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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30대 남녀, ‘태왕사신기’ 흥행의 주역”

등록 2007-09-25 09:21수정 2007-09-25 14:51

50-60대 고정 층 제치고 30대 시청률이 1위

MBC TV의 '태왕사신기'(극본 송지나ㆍ박경수, 연출 김종학ㆍ윤상호)의 제작진은 이 달 초 첫 방송을 앞두고 어느 연령층이 호응할 것인지 적잖이 걱정했다.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작비를 투입했던 만큼 흥행 성공의 부담이 컸던 데다 시청자의 반응을 예측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이하 CG)과 신화를 바탕으로 한 복잡한 스토리가 과연 안방 시청자에게 제대로 먹힐지도 미심쩍었다.

김종학 PD는 방송을 앞두고 "화려한 영상에 익숙한 게임 세대는 이 드라마를 상당히 좋아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PD는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으며, 국내에서 이런 드라마를 시도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싶다"며 미리 시청률에 대한 부담을 떨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제작진이 가장 걱정했던 대목은 이 드라마가 전통적인 사극 시청자층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대개 사극 시청률은 50대 이상 성인의 관심도에 따라 좌우된다. 하지만 '태왕사신기'는 CG와 이야기 전개상 젊은 층의 기호에 더 잘 맞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젊은 층도 TV를 직접 시청하기 보다 '인터넷 다시보기' 등으로 드라마를 접하는 추세인 탓에 이들의 호응도는 좀처럼 시청률로 연결되지 않는다. 최악의 경우 사극이라는 이유로 젊은 층이 이 드라마를 외면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나자 제작진의 우려는 기우였다.

드라마는 11일 첫 방송에서 단숨에 전국 평균 가구 시청률 20.4%를 기록하는 등 초반부터 강세였다. 19일 4회에서는 시청률이 무려 31.7%(이상 TNS미디어코리아 집계)에 달했다.


특히 젊은 층이 기대 이상의 관심을 보였다. 남녀 30대가 이 드라마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중장년층이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30대의 지원 덕분에 거침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드라마의 1~5회 성ㆍ연령별 개인 시청률을 살펴보면 30대 여성이 22.5%(이하 AGB닐슨미디어리서치 집계)로 가장 높다. 50대 여성(12.4%), 60대 이상 여성(9.0%)과 두 배 안팎의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

물론 MBC TV '대장금'과 '주몽' 때도 30대 여성이 각각 38.4%와 29.7%로 가장 높은 시청률을 보인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40~60대 여성층에서도 30대의 수치에 근접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태왕사신기'와는 상당히 다른 양상이었던 셈이다.

남성 시청자층을 살펴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30대 남성은 남성의 연령별 시청률에서 15.0%로 다른 시청자층을 제치고 1위에 우뚝 섰다. 50대와 40대 남성은 각각 11.7%, 10.2%로 뒤를 이었다.

이는 여성 시청자층에서 30대가 보인 약진 보다 더욱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남성의 사극 시청률에서는 60대 이상이 독보적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KBS 1TV '불멸의 이순신'(23.8%)과 MBC TV '신돈'(10.1%)은 물론 최근 화제작 KBS 1TV '대조영'(25.5%)까지 대부분의 사극에서 60대 이상 남성은 높은 시청률로 선두를 달렸다.

30대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것은 화려한 영상과 신선한 스토리 덕분인 것으로 분석된다. 제작비 430억 원을 들어간 이 드라마는 대작 영화를 방불케 하는 컴퓨터 그래픽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게임과 소설 등에서 접할 수 있던 판타지 이야기 구조가 본격적으로 시도됐다.

특히 '영상이 훌륭하니 작은 크기의 인터넷 창보다는 TV 화면으로 즐겨야 한다'는 인식이 시청률 상승세에 탄력을 더하고 있다.

본방송 대신 인터넷과 케이블로 드라마를 즐겼던 젊은 층이 TV 앞으로 몰려들면서 인터넷 다시보기가 잠식했던 시청률을 탈환한 것.

대중문화 평론가 최영균 씨는 "사실 '태왕사신기'는 사극이라기보다는 판타지 드라마에 가깝다"면서 "전통적인 사극 시청자층 보다는 할리우드 영화의 CG에 익숙하고 관심이 있는 세대에게 적합한 드라마"라고 말했다.

그는 "10~20대도 30대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지만 늦은 시간에 집에서 편하게 TV를 볼 수 있는 여건이 아니며 30대는 방송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 이 드라마와 관련된 화제성 정보를 많이 접했다"면서 "30대는 TV와 인터넷 다시보기를 동시에 향유할 수 있는 세대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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