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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케이블TV 잇단 ‘데이 편성’의 명암

등록 2007-10-13 09:40수정 2007-10-13 09:43

인기 시리즈물이나 특정 장르의 프로그램을 한데 묶어 하루 종일 방송하는 케이블TV의 '데이 편성'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미드'(미국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데이 편성'이 인기를 끌자 드라마, 스포츠 등 다른 장르에서도 앞다퉈 모방하고 방영 시간도 파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데이 편성'은 이제 하나의 새로운 흐름으로 바뀌어 진화하고 있다.

◇일등공신은 '미드'

'데이 편성'은 인기 시리즈물이나 특정 장르의 프로그램을 묶어 하루 가까이 방송하는 것으로,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지향하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섣불리 시도할 수 없는 케이블TV만의 차별적인 편성 전략이다.

보고 싶어하는 미국 드라마를 내려받아 몰아서 보는, 재미만 있다면 밤을 꼬박 새는 것을 서슴지 않는 미드 마니아 층의 시청 행태를 케이블TV가 편성전략화 한 것.

'미드'의 '데이 편성' 원조는 'CSI 데이'로, OCN은 작년 6월 'CSI 데이 1'과 지난해 추석연휴 때 'CSI 데이 2'를 방송했다. 인기 에피소드를 골라 24시간 연속으로 방송했는데, 시청률 1%가 넘기 힘든 케이블TV로선 '대박' 수준인 평균 시청률 2%를 기록했다. 실제 시청률 측면에서도 재미를 톡톡히 본 셈이다.

올해는 6월과 7월에 각각 'CSI 데이 3'과 'CSI 데이 4'를 26시간 방영했다.

수퍼액션은 연속성이 강한 시리즈물을 정규 편성에 앞서 한꺼번에 시청할 수 있도록 '수퍼데이'를 편성했다. 작년 11월에 '24 시즌 5'가 방영되기 전에 에피소드 방송 및 지난 시즌들의 줄거리 담은 '수퍼데이 24 시즌 5'를 방영했다. 올해는 2월에 '수퍼데이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 1'을, 7월에 '수퍼데이 24 시즌 6'를, 9월에 '수퍼데이 히어로즈'를 각각 선보였다.

채널CGV는 지난 7월29일 정오부터 10시간 동안 '순결한 튜더스 데이'를 편성했다. 이는 최종회인 9.10회를 남겨두고 시리즈 전편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앞서 4월에는 '크리미널 마인드 시즌 2' 방송 기념으로 '크리미널 데이'를 편성했다.

아예 '데이 편성'을 정례화 한 곳도 있다. FOX채널은 지난 6월16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미국 드라마 한 시즌의 전 회를 연속 방송하기 시작했다. 리얼 타임 액션 스릴러 '24 시즌3'를 비롯해 '고스트 앤 크라임' 시즌1.2, '로&오더:성범죄 전담반' 시즌1.2, 제시카 알바의 '다크 엔젤' 시즌1, '히든 팜스:은밀한 유혹', '덱스터' 등이 연속 방송됐다.

◇ 진화하는 '데이 편성'

'미드'의 치솟는 인기와 상승 작용을 일으킨 '데이 편성'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어트리며 진화하고 있다. 주제에 맞는 드라마나 영화 등을 모아 연속 방영하는가 하면 다큐멘터리, 스포츠 등 전문 장르 채널에서도 '데이 편성'전략을 속속 채택하고 있다. 연속 편성 시간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XTM은 올해 만우절에 '뻥데이'라는 타이틀 아래 거짓말을 소재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줄줄이 방영했다. 농촌총각과 여자사기꾼과의 로맨틱 코미디 '그녀를 믿지 마세요'를 비롯해 외계인 존재를 가정한 코믹 음모액션물 '맨인블랙2', 일란성 쌍둥이의 인생역전극 '역전의 명수', 남녀 간의 진실한 사랑을 확인해 보는 애정 확인 프로젝트인 '엑스트림 로맨스' 등을 기획 편성해 12시간 연속으로 방송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NGC)은 지난 4월22일 지구의 날을 맞이해 오전 2시부터 24시간 동안 '지구의 날' 특별 편성을 통해 총 22편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다. 앞서 지난해 9월10일에는 24시간 동안 테러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연속 방송하는 '테러 데이'를 편성한 바 있다.

애니메이션 채널 챔프는 지난 3일 개천절을 맞아 오전 7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도라에몽3데이'를 편성했다. 이날 챔프는 시청률 2.28%(점유율 9.47%)를 기록하며, 케이블 전체 시청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투니버스는 추석연휴에 인기 애니메이션 5편을 하루 15시간씩 집중 편성했으며 카툰네트워크는 어린이날인 5월5일에 '노노논스톱 카툰데이'를 방영하기도 했다.

MBC ESPN은 27일 오전 11시부터 사흘 간 무려 45시간 동안 축구만 방영한다. '축구 데이'로 명명된 이번 편성을 통해 총 15개의 축구 프로그램이 소개된다. MBC ESPN은 2005년 8월12일에 국내 최초로 '조오련 3부자의 독도아리랑:울릉도∼독도 횡단 프로젝트'를 24시간 생중계한 바 있다. 또한 지난 3월에는 33시간 동안 '축구데이'를 기획하기도 했다.

지상파 방송에서 인기를 끈 드라마를 연속으로 재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MBC드라마넷은 MBC에서 종영된 '커피프린스 1호점' 전회를 9월1일부터 이틀에 걸쳐 재방영했다. 앞서 5월에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재방영한 '거침없이 데이'를, 2월에는 오락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재방영한 '무한도전 데이'를 편성하기도 했다.

◇약인가 독인가

'데이 편성'은 부작용에 대한 적잖은 우려의 목소리도 낳고 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는 이미지와 함께 시청률을 높이는 좋은 기회가 된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한번 놓치면 이해하기 어려운 드라마일 수록 연속방송을 통해 몰아서 보는 게 몰입하기에도 좋다. 또 광고시간을 이용해 적당히, 또 의무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데이 편성'은 높은 시청률을 높여 최대한 많은 광고를 노출하기 위한 또 다른 돈벌이 수단으로만 악용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실례로 방송위가 지난달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중간광고의 건수ㆍ시간 및 시간당 광고시간을 위반한 채널CGV, OCN 등 20개 PP에 대해 사안별로 적게는 500만 원에서 최대 한도인 3천만 원의 과태료 처분과 행정지도를 의결한 것은 단적인 예다.

여기에 오랜 TV시청으로 자칫하면 생활리듬이 깨지고 자제력이 부족한 어린이와 같은 시청자들에게 미치는 부작용도 문제다.

특히 어린이들을 주 시청자층으로 하는 만화채널마저 '데이 편성' 바람에 편승하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투니버스의 '짱구 데이', 챔프의 '도라에몽 데이' 등이 방송되는 날이면 자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이 하루 종일 TV 앞에만 매달리는 부작용을 낳고 있어서다.

한 PP 관계자는 "'데이 편성'이 시청자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채널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효과적이지만 특정 타깃 시청자들을 겨냥한 프로그램이 주로 연속방영이 되는 바람에 다른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볼 권리가 제한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기헌 기자 penpia21@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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