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황금 신부’ 허동구역 김경식
SBS ‘황금 신부’ 허동구역 김경식 “진정성 보여주려 진지하게”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신부의 삶과 사랑을 다룬 에스비에스 <황금 신부>(극본 박현주 연출 운군일 토·일 밤 8시45분)가 가족애를 잔잔하게 그려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누엔 진주역의 이영아, 진주의 남편 준우역의 송창의 등 주연 배우뿐만 아니라 김미숙, 강신일, 권해효, 흥은희 등 조연들의 맛깔스러운 연기가 큰 몫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코믹 연기로 극의 재미를 더 하고 있는 감초 연기자가 있다. 허동구역을 맡은 개그맨 출신의 김경식(37)이다.
동구는 꺼벙하고 철 없이 코믹한 캐릭터다. 세미(한여운)를 쫓아다니다가 그의 언니 원미(홍은희)를 좋아하게 된 뒤 조금씩 현실에 눈을 뜨며 철드는 인물이다. “좋아하는 여자의 언니와 사랑에 빠지는 게 이상해보일 수 있어서 동구라는 캐릭터에 진정성이 묻어나도록 애써요. 그래서 사랑 고백 장면에서는 덜 웃기더라도 진지한 모습으로 ‘제대로 가야겠구나’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극 중간 중간 웃음보를 터뜨리게 하는 익살스러운 코믹 연기를 하다가 갑자기 진지한 연기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는 마냥 웃기기만 한 단편적인 캐릭터가 아니라서 좋지만 여러 가지 감정을 오가는 연기가 힘들다고 했다. 그는 “슬픔을 잘 알아야지 기쁨이라는 감정을 좀 더 풍요롭게 연기할 수 있다고 봐요”라고 연기관을 내비쳤다.
그동안 드라마 <내사랑 팥쥐>, 시트콤 <점프> <아니 벌써> 등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이 작품을 통해 확실하게 “연기자로서 꼭지점을 찍겠다”는 각오로 몸을 던지는 연기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강에 뛰어들어가 사랑 고백을 하는 장면을 찍을 때에는 대역없이 한번에 끝냈다. 하지만 개그맨이라는 이미지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시청자들이 그의 연기를 개그로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그런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지난 7회분 노래방 장면에서는 짝사랑을 포기하고 군대를 가야한다는 복잡한 감정까지 무리없이 소화했다.
그는 연기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끼를 발산하고 있다. <출발 비디오 여행>의 ‘영화 대 영화’ 꼭지와 <탱자! 연예 뉴스>의 진행을 맡아 입담을 뽐내고 있다. 또 뮤지컬 제작자와 신인 개그맨 지도자로도 활동한다. 그런데 개그 무대에는 다시 서지 않는 걸까? 그는 “개그맨의 수명이 짧고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공개 코미디 프로에서 장기간 버텨내기가 쉽지 않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개그맨들이 다른 영역으로 무대를 바꿔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어 그는 “후배들이 잘 하고 있다. 난 다른 장르를 개척할 것이다. 지금은 무엇보다 내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걸 알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개그 무대에서 볼 순 없지만 연기자로 거듭난 그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을 듯하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 사진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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