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라디오스타’
‘2인자들에게 기회’ 애초 의도 무색…인신공격·막말 난무 ‘막장 방송’ 물의
문화방송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는 예능 세계의 냉정한 현실이 엿보인다. 모든 진행자가 ‘1인자’(메인 진행자)의 자리에 오르려고 서로를 헐뜯고, 밟으며 경쟁하는 모습이 그렇다. 상대방을 깔아뭉개고 내가 주목받아야 도태되지 않는 분위기는 ‘약육강식’의 현대사회를 옮겨놓은 것 같은 씁쓸함마저 준다.
지난 5월30일 ‘라디오스타’는 진행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프로그램을 끌어가는 신선한 시도로 출발했다. 매회 초대 손님이 나오는 토크쇼의 형식에 진행자들이 메인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는 새로운 설정을 버무렸다. 몇몇 스타급 진행자가 쥐락펴락하는 예능프로그램에서 신정환, 김구라, 윤종신 등 ‘2인자’들에게 기회를 주어 시청자들의 기대도 컸다. 그러나 지나치게 ‘경쟁’이라는 구도에 집중하면서 모든 진행자가 인신공격성 말과 행동을 쏟아내는 등 ‘막장 방송’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디오스타’ 진행자들은 방송시간 동안 메인 자리를 놓고 다툰다. 이 과정에서 모든 출연자는 상대방의 말을 끊고, 서로의 약점을 끄집어낸다. 살아남으려면 이런 ‘비방 방송’을 해야 한다. 조용히 있다간 도태되기 때문이다. 초창기 진행자였던 신동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못했다. 신동 대신 투입된 김국진은 처음부터 대본을 집어던지며 멱살을 잡았다. 10월3일 방송에선 초대 손님인 크라운 제이의 멱살을 잡기도 했다. 반말에 인격모독성 발언도 넘쳐난다. 특히 인터넷 방송에서 독설가로 명성을 떨친 김구라는 매주 위험한 발언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6일 방송에서는 편한 옷을 입고 온 초대 손님 봉태규에게 “거지 같은 옷을 입고 왔다”는 식의 표현을 했고, “주인공 할 얼굴이 아니다”며 외모를 비하하기도 했다. 초대 손님의 말을 막는 등 꿔다놓은 보릿자루 취급하는 건 기본이다.
시청자들도 첫 회부터 꾸준히 이런 문제를 지적해 왔다. 시청자 강은교씨는 “자연스런 방송을 추구하는 건 좋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과도한 자연스러움은 시청자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고, 한상현씨는 “선배 등 서로에게 막 대하는 모습을 청소년들이 보고 배울까 두렵다”며 방송의 영향력을 꼬집었다. 신준식씨는 “진정한 리더십은 상대방을 헐뜯는 말속에서 나오지 않는다. 다정한 이미지의 김국진의 변화가 안타깝다”고 충고했다.
‘라디오스타’의 이런 비방 방송이 프로그램의 재미라고 말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제작진 또한 토크 시트콤으로 편안하게 봐 달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수요일 밤 11시라는 황금시간대에 지상파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지나친 부분을 돌아보고 조절할 필요성은 있지 않을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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