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황 하이옌
베트남 신부 연기하는 ‘하 황 하이옌’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산너머 남촌에는>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베트남 신부역을 맡은 베트남 출신의 하 황 하이옌(22)은 베트남 억양이 섞인 한국말로 또박또박 지금 심정을 밝혔다. 어릴 때 드라마를 보며 배우의 꿈을 키웠지만 그 꿈이 낯선 땅, 한국에서 이루어질 줄은 정말 몰랐단다.
2년 전 한국 패션에 푹 빠져 한국행 비행기를 탔고 지난 3월 우연한 기회에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다. 방송에서 “한국 개고기 국물이 시원하다”는 발언으로 한순간에 인터넷 검색어 1순위에 올랐다. “그 방송이 나간 뒤 작가 언니가 인터넷에 ‘하이옌이 누구냐?’라고 난리가 났다고 했어요. 정말 신기했어요. 난 그저 느낀 그대로를 말했을 뿐인데.(웃음)” 평소에 쓰던 소탈하고 직설적인 말투가 시청자들에게 ‘먹혔던’ 것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지난 7월에 막을 내린 <꽃찾으러 왔단다>에서 베트남 신부 란역을 맡아 연기자로 데뷔했다. 하이옌은 “그땐 연기를 처음하는 것이라 정말 막막했어요. 한국말도 서툴러 이해를 못할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함께 연기한 강혜정씨가 친절하게 설명해줬어요. 연기 지도도 해주고요”라고 말했다.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산너머 남촌에는>에서 5회부터 자신의 이름 그대로 출연한다. 비록 <꽃찾으러 왔단다>에서와 같은 베트남 신부역이지만, 그 때와는 다르게 밝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라고 한다. “<꽃찾으러…>에서는 남편에게 구박을 받고 양수가 터져 죽잖아요. <산너머…>에서는 농촌 총각 순호(배도환)와 결혼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줘요. 실제로도 베트남 여자와 한국 남자가 사랑으로 맺어져 잘 사는 경우가 많아요. 여기에서는 오래오래 살 겁니다.(웃음)”
본격적인 연기 생활을 시작한 하이옌은 이미 한국에 정착할 준비를 했다. 2년 전에 귀화했고, 하지은이라는 한국 이름도 지었다. 그러면서 어느새 한국 사람처럼 변해가는 자신을 발견한단다. “한국 사람들이 라면이나 국수를 먹을 때 ‘후르륵, 쩝쩝’ 소리를 내는 걸 보고 너무 놀랐어요. 베트남 사람들은 조용하게 먹거든요. 그런데 이제 나도 그렇게 소리를 내고 먹어요. 그래야 더 맛있더라고요.” 하이옌은 아직도 “베트남으로 돌아가라”는 악플에 시달리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한국 문화를 알아가는 이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허윤희 기자,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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