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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왕과 나’ 한다민 “중전 맡아 영광이죠”

등록 2007-10-10 14:32

어진 공혜왕후 역 무난히 소화하면서 주목

어디서 본 듯하다 했더니 MBC TV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자뻑 하림'(김동욱 분)의 애간장을 녹였던 연애의 '선수' 별이었다. 그러고보니 화려한 가체만 벗으면 그 깜찍하고 영악했던 별이의 모습과 겹쳐진다. 톡톡 튀는 신세대의 전형이었던 별이가 어질고 착한 중전으로 변해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SBS TV '왕과 나'에서 성종의 비인 공혜왕후로 출연 중인 한다민(24)이 그 주인공이다.

8일 '왕과 나' 방송 직후 인터넷에서는 한다민이 인기 검색어로 떠올랐다.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릴 정도로 착하고 측은하게 그려진 중전을 그가 똑 부러지게 소화해냈기 때문이다. 쟁쟁한 연기자들이 즐비한 '왕과 나'에서 중전은 자칫 묻힐 수 있는 역. 그러나 한다민은 기죽지 않고 한땀한땀 소신껏 연기를 펼쳤고 그 결과 시청자들은 "중전의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며 그를 주목했다.

9일 오후 경복궁 촬영을 위해 광화문을 찾은 한다민을 만났다. 분장을 하기 전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별이었다. 그는 전날 방송에서의 연기를 칭찬하자 기자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쑥스럽게 미소지었다.

"워낙 대선배님들과 연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많이 긴장해요. 전광렬, 양미경, 전인화 선배님 앞에서 연기를 할 때는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수없이 외웠던 대사를 싹 까먹기도 하죠. 너무 떨려요.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그가 특히 주목받은 것은 차분한 발성과 또렷한 발음 때문이다. 신인답지 않게 대사 처리가 매끄러워 신뢰감을 주는 것. 덕분에 성종을 향한 해바라기 사랑과 대통을 잇기 위해 후궁을 들이자고 앞장서는 그의 안타까운 처지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이 된다.

"평소 사극을 무척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 실력으로 과연 소화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죠. '왕과 나' 출연 제안이 왔을 때 갈등을 많이 했어요. '진짜 잘됐다' 싶으면서도 '이제 큰일 났다' 하는 감정이 교차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사극을 통해 연기뿐만 아니라 삶을 배우고 있어요. 선배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바가 아주 많아요. '연기라는 게 저런 맛이 있구나' 싶기도 하고, '저렇게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물론 중전을 맡아 영광이구요."


공혜왕후는 영의정 한명회의 둘째딸로, 1467년(세조 13) 세조의 손자인 자을산군(者乙山君:뒤의 성종)과 가례를 올렸다. 1469년 자을산군이 예종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자 왕비로 책봉되었다가 1474년 병으로 인해 19세의 나이로 소생 없이 생을 마친 인물이다. 사료에도 어질고 덕이 많은 인물로 기록된 공혜왕후는 '왕과 나'에서 왕실과 대의를 생각하는 착한 중전으로 그려지고 있다. 자신에게 후사가 없는 것을 죄스러워하며 소화(훗날 폐비 윤씨)를 후궁으로 들여 왕실의 대통을 이어야 한다고 왕실 어른들을 설득하는 것.

"연기를 하면서도 가끔 울컥할 때가 있어요. 이 사람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거죠. 너무 불쌍하고 측은하게 여겨져요. 성종이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음에도 그에게 사랑을 보내고 왕실의 대통을 잇기 위해 쉽지 않은 판단을 하잖아요."

톱스타 김태희와 닮은 마스크로 인터넷에서 회자되기도 했던 한다민의 본명은 함미나. 예명 '한다민'의 뜻은 '크게 다 밀어준다' '한다면 한다' 는 등의 뜻을 내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이제껏 연예인계에서는 없었던 이름이라는 점에서 택했다. 연예계에 입문한 과정도 예명만큼 개성 있다.

올해 경희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한다민은 대학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연기자에 관심이 없었다.

한영외고 출신으로 모범생 소리를 들었던 그는 "드라마나 영화도 즐기지 않았고 연기자라는 직업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외고에 진학한 후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 성적은 별로 안 좋았지만, '귀밑 머리 3㎝' 교칙 등을 철저하게 따르는 성실한 학생이었다"며 웃었다.

그 시절 그는 돗수 높은 두터운 안경, 짧은 헤어스타일에 무엇보다 지금보다 14㎏ 정도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그의 말에 따르면 "절대로 연예인이 될 수 없었던" 외모였다.

"대학에 입학한 후 외모를 가꿨죠. 살을 뺐고 렌즈를 착용하기 시작했어요. 머리도 길렀구요. 저를 알던 모든 사람들이 변신한 저를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네가 원래 예쁜 얼굴이었구나'라고도 하더군요.(웃음) 그때 지금의 매니저에게 발탁이 됐어요."

2년여의 트레이닝을 거쳐, 광고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그는 KBS '서울 1945'와 MBC '있을 때 잘해' 등을 통해 연기를 단련했다.

"내성적인 성격이고 낯도 많이 가려요. 그래서 처음에는 오디션도 못 보겠더라구요. 포기할까도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오기가 생겼습니다. 연기를 전공한 것도 아니고 이제 시작하는 입장이라 연기에 대해 아는 게 없어요. 하지만 그때그때 제게 주어진 역할을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해내겠다는 각오입니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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