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선홍색
기괴한 상상력의 잔혹 멜로
짙은 선홍색(교 밤 11시) =잔혹하고 독특한 멜로 영화다. 멕시코 감독 아르투로 립스타인이 만든 이 영화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가는 기괴한 상상력으로 가득차 있다. 두 아이를 둔 코랄은 그야말로 볼품없는간호사다. 잡지에 실린 사교란을 통해 스페인 신사 니콜라스를 만나 단박에 사랑에 빠진다. 사실 니콜라스는 여자들을 꼬셔 사기치는 ‘제비’다. 그런데도 코랄은 니콜라스가 싫어할까 애들까지 버리고 결혼하겠다고 매달린다. 광기 어린 사랑에 매료된 니콜라스는 코랄을 받아들이고 이때부터 이상한 동업이 시작된다. 니콜라스가 사기칠 여성들을 둘이 함께 고르는데 질투를 참지 못한 코랄이 그 여성들을 죽이기까지 한다. 립스타인 감독은 이 슬프고도 웃긴 사랑 이야기를 탄광촌 등 황량한 풍경 속에 풀어낸다. 1996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촬영상·음악상을 받았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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