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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돌 맞을 불륜’ 시청자 사로잡다

등록 2007-05-29 11:26

‘내 남자의 여자’
‘내 남자의 여자’
김수현 작가, 정통 멜로ㆍ뻔한 불륜 새롭게 포장
설득력 있는 대사ㆍ매혹적 연기의 시너지 효과

'돌 맞을 불륜'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방송 6회 만에 시청률 20% 선을 넘어서더니 17회가 방송된 28일에는 30% 벽도 뛰어넘었다.

SBS 24부작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극본 김수현, 연출 정을영)가 중장년층을 강력하게 흡입하며 '단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가벼운 감각으로 승부하는 여느 미니시리즈 드라마와 달리 오로지 묵직한 내용으로 승부하는 이 드라마의 이 같은 인기는 속이 꽉 찬 나무처럼 단단하게 느껴진다. 시청자들의 높은 충성도가 잡히는 듯.

그 동안 TV 드라마에서 마르고 닳도록 다룬 불륜을 소재로,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정통 멜로 드라마로 승부하고 있는 '내 남자의 여자'의 인기 비결을 살펴봤다.

◇ 뻔하지 않은 불륜

아들 하나를 두고 행복하게 살던 준표(김상중 분)와 지수(배종옥) 부부는 지수 친구 화영(김희애)의 등장으로 파경을 맞는다. 드라마는 이들의 파경을 1회에 바로 알리고 4회 만에 주변 사람들이 다 알게 만들었다. 기존 불륜 드라마들이 불륜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나 불륜이 들통나는 과정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 구태의연한 불륜이라 하기엔 아주 빠르다.

또한 사건과 상황보다는 불륜에 관계된 모든 사람들의 심리 묘사로 꾸며진다. 김수현 작가 특유의 현실감 넘치는 풍성한 대사가 이를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인물, 사건에 기대지 않고도 시간에 따라 차츰 변화하는 세 주인공의 심리가 빈틈없는 트라이앵글을 이루며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흔히 말하는 '예술영화'가 심리묘사에 치중해 지루함을 주는 데 비해 이 드라마는 심리만으로 강약을 조절한다.


"비틀거리면 잡아줘야 하고 엎어지면 일으켜줘야 하는 게 부부야"라는 대사가 뻔하면서도 안타깝게 들리는 것 역시 이러한 드라마의 구조가 튼실하게 받쳐주기 때문이다.

◇ 정적이지 않은 멜로

멜로는 정적이다. 그래서 처지기 마련이다. 꽃미남 미녀가 등장해도 자칫 지루해지기 쉽다. 그런데 40대 중견 연기자들이 결코 빠르지 않은 40대의 감성으로 어필하는 데도 이 드라마는 정적이지 않다. 동작은 없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심리가 액티브하다.

눈이 멀어 앞뒤 분간을 못하던 준표가 28일 방송에서 지수에게 "신세 많이 졌고 오랜 세월 고마웠다.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준 것 정말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모습 역시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이 드라마에 적시에 리듬을 불어넣었다.

또한 불륜에 연대해 대처하는 한국 여성들의 모습을 지수 언니 은수(하유미)가 시원하게 대변하며 종종 쾌감을 준다. 초반에는 화영을 업어치더니 이후에는 마트에서 마주친 화영의 머리채를 낚아채고 남편 달삼(김병세)에게도 거침없이 나간다. '바람꾼'인 달삼 역시 코믹하면서도 살가운 이미지로 드라마에 숨쉴 공간을 마련해준다.

등장인물의 수가 적음에도 이 드라마가 단편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것은 지수-준표-화영 세 주인공과 함께 은수-달삼, 화영의 친정 엄마와 동생 등에게 고루 발언권이 있기 때문이다.

◇ 흠잡을 데 없는 연기력

28일 방송 후 시청자 김영수 씨는 "김상중 씨 연기 보고 울 뻔했다"는 글을 시청자 게시판에 올렸다.

김상중은 이날 방송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어머니 앞에서 "그게 그렇게 죽을 죄예요? 어쩌다 그렇게 됐어요. 그럴 수도 있더라구요. 완벽하지 못해 죄송해요"라며 처연하게 울먹였다.

아내의 친구와 바람이 난 남자에게 돌팔매가 쏟아지는 게 정상인데 시청자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은 것.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은 '나쁜 여자' 김희애의 연기에 대해서도 '매혹적인 연기'라며 극찬을 하고 있다.

드라마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선악을 가르며 가는 것이 아니라 불륜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고루 설득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는 증거.

시청자들은 "여자로 20년은 낭비였지만 엄마로 13년은 행복했다"며 '나쁜 남편'에게도 '인사'를 하는 배종옥과 함께 시종 마음 아파하면서도 다른 인물에게도 곁을 내주고 있다. "아이고 혈압이야"를 외치며 이 드라마를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어떻게 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등장인물들을 따라가고 있는 것.

매회 살갗을 콕콕 꼬집는 듯한 김수현 작가의 설득력 있는 대사는 이들의 연기력과 만나 '내 남자의 여자'를 특별하게 만들고 있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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