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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블로그] 오지호씨의 드라마 복귀-그가 여자였다면?

등록 2007-05-23 13:48

개인적으로 남의 연애사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하지만 신기한 것은, 오지호씨가 5달(!)만에 드라마로 복귀를 한다는데, 예상한 것과 달리 '그에게는 잘못이 없다' 며 옹호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는 사실이다.

물론 그에게 유감은 없다. 누군가의 자살이 한 사람의 책임일 수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 참 의아하게 느껴졌던 것은, 여자 연예인들의 절망어린 자살에조차 험한 글들을 달던 대중들이, (심지어 자살한 연예인들의 친구였던 소유진씨에게조차 악플을 달던 모진 사람들이) 연애사까지, 그리고 옛 여자친구가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나온 판국에 그를 의외로 쉽게 용서하는 대중들의 모습에서였다.

자살한 여자 연예인들과 그 친구들에게까지 트집을 잡는 이들이, 지금 오지호씨에게는 오히려 빨리 복귀를 하라는 옹호의 글들을 쓰고 있는 것이다.

만약, 아주 만약에라도 '그가 여자였다면 이렇게 용서가 쉬울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오지호씨가 여자 연예인이였고, 만약 그 여자 연예인의 옛 남자친구가 호스트바에 다니는 사람이었고, 그녀가 그를 공개하길 꺼려해 상처도 많이 받았었다면? 그래도 이렇게 쉽게 용서가 되었었을 거란 생각은 들지를 않았다. 아니, '호스트바 남자친구라니, 평소 행실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반대중들은 '여자를 잡고' '남자에겐 후한' 심리를 가지고 있다는 게 너무나 여실히 보여지고 있어서 나에겐 좀 당황스러웠던 것 같다.

"우리는 왜 여자에게는 가혹하고 남자에겐 관대한걸까?"

'그에게는 잘못이 없었다.'라면 당신은 시나리오를 조금 바꿔 그가 '여자' 였더라도 과연 이런 옹호의 말을 했을까? 무의식적인 이런 것들이 우리가 암묵적으로 여자에 대해서 잔인한, 그리고 남자에 대해서 관대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다.


실제로 자신의 잘못이 아니어도 '여자' 연예인들은 용서받는 데에 남자 연예인들의 폭행이나 마약 등보다 훨씬! 오랜 기간을 시달리고 더러운 이미지로 보여져야 하며, 남자는 상대적으로 훨씬 용서가 쉽다. 개인적으로 오지호씨에겐 아무 유감이 없지만 '당신이 여자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평등이라 말해도 이렇게. 남자. 여자. 차이로 인해 쉽게 용서받고 아니고는 천지차이가 되고 만다. '그가 아니라 '그녀' 였다면'. 심지어 '호스티스와의 연애?'라는 말 대신 '호스트바의 남자'를 어떤 여자연애인이 사귀었었다는 사실 자체로 비난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은연중에 많은 것들이 '그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서' 자연스럽게 묻혀지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말 나쁜 여자로 욕을 호되게 먹었을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드는건 나의 착각일까? 왠지 아닌 것만 같다.

남자 연예인의 '범죄'도 오히려 쉽게 넘어가는 데 비해, 여자 연예인은 훨씬 오래 걸리며, 오지호씨의 경우 그가 여자였다면, 왠지 상상을 초월한 '나쁜여자'의 낙인이 찍혔을 것만 같은데.

실제로 우리는 여자연예인에게는 관음증적인 관심을 가지고 허물을 '찾으려' 든다. 심지어 죽고 나서까지 '그 사람은 원래 노는 애였어' 라는 등등. 그러나 남자 연예인에게는 이런 연애사와 관련된(!) 만약 그녀가 여자였더라면 낙인이 찍혔을것만 같은 일에도 5개월만에 (!) 복귀에 대해 사람들이 옹호를 하는 것을 보니 (그것도 '사생활' 이라 보호해주며.)

여자 연예인들의 사생활에는 트집을 잡고 잡으면서 남자 연예인에게는 이렇게 상대적으로 퍽이나 후한 우리의 여자에게 박한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만약 오지호가 여자였다면?' 이라는 상상은 참. 개인적으로 묘한 느낌을 준다.

'오지호가 여자였더라도 우리는 이렇게 관대했을까?' 그에게 잔인하기를 바라는 말이 아니라, 여자에게 잔인한. 여자 연예인들에겐 몇 배로 잔인한 우리 자신을 바라봤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혹시.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자기 자신이 여자일지라도 여자를 훨씬 '낮게' '박하게' 보고 있진 않을까.

여자에 대한 잣대와 남자에 대한 잣대. 참많이 다름은 느꼈다. 남녀 모두 '인간' 으로 '같은 사생활 보호' 로 존중받기를.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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