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
SBS, ‘조강지처 클럽’ 29일 방영…오현경씨 안방극장 복귀 주목
아내들이 화났다. 남편이 곧 자신이며, 남편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 여겨 온 아내. 그래서 술을 거르고 나면 나오는 지게미(조)와 쌀겨(강)로 끼니를 잇는 것도 마다 않던 아내. 끝 모를 인내심 하나로 버텨 온 그들이 끝내 폭발했다. 도화선은 역시나 남편의 바람이다.
아버지도 화났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그 모든 짐을 지고 온 아버지. 자식과 아내를 바다 건너 먼 곳으로 떠나보내고 짝 잃은 외기러기처럼 홀로 남아 ‘돈 버는 기계’를 자처하던 아버지. 언제까지고 묵묵히 버텨낼 것 같던 그가 심한 혼란에 빠졌다. 아내의 배신이 단초다.
에스비에스가 이들의 얘기를 담은 주말 드라마 〈조강지처 클럽〉(밤 9시55분)을 29일부터 방송한다. 〈파리의 연인〉 〈루루공주〉 〈사랑에 미치다〉 등을 연출한 손정현 피디와 〈정 때문에〉 〈애정의 조건〉 〈소문난 칠공주〉 등을 쓴 문영남 작가가 손을 잡았다. 에스비에스가 이 시간대에 방송한 드라마는 16부작이나 20부작이 주였지만, 〈조강지처 클럽〉은 80부작 이상의 긴 호흡을 이어갈 것이라고 한다.
제목만 보면, 골디 혼 등이 출연했던 같은 제목의 1996년작 할리우드 영화처럼 코미디물 냄새가 난다. 등장인물 이름도 그렇다. 한복수, 나화신, 길억, 이기적, 한심한, 복분자…. 하지만 코미디와는 거리가 있다는 게 연출자의 설명이다. 손 피디는 “‘부부는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총체적인 대답을 2007년판 버전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라며 “많이 웃고 많이 울 수 있는, 재미와 감동을 주는 드라마가 될 것으로 자신한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사실 소재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기본 뼈대를 이루는 불륜과 복수는 닳고 닳은 소재다. 등장인물 간 관계는 얽히고 설킨다. 친구이자 시누이·올케 사이인 한복수(김혜선)와 나화신(오현경)이 남편의 외도에 분노하며 ‘조강지처 클럽’을 결성하고 복수에 나서는 두 주인공이다. ‘기러기 아빠’인 길억(손현주)은 아내와 바람난 상대남의 부인인 한복수와 애틋한 정을 키워간다. 이것만 놓고 보면 전형적인 통속 드라마의 요소는 다 갖췄다. 관건은 역시 얼마나 맛깔나게 버무리느냐다. 일단 〈장밋빛 인생〉 〈애정의 조건〉과 같은 전작에서 불륜을 소재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문 작가가 소매를 걷고 나선 만큼, 다소 자극적이면서도 확실한 맛은 기대해도 좋을 법하다.
10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오현경(사진)은 벌써부터 큰 관심을 모은다. 오현경은 “사실 아직까지도 다시 연기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크지만 이제는 ‘연기로 풀어낼 때’라는 주위 분들의 판단을 믿고 복귀 결심을 내리게 됐다”며 “이제는 예쁜 표정을 짓는 역할보다는 내 나이에 맞는 아주머니 역이 나로서도 연기하기 수월하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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