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위부터 <모델들의 수다> <도전! 무한공간> <쇼킹! 현장고발> <오픈 남과 여>
‘모델들의 수다’ ‘도전! 무한공간’ 등…‘제목 따로 내용 따로’ 섞어놓은 듯
<모델들의 수다> <도전! 무한공간> <쇼킹! 현장고발> <오픈 남과여>.
어디서 많이 들어본 제목의 이 프로그램들은 중국전문 케이블 채널 중화 티브이에서 방영 중인 중국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모델들의 수다>는 <미녀들의 수다>, <도전! 무한공간>은 <무한도전>, <쇼킹! 현장고발>은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오픈 남과여>는 <오픈드라마 남과여>로 한국의 연예오락 프로그램들을 연상시킨다. ‘복제 천국’ 중국의 프로그램 표절을 의심할 만한 제목이다. 그러나 제목은 ‘미끼’일 뿐 이들 프로그램은 한국 프로그램을 닮은 다른 프로그램이다.
<…무한공간>(원제 <호동공간>)은 연예인 대신 매회 일반인들이 출연해 대결을 벌인다. 중국의 각 지역을 돌며 지역 특성에 맞게 장식용 과일 조각, 차 맛 감별, 하얼빈 얼음축제의 얼음 조각 등 주제를 골라 그에 맞는 달인을 선발한다. 특이한 재주를 가진 장인들이 경합을 벌여 최후의 1인이 탄생하는 과정이 <생활의 달인> 소재를 서바이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녹여 놓은 듯하다. <오픈 남과여>(원제 <심령화원>)는 중국판 ‘부부클리닉’이다. 여성 사회자와 가정 상담가가 스튜디오에서 상담을 의뢰한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침마당>이다. 재연 드라마를 보여주는 방식은 <사랑과 전쟁>을 떠올리게 한다.
표절시비가 끊이지 않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프로그램 표절도 묵인하는 편이다. <쇼킹! 현장고발>(원제 <초급수사령>)은 <…스캔들>처럼 미국의 <치터스>를 모방했다. <…스캔들> <치터스>에 버금가는 성인들의 불륜 소재가 90%고, 나머지는 <긴급출동 에스오에스>처럼 소외계층의 사회문제를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고발한다. <모델들의 수다>(원제 <홍인방>)는 이소라, 최화정이 변신을 시켜주던 <체인징 유>를 닮았다. 스타일리스트,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세 모델이 의뢰인의 의상, 성격, 집 인테리어를 개조해 주고 데이트 지도까지 해준다. 다국적 미녀들이 수다를 떠는 <미녀들의 수다>와는 영 딴판인 셈이다. ‘dracula’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시청자는 “제목에 끌려 봤는데 다른 프로그램이어서 속은 느낌이지만 나름 색다른 맛이 있다”고 시청평을 남겼다.
같은 듯 다른 이들 프로그램은 한국의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섞어 놓은 것처럼 형식과 내용이 친숙하지만 맛의 차이가 느껴진다. <오픈 남과여> <쇼킹! 현장고발>은 한국의 선정성에 비하면 싱겁고, <…무한공간>의 게임방식은 투박한 편이다. 중화 티브이 김은애 콘텐츠사업팀장은 “중국 작품 가운데 우리 국민의 정서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매해 오면서 호기심을 유발하는 제목으로 새로 지었다”며 “서구 프로그램과 닮은 오락 프로그램은 홍콩과 가까운 광둥지역에서 수입해오는 것이 대부분으로 공산주의 국가다 보니 소재를 다루는 데 제약이 있어 이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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