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교통사고 왜 잦나
“하루에 1000㎞도 달린다”
‘떨기춤’으로 유명한 인기 가수 서인영(23)씨가 타고 가던 스타크래프트 승합차가 지난 27일 새벽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 앞서 가던 25t 화물차를 들이받았다. 전북 전주 ㄹ백화점 행사에 참석하러 가던 서씨는 가벼운 타박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달 19일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타고 가던 차량이 뒤집어지면서 이특(본명 박정수), 규현(조규현) 등 4명이 다쳐 숱한 소녀팬을 울렸다. 지난 1월에는 SBS 개그맨 ‘미녀삼총사’가 행사를 위해 강원도 용평으로 가던 중 사고가 나 멤버 김형은씨가 숨졌다.
단일직업군으로 봤을 때 연예인들은 교통사고가 잦은 편이다. 살인적 스케줄이 거론되지만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일정이 바쁜 연예인은 많지 않다.
일차적 원인은 이동거리와 ‘야간행군’에 있다. 인기그룹 ㄷ의 매니저 ㅈ씨는 “보통 하루에 200㎞ 이상을 달리지만, 목포에서 저녁 방송 끝나고 바로 강원도로 갈 때는 1000㎞도 달린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연예인 차량은 1년에 짧게는 6만㎞를 달린다. 트로트 가수처럼 지방행사나 밤무대가 많은 경우에는 10만㎞까지 나온다고 한다(일반 승용차 연평균 이동거리는 1만8천~2만㎞). 운전을 겸하는 로드매니저는 대부분 두 명. 돌아가면서 운전을 하지만 인력이 없는 기획사는 혼자 하기도 한다. 운전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방송에 집중하는 연예인들은 하루 일정을 오후 늦게 시작해 밤 늦게 끝내는 ‘올빼미’들이다. ‘슈퍼주니어’도 라디오 심야프로그램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다 사고가 났다. 대부분 가수들은 지방공연이 밤 늦게 끝나도 안무팀 등 스태프들의 숙식비용 부담이 커 서울로 곧바로 올라온다고 한다.
바쁜 스케줄도 한 이유다. ㅈ씨는 “스케줄에 맞추려다 보니 무리하게 속력을 내거나 졸음운전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미용실을 주로 이용하는 연예인들은 차가 자주 막혀 방송국까지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많다고 한다. 음반시장 불황도 한몫 한다. 인기가수 ㅇ씨의 매니저 ㅂ씨는 “앨범이 안 팔리니 노래 홍보차 지방행사나 방송 일정을 빡빡하게 잡는 기획사가 많다”고 밝혔다. 슈퍼주니어 매니저 송기범씨는 “방송국에서 방송국으로 옮겨다니기 때문에 장거리 이동은 많지 않다”면서도 “얼굴을 많이 비추기 위해 스케줄이 빡빡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ㅂ씨는 “서울 사무실에서 대구 공연장까지 1시간 30분 만에 갔다고 자랑하는 로드매니저도 있었다”고 했다. 믿거나 말거나. 김남일 노현웅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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