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공개수배〉
‘특명 공개수배’ 등 다시 선봬…유명 가수·배우 출연 ‘그 시절’ 재현 프로도
예능교양 프로그램에 ‘노스탤지어’ 바람이 불고 있다. 과거에 대한 추억이나 향수를 뜻하는 노스탤지어는 올해 들어 영화 〈로보트 태권 브이〉가 다시 복원돼 상영되고 80년대 인기 프로그램 〈젊음의 행진〉이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등 문화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 중장년 시청층이 높아진 방송에서도 좋은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추억의 스타나 프로그램을 곱씹는 경우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해피선데이〉 ‘불후의 명곡’(일 오후 5시30분)은 매회 남진, 김수희, 소방차 등 70~90년대 인기 가수들을 출연시켜 눈길을 끌고 있다. 탁재훈 신정환이 선배 가수들에게 노래를 배워보는 형식으로 히트곡을 따라 불러보고, 그 시절 활동 모습을 영상자료로 공개한다. 브라운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스타를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과 십수년 전 화면을 다시 보며 시절을 추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이훈희 피디는 “젊은 층은 부모님 세대의 방송문화를 알게 되고, 30대 이상은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구세대를 잇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비에스가 17일부터 내보내는 〈일요일이 좋다※옛날 TV〉(일 오후 5시30분)도 세대별 추억의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하며 교감을 형성한다. ‘불후의 명곡’에서 예전 가수들을 만날 수 있다면, 〈…옛날TV〉는 예전 배우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1991년 〈몰래카메라〉가 2005년 〈돌아온 몰래카메라〉로 부활한 것처럼 다시 돌아와 추억을 들춰내는 프로그램도 늘었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은 90년대 방영됐던 〈공개수배 사건 25시〉를 〈특명 공개수배〉(사진·목 밤 8시50분)로 이름을 바꿔 선보이고 있다. 〈개그콘서트〉 ‘춤추는 대수사선’에서 시그널 음악이 사용되는 등 범죄수사 프로그램으로는 이례적으로 높은 관심을 샀던 〈특명 공개수배〉는 방송 4회 만에 범인을 검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2001년 방송됐던 〈스포츠 오딧세이〉는 〈해피선데이〉 ‘준비됐어요’로 재현됐다.
예능교양 프로그램에 추억의 스타나 프로그램이 소재로 등장하는 데는 시청층의 노령화와 연관이 있다. 뉴미디어 등의 활성화로 젊은 층이 브라운관을 떠나고 있고, 〈주몽〉 〈대조영〉 등 사극의 영향으로 드라마에서 중장년 시청자가 늘면서 예능교양 쪽에서도 이들이 정 붙일 만한 프로그램을 찾는 움직임이 일기 때문이다. 이미 시청률에서 검증된 프로그램을 가져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한국방송 교양정보팀 정재학 부장은 “〈특명 공개수배〉는 80년대와 90년대 두 차례나 인기리에 방영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시청률에 위험부담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좋았던 기억을 끄집어내고 추억에 기대는 만큼 프로그램이 단순히 흥미 위주로 흘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훈희 피디는 “기억이 훼손되지 않도록 추억의 프로그램을 재구성하고, 그 소재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두고 만들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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