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툰 ‘달려라 고등어’
에스비에스, 시청률 낮아 8회로 끝내기로…외주제작사 “불평등 계약서 비롯”
드라마툰, 실험으로 끝나나.
드라마와 만화 기법을 섞은 ‘드라마툰’ 〈달려라 고등어〉(사진·극본 백지현, 연출 김용재)가 30일 8회 만에 끝을 맺는다. 기존 시트콤을 변형한 새로운 장르인데다 스타 위주 시스템에서 벗어나 주인공을 모두 오디션으로 뽑은 신인 배우를 기용한 점에서 주목받은 작품이다. 에스비에스 하승보 책임피디는 “24부작으로 기획했는데 3분의 1 정도만 방송을 타게 됐다”고 말했다. 7회 때 남자 주인공 공찬(이민호)이 윤서(문채원)에게 사랑 고백을 한 뒤 본격적인 러브 라인을 그리지도 못하고, 마지막 방송분에서는 윤서가 갑자기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극이 마무리된다.
에스비에스 편성기획팀 박정훈 팀장은 “작품의 완성도가 떨어지고 시청률도 좋지 않아 폐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등어〉는 첫 방송 이후 시청률이 계속 3%대에 머물렀다(에이지비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 외주제작사 젤리박스의 김광일 대표는 “계약 당시에 시청률이 낮을 경우 프로그램을 폐지한다는 조항이 있었다”며 “4회분이 나간 한 달 전에 방송사로부터 폐지한다는 통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등어〉는 조기 종영 말고도 첫 방송이 한 주 미뤄지는 진통을 겪기도 했다. 이에 대해 외주제작사 쪽에서는 이 문제의 원인이 방송사에 모든 권한이 있는 불평등한 관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의견이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김승수 사무총장은 “방송사가 프로그램의 저작권, 유통권 등을 다 갖고 있다”며 “그런 관계 속에서 방송사 위주의 불공정 계약이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프로그램을 조기 종영한다는 점을 꼽았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방송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 제14조에는 방송사가 시청률 저조로 외주제작사에 반품을 금지하도록 돼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점이 반영되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외주제작사 쪽에서는 빠른 시간 내에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작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제작사가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가며 모험하기보다는 시청률을 보장받을 수 있는 스타에 의존하고 불륜 등 비슷한 소재로만 제작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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