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고사포 해수욕장에서 여경과 피크닉을 즐기는 장면을 찍다 포즈를 취한 강지환.
말끔하게 빗은 머리에 중절모를 삐딱하게 눌러쓴 ‘모던 보이’ 강지환. 기모노·한복·양장을 다양하게 소화하는 ‘모던 걸’ 한고은. 이들이 연기하는 룸펜 선우완과 경성 최고의 기생 차송주는 나라를 걱정하는 사고의 차이는 있어도 신문물과 문화를 즐길 줄 안다는 공통점을 가진 ‘소울메이트’다.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의 이미지로서 안성맞춤 캐스팅이라는 평을 듣는 두 사람에게 자신만의 의상, 연기 스타일을 들어봤다.
강지환(이하 강): 경성 최고의 멋쟁이, 바람둥이 캐릭터를 위해 초반에 보석반지 같은 작은 소품에도 신경을 썼다. 자비를 들여 의상도 몇 가지 만들면서 완벽한 모던 보이의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했다.
한고은(이하 한): 섹시하고 파격적인 의상들은 실제로 당시 모던 걸들이 입었을 것으로 보이는 의상들이다. 퓨전 시대극이니까 시대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보여주는 것도 있다.
피크닉 왔다가 토라진 나여경이 혼자 책을 읽자 선우완이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는 장면이다.
강: 대사가 현대적이어서 시대극을 하는 어려움은 없다. 뮤지컬 배우로 시작해 <굳세어라 금순아><불꽃놀이><90일, 사랑할 시간>을 거치는 동안 고민을 많이 했다. 내게 맞는 작품을 하는 게 좋을지, 내게 들어오는 작품을 하는 게 좋을지 헷갈렸다. 그러나 이제는 주어진 작품들을 하다 보면 내공이 쌓여 언젠가는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배우가 될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경성스캔들>도 즐겁게 촬영중이다.
한: 서구적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탈피하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나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것들은 갑자기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연기 변화를 생각했던 <보디가드>, 연기의 맛을 안 <꽃보다 아름다워>, 어려웠지만 연기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사랑과 야망>을 거쳤으니 <경성스캔들>은 단단해진 한고은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강지환과 한고은이 선우완과 나여경의 바닷가 데이트 장면을 찍고 있다. 장난치며 노는 모습이 다정하다.
강: <쩐의 전쟁>이라는 복병을 만나서 안타깝지만 우리 드라마를 좋아해주는 분들도 있으니까 위로가 된다. 지방 세트에도 찾아와 부채, 케이크 등을 주고 가는 팬들을 보면 고맙다. 재밌는 작품이니까 <쩐의 전쟁>이 끝나고 난 뒤라도 많은 분들이 봐줬으면 한다.
한: <경성스캔들>은 1930년대와 현재를 교묘히 섞어놓은 맛깔 있는 드라마다. ‘닥본사’(인터넷 신조어로 ‘닥치고 본방송 사수’의 줄임말) 해달라.(웃음)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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