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별곡-정’ 정조 역 배우 안내상
‘한성별곡-정’ 정조 역 배우 안내상
노 대통령 연상 논란…제작진 대사 잘라내
“웃어 넘기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안타까워” “노무현 대통령을 의식하고 연기한 것은 아니지만 닮았다면 즐겁게 받아들이겠다.” 한국방송 8부작 미니시리즈 〈한성별곡-정〉에서 정조 역할을 맡은 배우 안내상(42)이 정조 캐릭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안내상은 ‘담임선생님 전문배우’(〈말죽거리 잔혹사〉 〈반올림〉) ‘경상도 사투리 전문배우’(〈아홉살 인생〉)에 이어 ‘사극 전문배우’(〈음란서생〉 〈한성별곡-정〉 〈별순검〉) 칭호까지 떠맡게 될 만큼 13년 조연 인생이 넓고도 깊은 배우다. 〈한성별곡-정〉에서는 개혁시도가 좌초되고 끝내는 암살당하는 왕의 역정에 인간적인 상처와 고뇌하는 모습을 불어넣어 호평을 받았다. 그 덕분에 시놉시스에서는 조연에 불과했던 정조가 중심인물중의 하나로 떠올랐다. 더구나 극중 정조대왕이 현직 대통령을 연상하게 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조선시대 절대군주보다는 현대의 선출직 대통령에 가까운 그의 연기스타일이 더욱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이다. 정치권을 의식한 제작진이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게로구나”고 했던 대사를 빼기 위해 재촬영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안내상은 “재촬영없이 그 대목만 잘라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연습할 때 배우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가장 유쾌했던 대사였는데 편집됐다. 당시에는 사극의 거리감을 줄이면서 친밀도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드라마가 현실 정치를 빗대면 ‘물의’라고 하지 말고 제대로 풍자해보라고 맞받을 수는 없는 것일까. 방송사도 소심했고, 웃어 넘기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극중 정조는 “인간적인 트라우마를 정치적인 동력으로 삼는 인물”이었다. 그는 “정조 때문이든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든 후반부에 이르면서 촬영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역사적인 장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신료들도 백성들도 나를 탓하기에 바쁘다”로 시작해 “내가 백성들을 설득하지 못해지는 것이다”로 끝맺을 때까지 3분 가까이 계속된 정조의 독백(5부, 23일 방송)을 외울 때는 혼자 운전하다가도 눈물을 흘리는 애절하고 암울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안내상이 “드라마 속에서 목숨을 걸고 개혁을 추구하려는 정조의 진정성은 픽션이 아니었다”고 믿고 싶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84년 연세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한 그는 “목사가 되려던 꿈을 시대에 빼앗기고” 감옥, 공장, 농촌을 떠돌아다녔다. 〈한성별곡-정〉의 곽정환 피디는 한참 후에야 “형을 캐스팅한 이유는 과거 전력 때문이야. 가슴 속에 못다한 게 있는 사람이야 말로 이런 역할을 잘할 수 있겠다 싶어서”라고 했다고 한다. 〈한성별곡-정〉의 촬영을 마친 그는 드라마 〈이브의 유혹〉(채널 오시엔)에 이어 드라마 〈별순검〉(엠비시드라마넷), 영화 〈숙명〉을 촬영하고 있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웃어 넘기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안타까워” “노무현 대통령을 의식하고 연기한 것은 아니지만 닮았다면 즐겁게 받아들이겠다.” 한국방송 8부작 미니시리즈 〈한성별곡-정〉에서 정조 역할을 맡은 배우 안내상(42)이 정조 캐릭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밝혔다. 안내상은 ‘담임선생님 전문배우’(〈말죽거리 잔혹사〉 〈반올림〉) ‘경상도 사투리 전문배우’(〈아홉살 인생〉)에 이어 ‘사극 전문배우’(〈음란서생〉 〈한성별곡-정〉 〈별순검〉) 칭호까지 떠맡게 될 만큼 13년 조연 인생이 넓고도 깊은 배우다. 〈한성별곡-정〉에서는 개혁시도가 좌초되고 끝내는 암살당하는 왕의 역정에 인간적인 상처와 고뇌하는 모습을 불어넣어 호평을 받았다. 그 덕분에 시놉시스에서는 조연에 불과했던 정조가 중심인물중의 하나로 떠올랐다. 더구나 극중 정조대왕이 현직 대통령을 연상하게 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조선시대 절대군주보다는 현대의 선출직 대통령에 가까운 그의 연기스타일이 더욱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이다. 정치권을 의식한 제작진이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게로구나”고 했던 대사를 빼기 위해 재촬영했다는 보도가 있었으나 안내상은 “재촬영없이 그 대목만 잘라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연습할 때 배우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가장 유쾌했던 대사였는데 편집됐다. 당시에는 사극의 거리감을 줄이면서 친밀도를 형성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드라마가 현실 정치를 빗대면 ‘물의’라고 하지 말고 제대로 풍자해보라고 맞받을 수는 없는 것일까. 방송사도 소심했고, 웃어 넘기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극중 정조는 “인간적인 트라우마를 정치적인 동력으로 삼는 인물”이었다. 그는 “정조 때문이든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든 후반부에 이르면서 촬영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고 역사적인 장벽에 머리를 부딪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신료들도 백성들도 나를 탓하기에 바쁘다”로 시작해 “내가 백성들을 설득하지 못해지는 것이다”로 끝맺을 때까지 3분 가까이 계속된 정조의 독백(5부, 23일 방송)을 외울 때는 혼자 운전하다가도 눈물을 흘리는 애절하고 암울한 마음이었다고 한다. 안내상이 “드라마 속에서 목숨을 걸고 개혁을 추구하려는 정조의 진정성은 픽션이 아니었다”고 믿고 싶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1984년 연세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한 그는 “목사가 되려던 꿈을 시대에 빼앗기고” 감옥, 공장, 농촌을 떠돌아다녔다. 〈한성별곡-정〉의 곽정환 피디는 한참 후에야 “형을 캐스팅한 이유는 과거 전력 때문이야. 가슴 속에 못다한 게 있는 사람이야 말로 이런 역할을 잘할 수 있겠다 싶어서”라고 했다고 한다. 〈한성별곡-정〉의 촬영을 마친 그는 드라마 〈이브의 유혹〉(채널 오시엔)에 이어 드라마 〈별순검〉(엠비시드라마넷), 영화 〈숙명〉을 촬영하고 있다. 글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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