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래
"결국 의사 선생님의 말이 맞았습니다. 제가 휠체어를 타고 밝게 웃으며 춤출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기적이었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가수 강원래씨는 11일 고려대 공학관에서 열린 공과대학 교양강좌에서 `나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학창시절과 연예계 활동 및 일화, 사고 이후의 삶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놨다.
휠체어를 타고 강단에 올라선 강씨는 밝은 표정과 재치있는 입담으로 강연 초반 학생들의 웃음을 자아냈지만 자신의 운명을 바꿔놓은 교통사고 대목에 들어서자 무거운 목소리로 당시를 회상했다.
강씨는 "일반 병실로 옮기던 날 방송과 취재진, 연예인 동료와 친구들이 구름처럼 몰려왔다. 경상도 출신의 무뚝뚝한 아버지가 화를 내며 다 쫓아낸 뒤 저에게 눈물을 보이며 `죽을 때까지 걷지 못한단다. 마음 단단히 먹어라'고 했을 때 제 기분이 어땠겠냐"며 당시 좌절감을 전했다.
그래도 `설마'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았던 강씨는 "기적이라면 당연히 제가 두발로 일어나 걷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사는 `휠체어 타고 춤추는 게 기적입니다'라고 해 화가 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강씨는 그러나 "제게 힘을 줄 사람은 의사나 팬이 아니라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었다. 주변에 휠체어타고 농사짓는 사람도 만났다. 휠체어를 타고 무엇을 할 수 있다는 게 중요했다. 나도 손으로 운전하는 법을 배워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며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서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라디오 진행 등을 맡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찾아갔던 강씨는 남성듀오 `클론'으로 복귀해 휠체어 댄스를 선보인 뒤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의사의 말이 `소박한 기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강씨는 강연을 마무리하기 전 "장애인이라는 게 별 것 아니다. 조금 불편하고 느리게 사는 사람들일 뿐"이라며 "내 자신이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세상도 날 그렇게 본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탈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강씨는 황우석 박사의 연구조작 파문에 대한 질문을 받자 "0%의 가능성으로 살다 황 박사를 만나 0.001%의 가능성이라도 얻었다. 불치병 환자나 가족들은 아직도 그 꿈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황 박사 1명에게 그 꿈을 기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뤄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한편 강씨는 황우석 박사의 연구조작 파문에 대한 질문을 받자 "0%의 가능성으로 살다 황 박사를 만나 0.001%의 가능성이라도 얻었다. 불치병 환자나 가족들은 아직도 그 꿈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황 박사 1명에게 그 꿈을 기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강연에 참석한 학생들에게 자신의 꿈을 이뤄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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