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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하리수 “트렌스젠더도 좋은 엄마 될 수 있다”

등록 2007-06-12 17:41

"입양 뜻 변함없고 신청 절차는 천천히 밟을 터"

"지금은 스케줄이 많아 입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에요. 부모로서 사랑을 주고 도리를 다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때 아이를 입양할 겁니다."

트렌스젠더 연예인으로 5월19일 연하 래퍼 미키 정과 결혼한 하리수(32)가 입양 계획과 트렌스젠더의 입양 논란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하리수는 2001년 신동엽이 진행한 한 지상파TV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결혼 발표와 함께 딸, 아들, 딸, 아들 등 네 자녀를 순서대로 입양하고 싶다는 뜻을 공개했고 5월11일 입양의 날 행사에 참석해 홀트아동복지회 관계자와 이 같은 계획을 논의했다.

신혼의 달콤한 생활에 행복하다는 하리수는 "트렌스젠더의 입양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건 이미 확인했다"며 입양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실 올해 태어난 아이를 입양하고 싶었으나 촬영 중인 드라마(OCN '폴리스 스토리') 일정이 지연됐고, 음반 준비도 해야 해 아직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은 엄마가 되줄 여건이 못 된다"면서 "집안이 안정된 뒤 천천히 입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두 달, 석 달 후가 될지 입양 신청 시기도 아직 못 잡았다"며 "물건을 뚝딱 사는 것처럼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아니다. 입양을 신청한 뒤 대기 과정도 있고 절차도 길다"고 덧붙였다.

하리수는 결혼 발표 당시 임신을 못하니 입양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후부터 일부 네티즌의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쥐락펴락하는 것처럼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며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 같은 생각을 4월27일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입양에 대해'란 제목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제게 누가 입양을 하라 해서 하고, 말라 해서 안 하는 게 아니에요. 결혼한 성인으로서, 한 집안의 며느리로서 제 인생이 걸린 문제입니다. 제가 해야 할 상황이면 하고 아니면 안할 겁니다. 누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호적을 바꾸고 결혼해서 산다는 건 법적으로 완벽하게 여자로 인정받은 겁니다. 요즘은 부모의 입장이 아닌, 아이 중심으로 입양이 이뤄지는 공개 입양 형태지요. 아이가 엄마의 과거 상처를 알지라도 자신을 사랑해주고 행복하게 키워주는 엄마란 걸 안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리수는 "아이가 트렌스젠더를 엄마로 두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겠지만 일반 가정에 입양이 됐더라도 아이는 입양 자체를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가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해 트렌스젠더 입양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면 이런 문제는 어떻게 설명할 건가요. '난 부잣집에서 태어나고 싶었는데, 난 원래 여자로 태어났어야 하는데' 등 모든 걸 원망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럼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어요."

하리수는 최근 홀트아동복지회를 방문해 입양된 가정의 아이들과 만났을 때의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 아이들이 제게 와서 '언니 정말 예뻐요'라며 초콜릿도 주고, '사랑해요'라며 뽀뽀도 해줬어요. 신랑과 '우리도 빨리 저런 예쁜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워야 하는데'라고 얘기했지요. 주위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보낼수록 더 행복한 가정을 꾸려 아이를 밝게 키우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또 하리수는 자신의 집안에서도 입양아인 막내동생이 밝게 잘 자랐다고 말했다.

"제가 고등학교 졸업 후 미용학원에 다닐 때예요. 당시에도 트렌스젠더의 길을 가고 있었죠. 함께 미용학원에 다니던 여동생이 있었는데 가정 환경이 어려워 여관을 운영하던 우리 집에 머물렀어요. 그때 이후 우리 집에 살다가 엄마가 딱한 사정을 알고 호적까지 바꾸며 딸로 받아들였죠."

하리수는 "악플(악성 댓글) 단 사람에겐 전화를 걸기도 한다"며 "대부분 '장난으로 했다고, 잘못된 건지 몰랐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어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남들에겐 정신적으로 큰 고통을 준다"면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땐 내 가정을 위해 법적인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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