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오현경 SBS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출연 기자회견에서 10년 만에 활동 재개를 공식선언한 오현경씨가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O양 비디오 사건’ 이후 10년만에 컴백 기자회견
“내 인생은 소중…더 이상 게을리할 수 없어”
“내 인생은 소중…더 이상 게을리할 수 없어”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배신당하고 버림받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도움을 주시고 힘을 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런 분들의 사랑 덕분에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돼 감사드립니다."
오현경(37)이 돌아왔다. 7일 오후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에서 열린 컴백 기자회견에 검은색 반바지 수트 차림의 깔끔한 모습으로 등장한 오현경은 10년 만에 대중 앞에 서는 것에 대해 "가슴이 떨리고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만감이 교차하는 듯 벅찬 모습이었다.
이른바 'O양 비디오 사건'으로 연예계를 떠났던 탤런트 그는 9월29일 첫 방송하는 SBS 주말특별기획 '조강지처 클럽'(극본 문영남, 연출 손정현)을 통해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그는 1997년 SBS '세 여자' 이후 연기활동을 하지 않았다.
오현경은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바뀌고, 세상이 바뀌면 내가 바뀐다'는 광고 카피를 어느 날 지인이 전해주셨는데 그 순간 그 말이 제 귀에 깊숙이 들어왔고 가슴 속에서 연기자의 길을 뜨겁게 갈망하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예계를 떠나 있는 동안 결혼과 이혼, 출산을 경험한 그는 현재 다섯 살 된 딸을 두고 있다. 그는 "여자로서 잃었던 삶을 엄마로서 다시 태어나 찾게 됐고 그 기쁨은 세상 어떤 것도 힘들 게 없도록 만들었다"며 "나를 위해, 딸을 위해 꼭 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꽁꽁 숨어 있는 게 능사가 아니라 원래 내 자리인 연기자로서 다시 멋있게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차분한 태도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면서도 때론 벅차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컴백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나.
▲제가 겪은 일은 20대 후반의 나이로는 감당하기가 힘든 일이었다.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았고 여자로서의 삶을 사는 것 같지가 않았다. 그 당시 연기자로 대중 앞에 서는 게 고통이고 좌절이고 아픔이었다.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을 깨닫고 느끼고 알게 됐다. 이제는 여러분 앞에 나설 수 있을 것 같아 이 자리에 나왔다. 이왕이면 좋은 소식으로 여러분 앞에 서고 싶어 시간이 좀 걸렸다.
--어떻게 컴백을 결심했나.
▲자의가 아닌 여러 가지 상황과 여론에 부딪혀 연기를 그만두면서 평범한 여자로 살려고 했지만 순탄치가 않았다. '그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내가 쌓아온 이미지와 다르게 오로지 '○○사건'의 주인공으로만 살아야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결혼도 하고 사업도 시작했다. 친한 동생과 골프 의류 사업을 하는데 연기자가 아니어도 사업가로 성공해서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그렇게 바쁘게 살면서 어느 정도는 연기에 대한 미련을 잊고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업에 열중해도 연기를 향한 갈증이 충족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울음).
그러던 중에 여러분이 도와주시며 연기를 통해 다시 일어서라고 격려해주셨다. 가슴 안에 있던 뜨거운 뭔가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 길을 찾기 위해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구나' 싶었다. 용기를 주시는 분들을 보며 내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긴 인고의 세월을 통해 이제야 깨달았다.
--미모가 여전하다.
▲아무래도 여자이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서기 전까지 '예전 같지 않다'거나 '예쁘지 않다'는 말을 들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내 얼굴에서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게 아니라, 내 나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동안 물의를 빚고 활동을 중단했던 연예인들이 다시 컴백하는 것을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
▲참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그릇된 용기일 수도 있지만 용기를 잃으면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뼈아픈 고통을 딛고 다시 재기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한테는 그런 용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딸과 주변 사람들을 보며 다시 재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물론 (물의를 빚으면) 나름대로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어쨌든 물의를 일으켰으니. 어느 정도 세월을 통해 자기 반성을 하고 고통을 이겨내다보면 용기를 얻게 된다. 그 용기는 제2의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제 난 남들보다 두 배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10년 전에 비해 연예계가 어떻게 달라졌나.
▲내가 일할 때는 모든 것이 많이 정형화됐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다. 연기도 그렇고 모든 흐름이 참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내가 나이를 먹었구나' 싶은 게 요즘 나오는 연예인들의 이름을 잘 모르겠다(웃음). 옛날에는 다 외웠는데…. 내 사고와 기억이 일을 그만둔 시점에 멈춰진 경향이 있다. 그래서 다시 일을 시작하면 지금 활동하는 사람들과 맞출 수 있을까 고민도 했다.
예전에는 어려운 작품들을 하다보니 나의 재미있는 부분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제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보며 '나도 한번 나가 기량을 발휘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나도 농담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웃음).
--과거 사건과 관련해 가장 후회되는 부분이 있다면.
▲어려서는 장녀라 사랑받고 연예인이 돼서는 늘 주위에서 챙겨주는 삶이었다. 그래서 나 스스로 나를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게 뭔지 몰랐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상황 대처에 미흡했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사회적으로 인간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는 두 번의 실수는 반복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특히 딸이 내가 무슨 말을 하면 그대로 따라한다. 애한테서 인생을 배운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연기 재개를 앞두고 어떤 노력을 했나.
▲좀 웃긴데 TV에서 내 또래 연기자가 연기를 하면 대사를 따라해봤다. 또 예전에는 눈물 연기가 잘 안됐는데 이제는 잘된다. 한번 연기자는 영원히 연기자다. 연기를 하든 안하든 사람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삶의 자세가 연기자의 자세가 된다. 그래서 관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연예인들이 '악플' 때문에 상처를 받는 세상이다. 두려움은 없나.
▲지난 10년간 세상에서 받을 수 있는 아픔을 다 겪은 것 같다. 물론 앞으로도 지적은 계속될 테지만 악플이 있으면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있고 그런 분들이 더 많기 때문에 내가 용기를 내 이 자리에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내 인생은 너무 소중하다. 더이상 게을리할 수 없다. 악플 다시는 분들을 어쩌겠나. 내가 그런 악플을 덜 받을 수 있도록 활동하면서 매사 조심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조강지처 클럽'을 컴백작으로 선택한 이유.
▲'조강지처 클럽'이라는 제목을 듣는 순간부터 '그래 바로 이거야' 싶었다. 내 나이에 딱 맞는 역이고 공감하며 같이 아파할 수 있는 최선의 배역인 것 같다. 잘해내고 싶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연예계를 떠나 있는 동안 결혼과 이혼, 출산을 경험한 그는 현재 다섯 살 된 딸을 두고 있다. 그는 "여자로서 잃었던 삶을 엄마로서 다시 태어나 찾게 됐고 그 기쁨은 세상 어떤 것도 힘들 게 없도록 만들었다"며 "나를 위해, 딸을 위해 꼭 해내야겠다고 결심했다. 꽁꽁 숨어 있는 게 능사가 아니라 원래 내 자리인 연기자로서 다시 멋있게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오현경 SBS드라마 ‘조강지처 클럽‘출연 기자회견에서 10년 만에 활동 재개를 공식선언한 오현경씨가 취재진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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