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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드라마 ‘판’ 키우다 쪽박찰라

등록 2007-05-27 18:18

지금은 방송중
요즘 드라마의 화두는 ‘대작 드라마 제작’이다. 〈주몽〉의 성공에 자극받은 듯 대박을 터뜨릴 만한 킬러 콘텐츠를 갈망하는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히트〉 〈에어시티〉 〈태왕사신기〉 〈엔젤〉 〈카인과 아벨〉 등 회당 제작비 3억~4억원을 넘는 대작 드라마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보통 미니시리즈 회당 제작비가 1억2천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파격적이고 문제적이다. 스타 파워를 내세워 선투자 금융기법으로 대규모의 제작비를 조달하고, 방영에 앞서 대규모 홍보행사로 바람몰이를 하는 양상은 이른바 규모의 경제에 기초하는 할리우드 제작·판매 방식을 떠올릴 정도로 가히 선진적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기대에 비해 성적표가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보통 드라마에 비해서 대형 드라마가 월등히 높은 시청자의 호응을 받는 것도 아닌데다 스타 이미지에만 기대고, 화면은 화려해졌으나 스토리가 함량미달이라 들인 돈을 무색하게 한 작품도 많았다. 물량 부담과 과욕 탓인지 방영시기를 계속 연기한다거나 아니면 캐스팅만 있을 뿐 제작이 물건너갔다는 뒷소문만 무성한 채 작품의 실체를 볼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더구나 얼마 전에는 유명 스타의 앨범과 뮤직비디오 홍보를 위해 37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2부작 드라마가 만들어져 공중파 방송사에서 방영되는 일까지 있었다. 스타 이효리와 현대자동차를 주연으로 삼아 홍보와 제작비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이 뮤직드라마는 노골적인 상품 노출 문제로 해당 방송사가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자에 사과 및 해당 방송프로그램 중지”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규모만을 앞세운 드라마는 결국 파행적 제작을 무릅쓸 수밖에 없다는 사례가 되지 않을까.

지금까지 드라마 제작업계의 분위기는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명목으로 대작 드라마 제작을 부추겨왔다. 그러나 규모와 수익 늘리기에 집착하다가 잔뜩 기대만 높여 놓고 일거에 시장을 무너뜨리는 거품 형국에 이르지 않을까 걱정이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타급 연기자의 출연료만 보아도 급격한 거품이라는 우려를 지울 수가 없다. 2000년 연기자들이 받는 회당 최고 출연료는 200만~300만원 수준이었지만 2006년에는 5000만원, 올해는 1억원의 출연료를 받는 연기자가 있다는 소문이다. 이처럼 부풀려진 드라마 제작비 때문에 앞으로 드라마 판은 투기자본과 시장의 교란으로 몸살을 앓을 것이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자칫 대박 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콘텐츠 산업 전체의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타와 규모에만 의존하고 새로운 드라마의 기획과 투자에는 인색하다면 제작비가 상승해도 드라마의 완성도와 제작환경은 개선되지 않는다. 드라마의 실패가 예견됐음에도 또다시 스타에 의존해 시청률을 올리려 하는 악순환 구조가 거듭되고 있다. 이러다가 시청자들이 드라마 자체를 외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나만의 지나친 걱정이었으면, 기우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성효/한국방송 드라마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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