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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블로그] 한국 아나운서 자화상

등록 2007-09-10 16:04

김남일-김보민 커플, 결혼 기자회견 - 3년간의 열애끝에 오는 12월 8일 결혼하는 김보민-김남일 커플이 4일 오후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공식 결혼발표 기자회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일-김보민 커플, 결혼 기자회견 - 3년간의 열애끝에 오는 12월 8일 결혼하는 김보민-김남일 커플이 4일 오후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공식 결혼발표 기자회견에서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7일 공교롭게도 아나운서 2명에 대한 진풍경이 연출됐다.

# 장면 1 김보민 KBS 아나운서. 축구선수 김남일과의 결혼 발표를 하면서 "온 국민이 파파라치 같았다"고 말했다.

# 장면 2 고 송인득 MBC 아나운서. 제34회 한국방송대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받았다. 중학생 딸과 MBC 성경환 아나운서국장이 대리 수상 했다.

얼핏 별개의 뉴스같은 소식을 하룻동안 접했다. 어찌나 개탄스러웠는지 모른다. 한국 아나운서의 현 주소를 말해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먼저 김보민 아나운서. 그녀가 인기 축구스타와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본인 자유다. 포스트 모더니즘 사회에서 개인의 행복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 하지만 공인으로서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어야 한다. 그녀는 DJ를 맡고 있는 프로그램에서 청취자가 묻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와 김남일 선수가 사귈까요, 안 사귈까요? 정답은 모릅니다."

KBS는 공영방송이다. 또한 현직 기자들이 밝힌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이기도 하다. 막강한 공익성과 영향력 아래 있는 공채 아나운서가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전혀 공인답지 않게 이용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본인 연애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사적으로 이용했는가? 기자 회견에서 본인 연애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온 국민을 관음증 환자로 매도하는가? 공적, 사적으로 온갖 생색은 다 내고 관심 갖는 대중의 호기심은 범죄인 양 취급했다. 똑같은 상황의 유재석을 봐라. 당당히 밝히고, 조심스럽게 사적인 일이이라며 본인의 연애사가 노출되는 게 호들갑스럽게 보일까 걱정된다며 시청자와 팬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스포츠 전문 고 송인득 아나운서
스포츠 전문 고 송인득 아나운서
다음 고 송인득 아나운서. 케이블 방송이 본격화되기 전만 하더라도 공중파의 스포츠 중계는 흔했다. 초등학생 시절, 토요일 방과 후 오후 2시 각 방송사의 야구 중계는 일주일의 즐거움이었다. 그 중에서도 송인득 캐스터는 자신의 선수 경험을 바탕으로 허구연 위원과 함께 심도 있고 명확한 해설로 많은 야구 팬의 사랑을 받았다(그의 메이저리그 중계는 폄하하는 이들도 있지만). 야구 뿐 아니라 축구, 양궁, 마라톤 등 내가 기억하는 중계만 하더라도 호들갑스럽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충실했다. 그가 기록한 야구 노트는 한국야구위원회에 기증되기도 했다. 불과 50도 안 된 나이에 원로들이 받는 공로상을 수상했다. 장례식 날 허구연 위원이 보낸 추모사를 읽으면 아직도 눈가가 뜨겁다. 그가 임주완 아나운서처럼 MBC ESPN으로 이동했다면 좋아하던 야구 중계도 하고, 건강도 관리하면서 나같은 야구팬 곁에 오래 남아 있었을텐데 아쉽다.

아나운서의 예능 프로그램 진출을 반대하지 않는다. 재벌가 며느리가 되든, 스포츠 스타 아내가 되든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건 개인의 능력 발휘다. 매달 꼬박꼬박 수신료 받는 방송국에서 일하면서도 자신이 공인인지 아닌지도 분간 못 하고, 스스로를 특성화하지도 못한 채 국민과 시청자를 우롱하는 아나운서, 과연 필요한지 의문이다. 뉴스는 기자가 진행하고, 예능 프로그램은 개그맨 출신 MC가 맡고,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성우가 담당하면 충분하지 않은가? 존경하는 몇 안 되는 아나운서마저 세상을 뒤로 해 안타까운 마음에 적어 봤다.

붙임. 앵커는 뉴스 진행자다. 아나운서가 할 수도 있고 기자가 할 수도 있다. (방송국 관계자가 아니라 이유는 잘 모르지만) 남자 앵커는 기자 출신이, 여자 앵커는 아나운서 출신이 주로 맡는다. 엄기영, 정동영, 박영선은 기자 출신이다. 김주하는 아나운서였지만 사내 시험을 통해 기자가 됐고, 김경란, 황현정은 아나운서 출신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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