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명중 감독
17년만에 돌아온 하명중 감독
김기영, 유현목, 이두용, 임권택 감독들의 영화에서 굵은 눈썹을 꿈틀거리며 사회적·존재론적 문제를 고민하던 주인공, 배우 하명중을 기억하는지? 1984년 영화 〈땡볕〉으로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감독 하명중은 어떤가? 하명중(60) 감독이 12일 개봉하는 새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로 17년 만에 돌아왔다.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작가 최인호의 소설이 원작이다. 세 아이를 홀로 키웠지만 결국 외롭게 남은 어머니(한혜숙)를 할아버지가 된 작가 아들 최호가 회상하는 이야기다. “생명체를 내놓고 모태는 쭈그러들고 메마르지. 결국 나는 어디서 왔는가에 대한, 사랑의 원형에 대한 이야기야.” 앞선 그의 영화 속 여성 주인공들이 세상 부조리에 상처난 땅빛 여자들이었던 데 비해 어머니는 곱기만 하다. “어머니는 만날 청승맞게 그려져. 내 영화 속에선 첫사랑 같은 마음속의 어머니야. 그러니 고귀하고 아름다워야 해.” 그는 “여자 말이라면 무조건 믿는다”고 말했다. “어머니가 나를 낳고 2년 뒤에 돌아가셨어. 어린 걸 고모할머니가 희생해 가며 보듬어 키웠거든. 남편으로서도 나는 영화만 아는 에고이스트인데 아내는 그게 좋은가봐.” 어머니를 떠올리는 늙은 아들, 최호의 노년 역을 직접 연기까지 했다. “워낙 늙은 역이라 아무도 안 하겠대. 에라 모르겠다 그러고 내가 했지. 엔지(실패 컷)를 20번도 더 했어.”
그는 성우를 지망하던 친구 따라갔다가 1965년 한국방송 탤런트 공채에 합격했고, 이듬해 드라마 〈연화궁〉으로 청춘스타가 됐다. 홍콩 제작사 쇼브러더스가 그를 캐스팅해 영화 데뷔작은 홍콩 영화 〈십이금전표〉이다. “영화는 문예성 있거나 친한 사람 것만 했어. 유현목 감독의 〈사람의 아들〉은 정말 명작이었어. 주인공 맡아서 옷이며 소품이며 내가 다 구했지. 이두용 감독의 〈최후의 증인〉은 아예 장소 구할 때부터 같이 다녔어. 좋은 영화는 정말 죽기 살기로 했어. 그런데 난 재능이 없는 배우였어. 연기는 기술인데 나는 그게 없이 미쳐서 한 거야. 그냥 혼을 빼놓은 거지.”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건 그는 대종상 남우주연상을 두 번이나 받았고 자존심도 꼿꼿하다. “나는 광고 모델은 안 했어. 난 딴따라지 샌드위치맨(인간 광고판)이 아니야. 영화에서 얻은 부가가치로 왜 다른 데 가서 돈을 벌어? 그건 도둑이라고 생각해. 광고로 큰돈 벌려면 영화 출연료를 받지 말든가.”
새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 12일 개봉
본인은 주연, 큰아들 조연, 둘째는 프로듀서
“1년에 한편씩 만들 것…어디 한판 붙어보자 ” 배우로서 정점에 섰을 즈음 그는 〈엑스〉(1983년)를 내놓고 감독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보들의 행진〉 등으로 천재로 불렸던 친형 하길종 감독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그에게 “너만 감독한다면 내가 카메라 감독을 맡아주겠다”고 말했다. 그가 출연한 〈느미〉의 김기영 감독도 그를 부추겼다.
〈엑스〉는 기지촌 여성 문제를, 〈땡볕〉은 일제 강점기 척박한 삶을, 〈태〉는 섬 주민을 속이며 착취하는 지주의 횡포를 그렸다. “지주는 전두환이 모델이었어. 필름에 손 댈까봐 베를린으로 도망을 쳤지.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여기저기 자르는 조건으로 상영하게 해주겠대. 차라리 내 몸에 칼을 대라 그랬어. 어떻게 안 잘리고 개봉을 하긴 했는데 극장에 경찰이 깔리니까 관객이 안 드는 거야.” 이후 소년가장의 수기를 바탕으로 〈혼자 도는 바람개비〉를 만들고 나니 주머니기 비어갔다. 장기적인 자금을 마련하려고 외화 〈플래툰〉 〈시네마천국〉 〈길버트 그레이프〉 등을 수입하는 한편 뤼미에르극장을 서울 강남에 세웠다. 영화는 거의 집안 내력이다. 부인 박경애씨는 뤼미에르극장 경영자다. 맏아들 상원(34)씨는 영화사 아이에이치큐 기획팀장인데, 이번 영화에서 최호의 청년 시절을 연기해 아버지와 아들이 한 캐릭터의 청년기와 노년기를 나눠 연기하게 됐다. “오디션 1·2차에 내가 안 들어가서 신청한 줄도 몰랐어. 연극을 한 적이 있으니까. 단역으로 참여하고 싶었던 거래. 어차피 노년을 내가 하니까 닮은 상원을 캐스팅하자고 하더라고. 주인공을 시키면 못한다는 애를 내가 꼬셨는데, 참 잘했어.” 둘째아들 준원(31)씨는 〈괴물〉의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한 작가로 감독지망생이다. 이번 영화에선 프로듀서를 맡았다. 하 감독은 이번 영화로 “내 인생의 2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동안 쉰 게 아니야. 이제 뤼미에르 극장도 그만두고 1년에 한 편씩 만들고 싶어.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새로운 영화야. 어디 한판 붙어보자고.”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본인은 주연, 큰아들 조연, 둘째는 프로듀서
“1년에 한편씩 만들 것…어디 한판 붙어보자 ” 배우로서 정점에 섰을 즈음 그는 〈엑스〉(1983년)를 내놓고 감독으로 방향을 틀었다. 〈바보들의 행진〉 등으로 천재로 불렸던 친형 하길종 감독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그에게 “너만 감독한다면 내가 카메라 감독을 맡아주겠다”고 말했다. 그가 출연한 〈느미〉의 김기영 감독도 그를 부추겼다.
〈엑스〉는 기지촌 여성 문제를, 〈땡볕〉은 일제 강점기 척박한 삶을, 〈태〉는 섬 주민을 속이며 착취하는 지주의 횡포를 그렸다. “지주는 전두환이 모델이었어. 필름에 손 댈까봐 베를린으로 도망을 쳤지. 공연윤리위원회에서 여기저기 자르는 조건으로 상영하게 해주겠대. 차라리 내 몸에 칼을 대라 그랬어. 어떻게 안 잘리고 개봉을 하긴 했는데 극장에 경찰이 깔리니까 관객이 안 드는 거야.” 이후 소년가장의 수기를 바탕으로 〈혼자 도는 바람개비〉를 만들고 나니 주머니기 비어갔다. 장기적인 자금을 마련하려고 외화 〈플래툰〉 〈시네마천국〉 〈길버트 그레이프〉 등을 수입하는 한편 뤼미에르극장을 서울 강남에 세웠다. 영화는 거의 집안 내력이다. 부인 박경애씨는 뤼미에르극장 경영자다. 맏아들 상원(34)씨는 영화사 아이에이치큐 기획팀장인데, 이번 영화에서 최호의 청년 시절을 연기해 아버지와 아들이 한 캐릭터의 청년기와 노년기를 나눠 연기하게 됐다. “오디션 1·2차에 내가 안 들어가서 신청한 줄도 몰랐어. 연극을 한 적이 있으니까. 단역으로 참여하고 싶었던 거래. 어차피 노년을 내가 하니까 닮은 상원을 캐스팅하자고 하더라고. 주인공을 시키면 못한다는 애를 내가 꼬셨는데, 참 잘했어.” 둘째아들 준원(31)씨는 〈괴물〉의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한 작가로 감독지망생이다. 이번 영화에선 프로듀서를 맡았다. 하 감독은 이번 영화로 “내 인생의 2기가 시작됐다”고 말한다. “그동안 쉰 게 아니야. 이제 뤼미에르 극장도 그만두고 1년에 한 편씩 만들고 싶어.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새로운 영화야. 어디 한판 붙어보자고.”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