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치스〉
케이블채널 XTM, 미 중산층 허위의식 풍자한 ‘더 리치스’ 10일 첫방영
“우리는 이제부터 아메리칸 드림을 훔쳐야 한다.”
미국 루이지애나 근교의 캠핑카에서 살고 있는 말로이 부부(에디 이자드, 미니 드라이버)와 세 아이들은 아일랜드계 떠돌이족의 일원이다. 이들은 길을 집삼아 살아가는 길바닥 인생이지만 평범한 붙박이 삶들을 경멸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죽은 리치 부부의 인생을 대신 살 기회가 주어지면서 어제의 경멸은 강렬한 욕망으로 바뀐다. 사기와 절도에 이골이 난 웨인 말로이는 가장으로서 결단을 내린다. 이제는 아메리칸 드림을 우리 것으로 훔쳐 새 인생을 살아보자고 가족들을 이끈다.
케이블 채널 엑스티엠(XTM)에서 방송하는 드라마 〈더 리치스〉는 훔친 아메리칸 드림을 통해 거짓으로 일구어낸 미국 중산층의 욕망과 삶을 풍자한다. 미국 에프엑스(FX) 채널에서 2007년 3월부터 6월까지 방송됐던 12부작 시리즈다. 상류층의 삶에 끼어들기 위한 가족사기극의 앞부분은 가파르면서도 어이없이 쉽게 넘어간다. 아버지는 변호사 행세를 하며, 어머니는 거짓말을 둘러대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넣고, 온가족이 합심해 유럽에서 건너온 목사가족으로 꾸며 사회보장 번호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세상은 아슬아슬하게 속아주고 가족의 거짓말 솜씨는 늘어간다. 그런데 거짓의 걸상을 딛고 상류계급 이웃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자 더 큰 거짓이 보인다. 겉보기에는 자상하지만 오랫동안 섹스리스 부부로 살아온 이웃, 다른 이들의 사진에 총을 쏘기를 좋아하는 부동산 회사 사장, 자살하는 치과 의사의 인생은 떠돌이 생활보다 딱히 나을 것도 없다. 그래서 중반을 넘기면서 이 드라마 시리즈는 말로이 가족의 거짓말과 함께 미국 중산계급의 거짓말도 중의적으로 풍자한다.
영국 코미디언 에디 이자드가 주연을 맡아 거짓말이 일상화된 사회의 모습을 풍자한 블랙코미디지만, 미국 사회 바깥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유쾌한 희극이라기보다는 비극처럼 보인다. 웨인의 아내, 달리아 역으로 미니 드라이버가 2007 에미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 3일 도입편이 방송됐으며, 오는 10일 밤 1회를 시작으로 12회 동안 매주 월요일 밤 12시에 방송된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채널 엑스티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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