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국내 최고의 애매한 표정’이라나요

등록 2007-08-23 19:56수정 2007-08-29 21:21

‘커프’ ‘만남의 광장’ 등 맹활약 조연 이한위
‘커프’ ‘만남의 광장’ 등 맹활약 조연 이한위
‘커프’ ‘만남의 광장’ 등 맹활약 조연 이한위
“꼭 약방의 감초라고 써야 해요? 감초가 싫다는 게 아니라 만날 그렇게 말하니까 지겹잖아요. 약방의 당귀, 약방의 고로쇠…. 이런 건 안될까요?”

수더분하고 웃긴 이웃집 아저씨를 고유명사로 말하면? 요즘이라면 분명 배우 이한위(46)씨 이름이 가장 먼저 꼽힐 법하다. 이한위는 요즘 한국 연기계 ‘최고 조연’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누비고 있다. 최근에는 개그맨 뺨치는 유머로 쇼프로그램 패널로도 최고 인기다. 지난해 찍은 영화만해도 〈미녀는 괴로워〉 등 8편이다. 요즘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의 정육점 주인 구씨, 영화 〈만남의 광장〉의 주민 종석으로 나오고 있다. “너무 많이 출연해 올해엔 일을 줄이려 했는데 (영화계가 불황이어서) 저절로 조정이 돼버렸다”고 우스개로 눙치지만 그의 활황세는 아직 시들 기미가 없다. “3년 전까지는 들어오는 대로 출연했지만 지금은 내키는 대로 해요.(웃음)”

“약방의 감초보다 약방의 고로쇠 어때요?
틀에 박힌 건 질색… 25년 연기하니 느낌 와”

한 감독은 이한위를 “국내 최고의 애매한 표정”이라고 추켜세운 적이 있다. “비법 같은 거 없어요. 애매한 연기는 그냥 애매한 느낌을 가지고 애매하게 해야죠. 별 거 없는 거예요. 25년 쯤 연기하니까 배우가 열심히 한다고만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오래 하다보면 힘 안 들이고도 ‘맞다’는 느낌이 와요.”

“코만 다시 하자.” 〈미녀는 괴로워〉에서 주인공이 성형 수술 뒤 붕대를 풀 때 의사역인 이한위의 이 대사는 감칠맛 나게 웃겼다. 묘하게 당황하고 허둥대는 기색을 과장하지 않고 버무린 덕이다. 23일 개봉한 새 영화 〈만남의 광장〉은 삼청교육대가 교육대인줄 알고 몰래 들어갔다가 탈출한 주인공 영탄이 엉겁결에 비밀을 감춘 오지 마을의 선생님이 되는 코미디인데, 여기서도 그의 엉뚱한 표정과 힘 조절한 추임새가 맛깔스럽다. “코미디 영화는 수다 떨고 놀며 찍어야 잘 나와요. 이미 임상실험을 끝내고 재차 실험에 들어간 결과예요. 파안(얼굴이 자유롭게 움직여야)이 되야 하니까 촬영은 봄과 늦가을이 적기죠.” 그는 과일 품평하듯 코미디를 말한다.

그는 그리 평범한 아저씨는 아니다. 1980년대에 귀를 뚫었다. “마음에 맞는 옷을 입는데 남들 보긴 진보적이거나 어이없겠죠.” 넉살 좋은 아저씨는 배우 이한위로 25년 살며 개발한 또 다른 자아일 뿐이다. “내성적이었는데 그게 불편했어요. 사람들 앞에만 서면 얼굴이 붉어지고…. 고쳐보려고 학교 때 일부러 반장한다고 손 들고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했어요. 담임이 찍어주는 대로 점수에 맞춰 정밀기계공학과로 대학 가서 내내 연극반 했던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죠. 4년 내내 붙어있으니까 주연, 연출, 회장 다 하게 됐어요. 외향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들은 더 재미난 걸 찾아 떠나버리는데 저는 재미가 없어도 다른 거 할 게 없으니 쭉 간 거죠.”


방송사 탤런트 공채도 내친김에 봤다. “15년 간 정체된 듯한 느낌 때문에 힘들었어요. 빨리 새로운 걸 하고 싶은데 별반 신뢰를 못받았어요. 그래도 되돌아보니 제가 못느꼈어도 그때도 성장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오랜 과정을 거친 뒤에야 빛을 봤기 때문일까? 그는 틀에 박힌 표현이라면 질색한다. 그런데 자신의 극중 이미지는 서민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답답하진 않을까. “저를 쓰는 이유가 있잖아요. 거기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연기를 해야죠. 원 바운드 볼도 확실하게 마무리해주고…. 한정돼 있지만 그 안에서 할 수 있음직한 것들은 자세하게 훑었다고 생각해요. 앵두식당, 중앙상회, 금천과일가게…. 간판을 볼 때마다 상투적이지만 존재감 있는 이름을 지을 때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을까 생각해요. 중요한 건 밀착감이죠. 단지 새롭기 위한 새로움은 엽기일 뿐이에요.”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