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시 탈출 컬투쇼’
정찬우·김태균, 방청객과 어우러진 톡톡 튀는 공개방송…청취율 1위 ‘신바람’
“하루에 딱 두시간, 최고의 쇼가 펼쳐집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에스비에스 11층 라디오 부스. 어김없이 개그맨 정찬우와 김태균이 방청객 3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스비에스 라디오 〈두시 탈출 컬투쇼〉(사진·연출 김찬웅)의 막을 열었다. 〈…컬투쇼〉는 모든 방송을 공개방송으로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이날도 11월 결혼을 앞둔 예비 부부, 임신 8개월 된 예비 엄마와 아빠, 천안에서 올라온 직장인 등 열혈 애청자들이 방청석을 지켰다.
방송이 시작되자, 실시간으로 휴대폰 문자와 인터넷 등으로 사연이 속속 올라온다. “때밀이 아저씨가 반만 밀고 어디론가 가버려 10분 동안 누워 있다”는 긴급 구조요청이 도착하자 “그러면 반만 까맣겠네요”라는 김태균의 애드리브가 보태졌다. 이어 김종국의 노래 〈제자리 걸음〉을 듣자는 김태균의 말에 정찬우가 “제자리걸음이면 러닝머신 위에 있는 거네요”라며 방청객을 또 한번 웃긴다. 이런 식으로 그들은 작가들이 건네주는 프로그램의 진행 순서와 사연을 재료삼아 방송 내내 애드리브로 살을 붙인다. 김주리 작가는 “정찬우씨가 돌발 멘트를 던지면 김태균씨는 그 말을 수습하는 구실을 한다”며 역할 분담을 설명했다.
〈…컬투쇼〉는 생방송 현장을 그대로 음성으로 전파한다. 이날의 초대 손님으로 마이크 앞에 선 방청객 하재경씨가 갑자기 휴대폰이 울리자 “방송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여과없이 방송을 탔다. 그가 능숙하게 대처하는 모습에 컬투도 웃음을 터뜨리며 “저분 우리한테 많이 배웠어요”라고 눙친다. 방송사고라고 할 만한 상황도 자연스러운 웃음거리로 삼는 〈…컬투쇼〉의 분위기 덕분이다. 방청객 중에 가수 이치현의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컬투는 “아빠 노래 하나 틀게”라며 이치현의 〈사랑의 슬픔〉을 내보내는 돌발 상황도 벌어진다. 이런 컬투의 모습에 웃고 떠드는 방청객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보태져 생방송 현장이 고스란히 전파를 탄다.
〈…컬투쇼〉는 시작한 지 1년 3개월 만에 같은 시간대 에프엠(FM) 청취율 조사(7월10~16일, 한국리서치)에서 11.9%로 1위를 기록했다. 어찌 보면 ‘막무가내 디제이’고, 어찌 보면 스포츠 해설자 뺨치는 생중계 진행자 몫을 맡아온 정찬우는 “가식적이지 않고 솔직한 방송을 하고 싶었다. 평상시에 쓰는 말을 그대로 썼고, ‘어제 술을 마셔서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친구처럼 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방송을 하다 보니 때론 비속어나 비하 발언이 나오는 등 위험 수위를 넘나들 때도 있었다. 김찬웅 피디는 “진행자들이 워낙 자유분방하다 보니 경고의 의미로 노란 때수건을 들거나 갑자기 음악을 트는 일도 종종 있었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글·사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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