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3일〉
한국방송 1TV ‘다큐멘터리 3일’…짜깁기·연출 배제 새로운 실험
한국방송 1텔레비전 〈다큐멘터리 3일〉은 기록에 역점을 둔 프로그램이다. 4·25 보궐선거 마당에서 무안장터의 인심을 기록한 첫 회에 이어 한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4명의 출산기를 그린 4회 방송까지 프로그램은 한 공간에서 사흘 동안 일어나는 사건과 여러 갈래 시선들을 그대로 기록하는 일에 마음을 쏟았다.
다큐멘터리 피디들은 ‘현장과 기록’을 본령으로 삼는 다큐멘터리가 정규방송으로 편입되면서 촬영보다는 ‘편집과 기획’에 주력하는 장르가 됐다고들 말한다. 그런데 〈…3일〉 팀의 최세경 피디는 부산 사직구장의 3일 밤낮(사진·7일 방송)을 60시간 분량 테이프로, ‘바다 위의 병원 : 전남 512호’(가제·14일 방송) 편을 준비하는 김정수 피디는 낙도 진료선을 찍은 50시간 촬영물을 들고 편집실로 돌아왔다.
방송에서 특정 지역을 3일 동안 진득하게 찍어 낸다는 형식으로는 이미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다큐멘터리 〈72시간〉이 있다. 차이점은 시선의 다양성이다. 전남 무안 보궐선거에서는 장터 사람들을 잡아내려고 5대의 비디오 카메라에 미속카메라, 무인 크레인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언론의 시선이 집중됐던 김홍업·이재현 후보의 선거 캠프는 제쳐두고 웅성거리는 장터의 잡담 속에서 민심의 실체를 들여다보려고 했다. 7일 방송될 부산 사직구장 이야기에서도 선수석보다는 관중석이나 경기장 둘레를 찍으면서 야구장을 오가는 10만명의 인생을 담아 내려 했다고 한다.
제작진은 “현장을 연출하려 하지 말 것, 시간 순서대로만 편집할 것, 72시간 촬영을 준수할 것”이라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최세경 피디는 그 덕분에 아침나절 비어 있는 경기장에서도 카메라를 돌려야 했다. 이런 제작 원칙을 고집해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김정수 피디는 “현장을 내 구미에 맞게 짜깁기하겠다는 욕심을 버리니까 비로소 진짜 현장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했다. 김재연 총괄프로듀서는 “요즘은 한 인물에게 밀착해 극적인 것을 보여 주는 휴먼 다큐멘터리가 득세한 상황이지만 인간 군상을 포착하는 현장기록 다큐멘터리가 더 객관에 가깝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가 결정될 7월5일에는 피디 5명이 참여해 과테말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모습과 평창 사람들의 표정을 동시에 잡는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시청자들이 얻은 것은 무엇인지 아직 분명하지는 않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메시지가 분명하지 않은 리얼 다큐멘터리를 낯설어하는 평이 나오는 등 아직 〈…3일〉 다큐는 정착 중이다. 또한 휴먼 다큐멘터리 성격에 가까운 출산기 같은 소재가 가장 높은 호응을 얻었다는 현실도 “다큐 연성화를 극복하겠다”던 〈…3일〉의 과제가 될 것이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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