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용의 극단적 하루〉
드라마 결말 선택하고 편성까지 참여…‘시청자 배우’로 출연 호평도
김선영(31)씨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위성 디엠비(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로 음악을 듣거나 드라마를 본다. 단순히 방송을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수시로 신청곡이나 시청 소감을 문자메시지로 보낸다. 뉴미디어 특성을 살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즐기고 있다. 김씨는 또 시청자의 실시간 투표로 결말을 정하는 형태의 참여형 드라마를 보다가 제작진이 제시한 두 가지 다른 결말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쪽을 선택한다. 제작진이 아닌 자신을 포함한 다수의 시청자들이 원하는 결말의 드라마를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청자들이 방송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점차 넓어지고 있다. 제보를 하거나 게시판에 시청 소감을 올리는 것뿐 아니라 드라마의 결말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적극적인 참여도 가능하다. 시청자 참여는 특히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디엠비에서 더욱 활발하다. 위성디엠비 방송사업자 티유미디어가 시도한 ‘참여형 드라마’ 〈정재용의 극단적 하루〉(사진·월 밤 10시)는 시청자에게 결말의 선택권을 주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연출한 장호정 피디는 “참여형인 인터랙티브 드라마는 시청자에게 결말 전까지 극을 보여준 뒤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시청자 의견을 접수받아 다수가 선택한 내용으로 마무리하는 형태”라며 “이 드라마의 특성상 투표 결과를 미리 알 수 없으니 서로 다른 결말의 드라마 두 편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시청자가 프로그램에 직접 배우로도 등장한다. 지난 6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시청자 배우 7명이 에스비에스 생활법률 상담 프로그램 〈솔로몬의 선택〉의 재연극에 출연하고 있다. 그들이 나올 때 자막으로 실명과 시청자 배우라는 점을 밝힌다. 시청자 배우 오혜림씨는 지난 7월16일에 전파를 탔던 ‘그림일기’ 편에 주인공 여자 아이의 담임선생님 역으로 첫 출연했다. “방송에 출연한 뒤 주변 사람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는 오씨는 “벌써 티브이 스타가 된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제2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출연 소감을 전했다. 〈솔로몬의 선택〉의 김영욱 피디는 “시청자 배우들은 몇 장면에 잠깐 나오는 조연급이지만 연기력이 나아지면 배역을 점차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시청자 배우에 대한 관심과 참여 여부를 살펴본 뒤 2차 모집에 나설 예정이다.
프로그램 편성도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분야가 되고 있다. 케이블 영화 채널 씨지브이에서는 지난 5월 시청자가 편성에 참여할 수 있는 오픈데이 행사를 열어 시청자들의 재방 요청이 가장 많은 작품을 방송했다. 티유미디어에서도 이벤트를 거쳐 선정된 시청자 5명이 하루씩 편성을 맡아 자신이 생각한 주제에 맞게 직접 편성을 짜는 행사를 열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티유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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