. 정답 발표 없이 방송이 끝나자 궁금증은 더 커졌다.

진화하는 퀴즈, 올드 앤 뉴=신설된 프로그램들은 정통 퀴즈인 <퀴즈 대한민국>과는 다른 물음표를 던졌다. ‘알거나 모르거나’가 아닌 ‘알 듯 모를 듯’한 문제로 허를 찔렀다. 정통 퀴즈 프로그램이 문제의 난이도를 높여가며 켜켜이 쌓인 지식을 자랑하도록 만들었다면, 새롭게 등장한 퀴즈 프로그램들은 세대, 시대, 정서라는 울타리 안에서 공감대 형성을 기반에 둔 문제들을 출제했다. 세대별 대표 주자들이 나와 시대별 이슈와 관련된 문제를 풀고(<7옥타브>), 아이와 어른이 짝꿍이 돼 동요 <우산> 속에 등장하지 않는 우산의 색을 맞춘다(<환상의 짝꿍>). 육십대 이상이 ‘석호필’을, 십대가 ‘찍구’를 몰라서 문제를 틀려도 무식하다고 핀잔을 줄 수도 없다. 퀴즈라는 형식을 빌어 ‘퀴즈왕’을 뽑는 건 형식이고, 정답을 추리하는 과정에서 나누는 교감이 내용이다. <7옥타브>의 임남희 피디는 “세대별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시대이다 보니 가족들이 함께 퀴즈를 풀며 공감대를 형성하는게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를 얼마나 많이 맞추나?’보다 ‘풀어가는 과정’을 강조하면서 심리적인 갈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정답을 알면서도 모르는 척 상대방을 교란시키고(<퀴즈 육감대결>), 팀의 승리를 위해 나를 알고 적을 아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지피지기>), 적의 유혹을 뿌리치고 내 능력껏 도전 단계를 멈출 수 있어야(<1대 100>) 상금을 거머쥘 수 있다.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상금이 커지는 퀴즈의 세계에는 욕심껏 갈 때와 멈출 때를 구별해야 하는 ‘고스톱’이나 인생의 명쾌한 진리가 담겨 있다.

퀴즈 프로그램 왜 인기 있나?=퀴즈 프로그램은 직접 출연하든 집에서 시청하든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고, 교양과 예능 프로그램의 순기능이 합쳐져 만족도가 높다는 게 장점이다. 문제가 주어지면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도 숨 가쁘게 변할 만큼 반응도 순간적이다. <환상의 짝꿍> 유호철 피디는 “퀴즈 프로그램은 지적인 호기심을 채워주며 매번 다른 문제와 사람들이 나오니 식상함이 적다”면서 퀴즈 형식의 인기를 설명했다. <1대 100>의 전진학 피디도 “지금의 퀴즈 프로그램은 30%의 문제와 70%의 문제외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면서 “퀴즈 프로그램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전달하는 내용이 달라지면서 선호하는 진행자도 바뀌었다. 신뢰감을 주던 지적인 아나운서들보다 긴장감을 덜어주며 친근하게 이야기를 끌어내 줄 수 있는 연예인들이 주목받는다. 나라별, 문화별 마찰도 적어 프로그램 포맷 수입과 수출도 쉽다. <1대 100>은 네덜란드에서, <퀴즈 육감대결>은 일본에서 포맷을 사왔지만 우리식으로 바꿔 선보이면서 거부감이 없다. <도전 골든벨>은 <스타 골든벨>로 가지를 치더니 중국과 대만으로 포맷을 수출했다.

한국방송영상진흥원의 윤호진 박사는 “상금이 걸려 있어 사행성 조장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시청자들에겐 참여하고 생각하는 동기를 제공하고, 제작진들에게는 저비용 고효율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형식이라 드라마보다 판매가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을 적극 권장할 만 하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퀴즈쇼 진행자 ‘3인3색’
지적인 아나운서 보다 긴장감 덜며 친근하게 접근하는 연예인 선호

퀴즈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는 ‘포커 페이스’가 중요하다. 말투나 손짓, 눈빛 하나로도 도전자들에게 정답이 유출되거나 힌트를 줄 수 있어서이다. 도전과 성취의 과정을 넘어 퀴즈 프로그램이 열린 토크쇼의 기능을 하다 보니 진행자들에겐 이야기꾼으로서의 몫도 필요하다. 도전자들이 차분하게 문제를 풀 수 있도록 긴장을 풀어주거나 원활한 진행을 돕는 시간 안배 능력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이경규
이경규
■ 연륜 있는 장난꾸러기, 이경규 = 봄 개편에서 에스비에스 <퀴즈 육감대결>과 문화방송 <7옥타브> 두 개의 퀴즈 프로그램 진행을 맡으며 변함없는 인기를 자랑한다. 오랜 방송경력과 다양한 경험으로 카리스마 있는 단독 진행이 가능하다. 전지적 시점에서 출연자들을 가르칠 필요가 있을 때 나이나 경험에서 우러나는 일침을 날릴 수 있다. 때로 짓궂은 질문과 장난을 쳐도 고약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김용만
김용만
■ 지적이거나 웃기거나, 김용만 = 개그맨처럼 웃기다가도 아나운서처럼 매끄러운 진행능력을 선보인다. 혼자 또는 여럿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진행능력을 갖고 있다. 일반인과 연예인이 더불어 도전하는 한국방송 <1대100>에서도 ‘1’과 ‘100’ 사이의 형평성을 잃지 않는다. 푸근한 인상으로 도전자들에게 편안함을 준다는 게 장점이다.

■ 배려 돋보이는 공동 진행자, 김제동 = 한국방송 <스타 골든벨>과 문화방송 <환상의 짝꿍>에서 ‘트리플 엠씨’체제로 진행을 맡고 있다. 단독 진행보다는 거드는 진행을 할 때 더 돋보인다.
김제동
김제동
서서 말만 하는 ‘데스크 진행’보다 출연자들 사이로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무대 진행’에 능수능란하다. 친근한 이미지와 순발력, 재치있는 말주변으로 웃음을 빚어내는 솜씨가 좋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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