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한 공포, 서늘한 유혹
야한 공포, 서늘한 유혹
심야성인 시간대 ‘에로틱 호러’
미스터리 사건 다룬 ‘호러 다큐’
공포 영화 ‘드라마 버전’도 눈길 무더위를 식힐 납량특집물이 올해도 어김없이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지난해에는 4, 5부작 옴니버스 공포 시리즈인 <어느날 갑자기>(SBS)와 <코마>(OCN)가 있었다면, 올해는 퓨전 사극·퓨전 시대극의 유행과 함께 장르가 혼합된 특집물들이 준비 중이다. ‘에로틱 호러’ ‘뱀파이어 액션 스릴러’ ‘호러 다큐’ 등 그 조합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프로그램들로 상차림이 푸짐하다. 일단 케이블 채널들의 적극적인 납량특집물 편성이 눈에 띈다. 지상파 방송사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귀신이야기로 공포특집 예능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르 혼합, 공포의 스펙트럼을 넓히다=18일 시작한 8부작 호러 시리즈인 수퍼액션 <도시괴담 데자뷰>와 극장 개봉 뒤 오시엔에서 8월에 방영할 티브이 영화 4부작 <이브의 유혹>은 각각 ‘에로틱 호러’와 ‘에로틱 스릴러’를 표방한다. 공포물에는 언제나 섹시한 미녀를 등장시킨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장르 혼합이다. <…데자뷰>는 인간의 숨겨진 추악한 욕망이 현실로 나타날 때의 모습을 섬뜩하게 그린다. “누구나 들어봤음직한 주변의 익숙한 소재로 케이블 채널의 특성에 맞게 빠른 호흡의 30분짜리 에피소드를 만들었다.”(박희상 총감독) <이브의 유혹>은 한국판 <원초적 본능>을 추구한다. 심야시간 성인용 콘텐츠로 기획된 만큼 노출수위도 높다. 온미디어 콘텐츠사업국 홍재희 팀장은 “남자를 파멸로 이끄는 팜므 파탈 캐릭터에 이야기를 맞추면서 에로틱 스릴러란 장르가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방영하는 와이티엔 스타 <착신아리>와 20일부터 방영한 채널 시지브이 <블레이드>는 인기 영화를 드라마로 다시 만든 작품이다. 휴대폰의 메시지로 죽음을 예고하는 <착신아리>가 공포물의 전형성을 따라간다면 <블레이드>는 뱀파이어 킬러가 등장하는 ‘뱀파이어 액션 스릴러’로 장르를 비틀어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다큐멘터리도 무더위를 맞아 무서워졌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호러 다큐’ <납량특집 : 한 여름 밤의 공포>를 30일부터 연속으로 10일간 방영한다. 부패되지 않는 시체, 죽음을 부르는 흉가 등 미스터리한 소재들로 공포영화의 단골소재들이 갖는 신비를 파헤친다.
■케이블, 심야시간 성인용 콘텐츠로 승부수=지상파 방송은 2000년대 초반 <고스트> <구미호 외전> 등 납량특집물들이 시청자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아예 한 발 물러섰다. 지상파의 한 드라마 피디는 “여름이라고 전형적인 공포물 장르를 단막극이나마 끼워 맞추기보다 색다른 장르의 다른 드라마를 만들자는 분위기”라고 소홀하게 된 배경을 전했다. 지상파에서 납량특집물의 부재는 투자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결론인 셈이다. 공포물의 특성상 인상 깊은 영상과 이야기로 긴장감을 끌어내야 하는데 영화의 스케일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케이블 채널들은 이런 틈새를 노렸다. 비교적 자유로운 심의규제와 편성에 따라 공포물을 본격적인 성인용 콘텐츠로 승화시켰다. 30·40대 남녀 시청층이 두터운 밤 11시 이후를 공략하며 ‘에로틱’에 방점을 둔 작품들을 편성했다. 케이블 시청률이 높아지는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시청층을 넓히고 굳히는 작업으로 볼 수 있다. 홍재희 팀장은 “국내 영화들이 눈 돌리지 않은 이런 장르들은 적은 예산으로도 시청자들을 폭넓게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온미디어, 시제이 미디어, 화인웍스 제공
섬뜩한 그장면, 어떻게 만들까
간호사가 병원 침대의 깔개를 털 때 천과 침대 사이로 귀신의 얼굴이 나온다.(<도시괴담 데자뷰> ‘문자메시지 6969’편) 온 몸에 피범벅이 된 좀비들이 괴기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어느 날 갑자기> ‘죽음의 숲’편) 송곳니가 뾰족한 뱀파이어가 여자 목의 피를 빨아먹는다.(<냡량특집 : 한여름밤의 공포>)
공포 스릴러물에 나오는 오싹한 장면들이다. 한 장면만 봐도 공포감을 느낄 수 있는 건 컴퓨터 그래픽(시지·CG)과 실사 촬영으로 이루어지는 특수효과와 특수분장의 힘이다.
호러 시리즈 <도시괴담 데자뷰>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성된 섬뜩한 장면을 선보인다. 아이가 고개를 들 때 눈동자를 전부 하얗게 바꾸고 남자 혼자 탄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거울에 피 흘리는 여자 귀신의 얼굴을 넣는다. 이 작품의 시지를 담당한 초록별 미디어의 김윤오 실장은 “실사와의 조화, 실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살리려고 애썼다”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 엘리베이터의 거울에 귀신이 나오는 장면은 실사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 3초 동안 보이는 짧은 화면이지만 시지 작업 과정은 복잡하다. 먼저 파란색의 스크린 배경에서 피 흘리는 여자를 찍는 크로마 촬영분과 남자가 혼자 엘리베이터 안에 있는 모습을 담은 두개의 영상을 합성한다. 뒷 배경을 지우고 여자 형상의 크기를 줄여 거울 쪽에 넣는다. 그 여자의 형상을 반투명으로 보이게 하고 검붉은 색을 입힌다. 김 실장은 “공포물에서는 색상과 톤, 이미지의 투명도를 조절하는 합성 모드에 따라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라고 설명했다.
<어느날 갑자기>의 ‘디 데이’편에는 한 여학생이 갑자기 핏물을 뒤집어 쓰는 장면이 있다. 특수효과팀이 공중에 핏물이 든 공을 달아 원격 조정으로 터뜨린 것이다. 여기에 시지로 이런 상황을 더욱 섬뜩하게 보이려고 피가 더욱 많이 쏟아지게 덧입히는 작업을 한다. <어느 날 갑자기>의 특수효과를 맡은 퓨처 비전의 황윤세씨는 “비가 오거나 피가 튀는 장면을 정교하게 표현하면 공포감이 극대화된다”고 했다. 비의 세기에 따라 극중 분위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살수기에 노즐을 달아 빗줄기를 조절하고, 피가 튀기는 장면에서는 배우의 몸에 호수를 달아 원격 조정으로 피가 분출할 수 있게 한단다. 아울러 보기 끔찍한 귀신의 얼굴, 피투성이가 된 형상물 등을 표현하는 특수분장도 공포물에서는 빠질 수 없는 분야다. 아무리 시지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도 섬세한 사람의 손길만큼 정교하진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분화된 작업으로 현실보다 더 생생한 공포의 영상 세계를 만들어낸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초록별 미디어 제공
미스터리 사건 다룬 ‘호러 다큐’
공포 영화 ‘드라마 버전’도 눈길 무더위를 식힐 납량특집물이 올해도 어김없이 안방극장을 찾아온다. 지난해에는 4, 5부작 옴니버스 공포 시리즈인 <어느날 갑자기>(SBS)와 <코마>(OCN)가 있었다면, 올해는 퓨전 사극·퓨전 시대극의 유행과 함께 장르가 혼합된 특집물들이 준비 중이다. ‘에로틱 호러’ ‘뱀파이어 액션 스릴러’ ‘호러 다큐’ 등 그 조합만으로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프로그램들로 상차림이 푸짐하다. 일단 케이블 채널들의 적극적인 납량특집물 편성이 눈에 띈다. 지상파 방송사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귀신이야기로 공포특집 예능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야한 공포, 서늘한 유혹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온미디어, 시제이 미디어, 화인웍스 제공
섬뜩한 그장면, 어떻게 만들까
섬뜩한 그장면, 어떻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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