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해밀턴 감독 작품 <신비한 공, 친론>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27일~9월2일, 매일 10시간 58편 방송
서울 5개 개봉관서 무료 상영회 열어
“휴먼다큐 중심 대중성 있는 작품들”
제4회 교육방송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EIDF)이 오는 27일부터 9월2일까지 열린다. 교육방송 채널에서 하루 10시간 58편, 5개 상영관에서 89편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아시아 다큐멘터리 최대 성찬의 장이다.
교육방송 국제다큐멘터리 페스티벌에서 올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상영 장소를 대폭 늘렸다는 점이다. 2004년 ‘1주일 동안 다큐멘터리 종일 방송’이라는 파격 편성으로 출발했던 페스티벌이 바야흐로 방송의 축제에서 영화제로 중심이동하는 인상이다. 개·폐막식이 열리는 서울 이비에스 스페이스와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 연세대학교내 독립영화 전용관 씨제이 인디(CJ-inD), 홍대 앞 대안공간 루프, 파주 아트스페이스 카메라타 등에 무료 상영관을 열고 2000명의 관객을 만난다. 페스티벌이 끝난 뒤에는 전국 대학가를 순례하는 지역 상영회도 계획되어 있다.
경쟁작을 포함한 주요 상영작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전쟁과 인종차별 등 정치·사회적인 담론에 주력했던 예전 편성에 비해 개인사와 감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형건 사무국장은 “다큐멘터리 장르를 대중화하기 위해 한국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휴먼 다큐멘터리와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쪽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고 했다. 12편의 경쟁부문은 물론 비경쟁부문인 ‘가족의 의미’ ‘희망의 도전’ 등의 섹션에서도 가족과 개인의 생활을 따라잡는 미세한 시선이 주류를 이룬다는 평이다. 비경쟁부문에서는 2007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던 〈양쯔강의 에이즈 고아〉(중국)와 자본가·정치인의 뒤를 캐는 마이클 무어 감독을 다시 뒤쫓는 〈마이클 무어 뒤집어 보기〉(캐나다) 등이 눈길을 끈다. 개막작으로는 스위스의 국민 요들송 가수, 전위음악가, 대중가수 3인이 소리를 조화하고 결합하는 과정을 담은 〈영혼의 메아리〉가 선정됐다.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로서의 위상과 구색을 갖추고자 국제교류와 장외행사도 강화했다. 2006년의 ‘아시아 5개국전’은 ‘아시아 태평양 5개국 특별전’으로 범위를 넓혀 오스트레일리아(〈거울 앞의 소녀〉), 뉴질랜드(〈엘가의 수수께끼〉) 등의 태평양 지역 작품을 초청 상영한다. 28일부터 30일까지 이비에스 스페이스에서 열리는 ‘마스터클래스’에서는 선댄스 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인 제프리 길모어, 스티브 프렌치 등이 강연하며, 29일에는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 앵커 리안 킴 등이 참여하는 국제세미나가 열린다.
한국 독립다큐멘터리 진영이 적극 참여하고 주도해야 한다는 오랜 숙제도 비로소 도마 위에 오른다. 다큐멘터리 영화제라는 공공적인 성격에 걸맞게 방송이 공공성을 지닌 다큐멘터리에 문을 활짝 여는 계기가 되고, 한국 독립다큐멘터리의 활로를 트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왔다. 27일 ‘독립다큐멘터리와 방송의 공공성’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아이디에프 포럼의 사회를 맡은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사무총장은 “열린 채널을 요구해온 독립미디어 진영과 공공성을 고민하는 방송 진영이 처음으로 서로를 탐색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고르고 또 고른’ 추천작 4편
이아이디에프(EIDF) 2007의 유일한 경쟁부문 ‘페스티벌 초이스’에서는 74개국 292편의 응모작 중에서 선정된 12편이 2만5000달러의 상금을 두고 경합을 벌인다. 이 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4편을 골랐다.
■ 신비한 공, 친론(미국·캐나다·미얀마, 29일 저녁 8시30분)=캐나다인인 그레그 해밀턴 감독이 미얀마의 전통스포츠 ‘친론’을 배우는 과정을 그린다. 우여곡절 끝에 외국인이면서도 친론 최고 권위자가 된 그는 이 과정에서 아시아적 공동체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2006 밴쿠버 국제영화제·2007 시카고 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 비토리오 광장의 오케스트라(이탈리아·30일 밤 9시50분)=이탈리아의 피아자 비토리오 오케스트라 탄생 과정을 기록했다. 오케스트라의 구성원은 가톨릭 신자, 이슬람 신자, 힌두교인 등 다양한 종교와 문화를 갖고 있는 이민자들. 음악학교에서 정식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인종도 문화도 이질적인 그들이 5년 동안 밴드의 모습을 갖춰간다. ‘자본의 세계화 시대에 음악의 세계화’를 말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 아버지의 선물(이스라엘·네덜란드, 27일 밤 9시50분)=감독인 샤하르 코헨은 아버지가 2차대전 때 복무했던 유대인 여단에 관한 영화를 찍던 중 아버지가 전쟁 당시 자신도 모르게 두 딸을 낳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미묘한 갈등과 서로를 알아가는 여정, 또 전쟁이 남긴 상흔이 얼마나 깊은지를 밀도있게 보여준다.
■ 무크타르 마이의 외침(파키스탄·미국, 28일 밤 9시50분)=파키스탄 여성인 무크타르 마이는 전체 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그는 자살을 택하는 대신 목숨을 걸고 그 남성들을 고소했고, 보상금으로 파키스탄 문맹 여성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가난한 소작농의 딸이 인권운동가가 되기까지 험난한 여정을 따라간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서울 5개 개봉관서 무료 상영회 열어
“휴먼다큐 중심 대중성 있는 작품들”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위부터 <비토리오 광장의 오케스트라>, <아버지의 선물>, <무크타르 마이의 외침>, 개막작 <영혼의 메아리>.
이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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