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년생, 가수 활동 위해 58년생으로 살아
"30여 년간 속여온 제 실제 나이를 찾고 싶어요."
가수 이은하(46)가 6월 서울가정법원에 출생연월일 변경을 위한 호적정정허가신청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61년 5월 생인 이은하는 호적 상 실제보다 세살 많은 58년 3월 생으로 기재돼 있어 이를 변경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49세에서 46세로 젊어지는 것.
이은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실제 나이를 찾기 위해 오랜 기간에 걸쳐 각종 증빙 서류를 준비했고 6월 서울가정법원에 호적정정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1973년 '임 마중'이라는 곡으로 가수로 데뷔할 당시 이은하는 초등학교(서울 홍릉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당시에는 가수협회 회원증이 있어야 가수 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17세 미만인 미성년자에게는 발급되지 않았다.
1974년 2월 초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서울의 한 예술중학교 시험을 봤고 실기에는 붙었지만 면접 당시 사회적인 통념상 가수를 한다는 말 때문인지 결국 떨어졌다고 한다. 학교는 떨어진데다 가수 활동은 해야겠기에 매니저 등 주위의 권유로 세 살을 높였다는 얘기다.
"제 실제 나이는 우리 가족 밖에 몰랐어요. 친구들도 모두 58년 생이죠. 속았다며 분해하는 친구들도 있을거예요. 사실 세 살 적으나 많으나 쉰 살을 바라보는 건 같아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이슈가 되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오랜 고민 끝에 결정한 일이에요. 단지 저를 찾고 싶습니다."
이은하는 "당시 어린 나이여서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법을 악용한 것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나이 변경 배경이 그의 잘못 만은 아니다. 지금은 초등학생도 가수 활동을 활발히 하는데다, 많은 가수들이 나이를 몇 살 씩 줄여 데뷔하는 상황이지만 1970년대는 대중음악계 전반에 대한 규제가 심했다.
이은하는 "일부에선 '나이 한두 살 속인다고 달라지느냐'고 악플(악성 댓글)을 다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하지만 나이를 속이고 어른인 척하며 살아온 내 삶을 다시 제자리에 되돌려 놓고 싶다"고 말했다.
이런 생각은 음반기획사 밀키웍스를 설립하고, 15년 만에 새 음반 '컴백(Come Back)'을 준비하면서 더욱 강하게 들었다. 이번 음반은 본인 스스로 종합선물 세트라고 할 만큼 다양한 장르를 통해 젊은 세대와 접점을 시도했다.
30여 년 된 가수의 음반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파워풀한 창법과 트렌디한 음악이 귀에 낯설지 않다. 타이틀곡 '컴백'은 재즈 느낌으로 시작해 펑키하면서도 신나는 곡이다.
히트곡으로는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밤차' '봄비' '아리송해' '겨울 장미' '미소를 띄우며 나를 보낸 그 모습처럼' 등이 있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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