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연
어느 지천에서 피거나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 꽃은 비바람에 흔들리더라도 순수한 품성과 심성이 뒤틀리지 않고 진실하게 피어나기에 아름답다. 사람에게도 아름답다는 것은 용모가 아니라, 세상의 비바람을 맞더라도 그 언행에서 품성과 심성의 순수함이 진실로 드러날때, 비로소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노를 젓다가 때묻은 기사더미에서 아름다운 사실을 하나 건졌다. 다름아닌 '백지연의 라디오전망대'로 방송에 복귀한 백지연 전 앵커의 이야기다. 그 내용은 이렇다. 그녀가 국내 아무개 그룹의 광고출연 제의를 받고 촬영에 나섰지만 "저도 이 상품을 구입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수정을 부탁했단다. 직접 상품을 산 적이 없는데 샀다고 말 할 수가 없다는 이유란다.
이에 촬영을 중단한 체, 광고 담당자는 그 문구와 비슷한 멘트를 넣는 방안과 CF 촬영 후 그 상품을 구입해줄 수 있느냐는 방안을 제시했단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그 상품을 샀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데 샀다고 말하는 건 나 스스로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데다 시사 프로그램의 진행자로서 신뢰성에 문제가 된다"고 했단다. 그리고 "CF를 찍기 전에 구입한 것과 CF를 찍고 구입하는 건 엄연히 다르고, 소비자분들에게도 혼동을 줄 수 있다"고 다시 문구 수정을 요청했단다.
그러나 끝내 이들 사이의 의견은 접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그녀는 거액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새벽의 방송을 위해 방송국으로 돌아와 평소처럼 다시 라디오 방송을 진행했단다. 광고 담당자가 '편법'을 제시했지만 그녀는 이마저 거절한 것이다. 비록 작은 진실이지만 돈과 바꾸지 않았다. 공인으로서 진실을 말해야 하는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서 보이지 않는 작은 진실을 지킨 사명감이 참으로 빛난다.
자칭 공인이라 하는 사람들의 행태가 눈에 거슬리는 경우가 너무 많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정치인, 한 재벌회장의 어긋난 복수심뒤의 행동, 연예인의 잇다른 사채광고 출연, 거짓으로 퇴출된 한 개그우먼이 방송 복귀를 앞두고 '다이아반지 파문'을 일으켜 복귀가 좌절된 일이 그렇다. 이들은 작은 진실을 보이지 않는다 해서 너무 가볍게 여기지 않았나 싶다.
요즘처럼 혼탁한 세상에서 작은 진실이지만 지키고 나누어 가지려 노력하는 아름다운 사람이 어찌 그녀 혼자 뿐이랴만, '공인이 지켜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실천한 그녀가 더욱 미덥다. 그녀는 저서에서 자신의 외모를 '차갑다' 했다. 그러나 세상과 사람이 "진실전달자 백지연은 아름답다" 해도 아깝지 않겠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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