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에 대한 김수현 작가의 해법은 무엇일까
불륜의 피해자와 가해자, 그것을 지켜보는 주변 사람들의 심리를 그리며 인기를 끌고 있는 SBS 24부작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가 '돌 맞아 죽을' 화영(김희애 분)에게도 '퇴로'를 열어주는 등 등장인물 모두를 쓰다듬으며 종방을 향해 가고 있다. 19일 종영을 앞둔 이 드라마는 단순한 '결말'이 아니라 불륜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2일 방송된 '내 남자의 여자'는 전국 가구 시청률 35.8%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수도권과 서울에서는 이보다 높은 38.5%, 39.7%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불륜으로 인한 모든 것이 드러나고 파괴된 상황에서도 '내 남자의 여자'가 이처럼 계속해서 인기를 끄는 비결은 노(老) 작가 김수현의 인생에 대한 성찰이 녹아 있기 때문.
더 이상의 이야기가 없을 것 같지만 새로운 상황과 변수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그 안에서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는 또다시 롤러코스터를 타며 극의 긴장감을 유지한다. 드라마 시작에 앞서 "예수 가라사대 '누가 이 여인에게 돌을 던지랴'라고 하지 않았던가"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며 평범한 불륜 드라마가 되지 않을 것이라 밝혔던 김 작가다.
드라마는 11~12일 방송에서 둘도 없는 친구 지수(배종옥)의 남편 준표(김상중)를 빼앗은 화영이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고통에 빠지는 모습에 비중이 맞춰졌다.
친구 남편과 불륜에 빠진 것도 모자라 그와의 사이에서 아이 갖기를 원해 애를 썼던 화영은 준표가 자신도 모르게 정관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 빠진다. 거침없었던 자신의 선택 이후 처음으로 맛보는 좌절이자 배신감이었던 것.
김 작가는 더 늙기 전에 사랑하는 남자의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화영의 '여자'로서의 욕망을 배려하면서 또 한 축에서는 지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게 이복형제를 만들어주고 싶지 않아하는 준표의 선택을 존중했다. 아이를 가짐으로써 준표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했던 화영은 이로 인해 그동안 애써 꼿꼿이 유지했던 자존심이 한순간에 부서지는 고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런데 노회한 김 작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화영이 참으로 뻔뻔하게도 지수를 찾아가 이 같은 고통을 털어놓게 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찾아온 화영을 냉담하게 대했던 지수는 화영의 고백을 들은 후 "너 힘들겠다. 결국 저 좋은 대로 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겠다는 사람이구나"라며 준표를 함께 탓한다. 이 순간만큼은 같은 여자이자 한때 절친한 친구로서 화영을 이해하는 것.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인 것 같지만 둘의 만남과 대화가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이 불륜 드라마를 이끌어온 김 작가의 솜씨다. 지수는 또한 준표에게도 "먹을 수 있는 욕 다 먹고 당할 수 있는 일 다 당하고 시작한 새 출발인데 절망이라는 단어밖에 뭐 있겠냐"며 화영을 위로해주라고 당부한다. 준표의 선택이 고마우면서도 화영의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화영의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평생 잘난 딸자식 덕을 보려는 친정어머니(김영애)의 막무가내식 행동이 그를 옥죈다. 화영의 어머니는 준표 부모를 찾아가 정신적 위자료 30억 원을 주지 않으면 망신당하게 해주겠다며 협박을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화영은 "한번이라도 날 가만 내버려두면 안되느냐"며 절규한다. 이 과정에서 화영이 진정 사랑 하나에 몸을 던졌다는 사실이 안쓰럽게 그려진다. 제한된 등장인물을 놓고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촘촘하게 엮어가는 '내 남자의 여자'는 불륜으로 인해 한 가정이 파괴되고 서서히 치유돼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중반부터 3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속에서 그것이 인생이라는 메시지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다. 남은 2회에 대해 고흥식 SBS 책임프로듀서는 "주인공 중 누가 죽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런 식의 결말은 하수의 작가나 쓰는 구식 이야기"라며 "김수현 작가는 2007년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불륜이 가정과 사회적으로 얼마나 첨예한 문제인데 죽음을 통해 무책임하게 결말을 내리지는 않는다"면서 "김 작가는 단순한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불륜에 대해 뭔가 '결론'을 내리며 드라마를 마무리지었다. 방송을 보면 그 해법에 수긍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그런데 노회한 김 작가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화영이 참으로 뻔뻔하게도 지수를 찾아가 이 같은 고통을 털어놓게 했다. 처음에는 자신을 찾아온 화영을 냉담하게 대했던 지수는 화영의 고백을 들은 후 "너 힘들겠다. 결국 저 좋은 대로 저 하고 싶은 대로만 하겠다는 사람이구나"라며 준표를 함께 탓한다. 이 순간만큼은 같은 여자이자 한때 절친한 친구로서 화영을 이해하는 것.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안 가는 상황인 것 같지만 둘의 만남과 대화가 억지스럽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이 불륜 드라마를 이끌어온 김 작가의 솜씨다. 지수는 또한 준표에게도 "먹을 수 있는 욕 다 먹고 당할 수 있는 일 다 당하고 시작한 새 출발인데 절망이라는 단어밖에 뭐 있겠냐"며 화영을 위로해주라고 당부한다. 준표의 선택이 고마우면서도 화영의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화영의 고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평생 잘난 딸자식 덕을 보려는 친정어머니(김영애)의 막무가내식 행동이 그를 옥죈다. 화영의 어머니는 준표 부모를 찾아가 정신적 위자료 30억 원을 주지 않으면 망신당하게 해주겠다며 협박을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화영은 "한번이라도 날 가만 내버려두면 안되느냐"며 절규한다. 이 과정에서 화영이 진정 사랑 하나에 몸을 던졌다는 사실이 안쓰럽게 그려진다. 제한된 등장인물을 놓고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촘촘하게 엮어가는 '내 남자의 여자'는 불륜으로 인해 한 가정이 파괴되고 서서히 치유돼가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며 중반부터 3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주인공들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속에서 그것이 인생이라는 메시지가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자리하고 있다. 남은 2회에 대해 고흥식 SBS 책임프로듀서는 "주인공 중 누가 죽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그런 식의 결말은 하수의 작가나 쓰는 구식 이야기"라며 "김수현 작가는 2007년에 맞는 해결책을 제시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불륜이 가정과 사회적으로 얼마나 첨예한 문제인데 죽음을 통해 무책임하게 결말을 내리지는 않는다"면서 "김 작가는 단순한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불륜에 대해 뭔가 '결론'을 내리며 드라마를 마무리지었다. 방송을 보면 그 해법에 수긍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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