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고등어〉
대사·효과음 대신 만화 기법 사용 늘어…재미·상상력 ‘동시효과’
드라마와 만화의 만남이 활발해지고 있다.
자동차에서 배기가스가 나오자 기침하는 여주인공의 얼굴이 담긴 말풍선과 “붕~”이라는 영어 자막이 뜬다.(〈달려라 고등어〉)(사진) 주인공이 설명하는 전문용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옆에 백과사전이 나오거나(〈키드갱〉) 화가 난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 찡그린 얼굴의 이모티콘이 등장하기도 한다.(〈마녀유희〉) 이런 재미있는 화면은 요즘 티브이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대사와 효과음을 만화에서 활용하는 말 풍선이나 재미있는 그림으로 처리한 것이 특징이다.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 정지화면과 화면분할 등 편집 방법도 만화와 닮아 있다.
만화 드라마를 표방한 에스비에스 〈달려라 고등어〉는 만화 기법 효과를 제대로 살리고자 방송 2주일 전에 촬영을 하고 촬영장면과 시지(컴퓨터그래픽)를 덧입히는 작업을 한다. 〈달려라…〉의 김용재 피디는 “주인공 공찬이 공중으로 날아간 스카프를 잡는 장면은 한강에 가서 주인공을 크레인에 매달아 촬영하고, 물에 빠지는 장면은 수영장에서 수중카메라로 찍은 것이다”고 촬영 뒷이야기를 전했다.
문화방송 〈메리대구 공방전〉은 시지를 통한 화면효과가 아닌 캐릭터와 내용 전개에 만화적 표현 방법을 가미해 만화 같은 다른 드라마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고동선 피디는 “인물을 표현할 때 구체적인 상황을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고 인물의 특성만 살린 캐리커처처럼 묘사한다”고 했다. 백수에다 식탐이 많은 주인공들이 500원짜리 컵라면 때문에 다투고 공짜 피자를 먹으려고 애쓰는 장면만 봐도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둘의 대결 구조를 강조한다. 만화적 설정이 많다 보니 배우들의 연기도 그에 맞춰간다. 〈메리대구…〉의 이하나는 “마치 연극을 하는 듯 연기하고 있다. 너무 오버하는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라고 말했다.
박인하 만화평론가(청강문화산업대학 만화창작과)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쇼오락·드라마에서 만화적 상상력, 만화표현 방법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본격화되고 있다”며 “만화다운 특성을 살린 황당한 이야기와 내용 전개 그리고 자막, 말풍선을 넘어 집중선, 정지화면 등도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가 늘고 원작이 만화가 아니더라도 만화 기법이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재미와 상상력이라는 두가지 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달려라…〉의 김 피디는 “캐릭터만 혼자 튀면 어색할 수 있지만 만화기법이 함께 들어가면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그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에서 불가능한 기발한 상상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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