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
신불자 시대 사실적으로 그려 큰 공감…높은 인기 덕 번외편·영화 예정
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사진·극본 이향희, 연출 장태유)이 회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얻고 있다. 2회분 방송 때 시청률 22%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더니 6회분부터 계속 30%를 넘고 있다.(에이지비닐슨 미디어리서치 집계) 이런 인기 덕분에 국내 최초로 본편에서 다루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번외편이 선보이고,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쩐의 전쟁〉은 사채시장으로 몰리는 서민들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넓히고 있다. 개인빚 때문에 거리로 내몰리고 신용불량자라는 꼬리표에 취직도 못하는 주인공 금나라(박신양)는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이 아니다. ‘신용불량자 400만 시대’를 반영하는 인물인 셈이다. 사채업자가 된 그가 만나는, 사채를 빌려 쓴 사람들 또한 현실에 발 딛고 있는 인간 군상들이다.
드라마가 이렇게 사실성을 더하는 데는 원작 만화의 힘이 컸다. 원작자 박인권 화백은 6개월 동안 사채업의 세계를 취재했고 그간 모은 자료만 해도 노트 40여권에 이른다고 한다. “처음에는 접근하기 쉽지 않았는데 ‘과중채무자 동우회’라는 인터넷카페 회원들과 연락하면서 그들의 피해 사례를 듣고, 무등록 사채업자들도 만났다. 그러면서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그들 중 한 70대 노인은 아들이 사채빚 때문에 곤경에 빠졌다는 것을 알고는 자살했다. 죽기 전날 빚에 몰린 아들에게 ‘나 죽으면 조의금이 1500만원은 될 테니까 그 돈 잘 챙겨서 부디 빚을 갚으라’고 했다는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
시청자 게시판에 글을 올린 김준범씨는 “돈과 관련된 사람들의 사연들을 현실 속에서 캐내어 사람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 같지만 정말 그런 세상이지 않은가?”라며 “그래도 사람이 모든 걸 다 잃게 됐을 때 믿고 의지할 데는 가족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다”고 말했다. 빚 때문에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 금나라가 되레 사채업자가 된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도 동생과 스승에게 애정을 보이는 모습에서 진한 가족애와 휴머니즘을 느낄 수 있었다는 얘기다.
흡인력 있는 이야기에 주·조연의 열연이 드라마의 맛을 더하고 있다. 박신양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소원을 빌던 돌탑을 부수고 아버지를 죽게 한 사채업자가 마동포인 걸 알게 된 뒤 분노하는 등 극단적 감정을 끌어내야 하는 장면에서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악덕 사채업자 마동포(이원종), 노숙자에서 사채업자가 된 조철수(김형범) 등 조연들의 생동감 있는 연기도 빛을 발한다.
〈쩐의 전쟁〉은 앞으로 남은 6회분 동안 ‘돈으로 세상에 복수를 하려다 돈의 노예가 된다’는 애초 설정대로 돈에 의해 변질된 금나라의 모습을 그린다. 장태유 피디는 “금나라는 마동포가 숨겨놓은 50억원의 주인이 된다. 그러면서 돈 귀신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말처럼 돈에 의해 변해간다”며 “그런 금나라 옆에서 주희는 끊임없이 그가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돈의 심판을 받게 될 주인공의 모습이 어떻게 설득력 있게 그려질지 지켜볼 일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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