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강석우의 여성시대
‘여성시대’ ‘지금은 웰빙시대’ 등 라디오프로 요리 만들기 코너 인기몰이
“버섯은 흐르는 물에 씻으시고, 파는 송송 채를 썰어 주세요. 소금 한 큰술, 식초 세 큰술~.” 무심코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더니 요리 강연이 한창이다. “후루룩, 쩝쩝”거리며 진행자들이 늘어놓는 음식 품평 수다로 귀로 맛을 보는 동안 입에도 침이 고인다. 뱃속에서도 꼬르륵 장단을 맞춘다.
문화방송 〈양희은·강석우의 여성시대〉(95.9㎒, 오전 9시10분·사진)는 금요일마다 ‘요리보고 조리보고’ 코너를 마련해 다양한 요리법을 제안한다. 요리연구가 우영희씨가 일품요리와 밑반찬 요리 하나씩을 만들어 와 재료와 요리법을 소개하면, 진행자가 청취자들을 대신해 음식 맛을 본다. 그동안 다룬 음식들을 보면 갈비찜·양장피 등 손이 많이 가고 어려운 요리에서 두부조림·감자채볶음 등 간단한 반찬까지 다양하게 이어졌다. 뛰어난 요리 솜씨로 소문난 양희은이 전문가 못지않은 식견을 자랑하면, 철부지 새댁 같은 강석우는 맛있게 먹으며 우스갯소리를 덧붙인다.
눈으로 보는 게 중요한 요리 코너가 텔레비전을 벗어나 듣는 라디오로 옮겨오면서 색다른 인기를 얻고 있다. 생방송을 하는 동안 휴대폰 문자와 인터넷 게시판으로 다기한 반응과 질문이 쏟아진다. 〈…여성시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신미선씨는 “매주 금요일이 되면 운전하던 신랑이 먼저 전화해서 들으라고 한다”는 사연을 남겼고, 박상범씨는 “귀동냥만으로도 요리 과정 하나하나, 요리 맛까지 그려낼 수 있는 남성 장금이가 되어가고 있다”며 좋은 정보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재료를 어디서 사냐, 찹쌀가루 대신 녹말가루를 쓰면 안 되냐는 식의 궁금증도 즉석에서 해결해준다. 〈…여성시대〉 안재주 피디는 “방송 당일 문자는 1000건, 게시판 누적조회 수는 2만~3만 건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높은 인기 덕에 라디오에서 소개한 음식들을 모은 책도 나왔다.
음식은 원래 수다의 단골 소재지만 요리연구가가 라디오에 출연해 요리법을 소개하는 고정코너가 생긴 지는 채 1년이 안 됐다. 〈…여성시대〉 외에도 에스비에스 〈11시 옥소리입니다〉(103.5㎒, 오전 11시)는 토요일마다 요리연구가 김하진씨가 출연해 ‘식탁의 남과 여’에서 음식정보와 수다를 나누고, 한국방송 〈지금은 웰빙시대〉(106.1㎒, 일 오전 7시10분)의 ‘행복한 밥상’에서는 한복선씨가 한 가지 음식을 주제로 조리법을 설명한다.
라디오 요리 강연은 귀동냥으로 배우는 만큼 가능한 한 쉽게, 상상하며 따라올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우영희씨는 “요리비법뿐 아니라 건강·트렌드 이야기도 준비한다”고 전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우영희씨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