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스아이 데이 3〉
한 드라마 종일방영 시청률 높아…문자투표로 방영작 선정 ‘오픈 데이’까지 등장
‘미드(미국 드라마)’ 바람이 잦아들 줄 모른다. 여기에는 케이블티브이에서 하루종일 그 드라마를 방송하는 이른바 ‘~ 데이’ 편성 전략이 일등공신 구실을 했다. 하나의 흐름이 돼버린 데이 편성은 이제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데이’ 편성은 〈시에스아이 데이〉가 시조 격이다. 오시엔은 지난해 6월 〈시에스아이 데이 1〉과 지난해 추석연휴 때 〈시에스아이 데이 2〉를 방송했다. 인기 에피소드를 골라 24시간 연속으로 방송했는데, 시청률 1%가 넘기 힘든 케이블티브이로선 ‘대박’ 수준인 평균 시청률 2%를 기록했다. 지난 9일 밤부터 26시간 동안 방송한 〈시에스아이 데이 3〉(사진)는 순간 최고 시청률이 3.75%까지 치솟았다. 에이지비닐슨미디어리서치는 〈시에스아이 데이 3〉의 평균 시청시간을 1시간1분, 최대 시청시간을 14시간31분으로 집계했다.
오시엔이 속한 온미디어의 안애미 홍보팀 차장은 “데이 편성은 〈시에스아이〉 시리즈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전략”이라며 “미국 방송가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였다”고 전했다.
데이 편성이 인기를 끌자, 이를 아예 정기화한 곳도 있다. 폭스채널은 지난 16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인기 미국 드라마 한 시즌을 연속 방송하기로 했다. 첫번째로 〈고스트 앤 크라임 시즌 1〉 전 회를 연속 방송한 데 이어, 〈로 앤 오더: 성범죄 전담반〉 〈배틀스타 갤럭티카〉 〈덱스터〉 등을 연속 방송할 예정이다.
채널씨지브이는 지난달 27일 시청자들이 직접 편성에 참여하는 ‘오픈 데이’를 마련했다. 두 편의 영화 후보작을 놓고 시청자들이 휴대전화 문자 투표로 방송할 영화를 결정하는 식이다. 이날 시청자들의 투표로 방송된 영화는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를 제친 〈미스터 히치〉 등 모두 5편이었다. 편성을 맡은 이동혁 피디는 “기대보다 훨씬 많은 2500여 통의 문자가 왔다”며 “시청자 반응이 좋아 다음에도 ‘오픈 데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청자들이 데이 편성에 열광하는 이유는 ‘미드 마니아’의 시청 습관과도 관계가 있다. 인터넷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드라마를 내려받은 뒤 하루 종일 시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 설연휴 때 수퍼액션이 24시간 연속 방송한 〈프리즌 브레이크〉처럼 ‘클리프행어’(아슬아슬한 장면으로 한 회를 마쳐 다음 회를 안 보곤 못 견디게 하는 기법)가 강렬한 드라마의 경우 데이 편성이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한편에선 어린이들을 주 시청층으로 하는 만화채널마저 데이 바람에 편승하는 데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있다. 투니버스의 〈짱구 데이〉, 챔프의 〈도라에몽 데이〉 등이 방송되는 날이면 자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하루 종일 텔레비전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오시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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