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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말을 잃은 50대 가장들, 입을 열다

등록 2007-09-12 21:01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SBS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16일 방영…사회·가족으로부터 소외 생생
“집은 거북하고, 사회는 나에게 등을 돌렸다.”

에스비에스 스페셜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16일 밤 11시5분)는 출구없는 50대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통계청이 밝힌 우리나라 평균 일자리 퇴직연령은 53살(2007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이다. 50대 남자들의 술자리에 가면 경제성장 세대로 평균 21년을 일해왔으나 경제력을 잃고, 사회적 관계도 줄어든 데다 집에 가면 ‘황혼 이혼’이 기다린다는 종류의 신세한탄이 가득하지만 그들끼리의 이야기일 뿐이다. 문제는 이들이 ‘강한 남자’를 기대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가족들에게 자신의 불안을 드러내거나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제작진은 말을 잃은 50대 한국 남자들의 속내를 듣기 위해 동창회, 부부모임, 문화소모임, 시민단체처럼 나이든 남자들이 있을 법한 여러 자리를 찾아나섰다. 10년 전부터 비슷한 문제를 겪어온 일본 남자들의 해법을 듣기 위해 도쿄, 후쿠오카, 오사카 등지를 뒤지기도 했다. 황혼 이혼 급증으로 연금법이 바뀌고, 이혼보다는 낫다며 아예 각방을 쓰는 중년부부를 위한 주택을 분양하는 일본이지만, 몇몇 눈치 빠른 남자들은 “아내의 등판 위에 붙어있는 젖은 낙엽같은 우울하고 추한 자신들의 모습”을 인정하는 쪽을 택했다고 한다.

지난 3월부터 한·일을 넘나들며 6개월 동안 작업한 남자 100여명의 이야기를 30분 분량 테이프 200편에 방대하게 담았다. 이른바 ‘대한민국 50대 남자 보고서’이다. 일본 남자들의 사례와 일찍 불행에 직면한 한국 남자들의 자기고백적 육성을 통해서 행복의 질이 생산성을 넘어서는 것임을 보여준다. 홍순철(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피디는 취재 끝에 “인생을 50대에서 끝맺을 것이 아니라 자기 엔진을 새롭게 가동하려면 결국 부부, 자식, 자신과의 관계 회복이 열쇠가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물론 일자리에서 밀려났지만 경제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부분의 50대에게는 먹고 사는 문제가 시급해 가족과의 소통이 후순위일 수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한 대목에서 집단 대화법을 통해 50대 남자들이 소외감과 외로움, 박탈감을 호소하자 여자들이 “처음으로 당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했다”는 발언은 귀기울일 만하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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