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환의 콘서트 ‘Hwantastic’에서 이승환이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팬 돈으로 록한다는 비난도 받아…대중친화적 음반 발매
내년 초 일본 언어 연수 계획도
내년 초 일본 언어 연수 계획도
"본격 상업주의를 표방한 '대중 친화적인' 음반이죠."
경력 18년 된 가수의 입에서 나오기엔 다소 민망한 얘기. 그것도 싱어송 라이터이자 록 음악을 넘나든 이승환이.
11월1일 출시할 미니음반 '말랑'은 대중성에 초점을 맞춰 '말랑말랑한' 음악을 선보인다는 뜻이다. 이 음반이 잘되면 내년 록 음악으로 무장한 '대중 배반적인' 음반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제 1, 2집을 좋아한 팬들은 4집부터 록을 하니 싫어했어요. 어떤 팬은 변절자, 혹은 팬 돈 벌어 록을 한다고 비난하더군요. 하지만 록을 했던 사람에겐 회귀 본능이 있어요. 이번 음반 잘되면 록이 담긴 대중 배반적인 음반을 낼 겁니다."
이 같은 생각은 불황인 음악시장에 대한 반항이 아니다. 음악이 문화의 한 축임에도, 모바일 산업의 카테고리로 분류되고 액세서리로 팔리는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요즘 후배 중 실력 있는 밴드들이 많은데 경제적으로 궁핍해 음악에 전념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오래 전부터 CD의 소멸을 언급했던 이승환은 조심스레 가수의 멸종을 언급한다.
"가수란 직업이 존재하는 것은 대중의 사랑을 기반으로 해요. 음반은 소장 가치죠. 지금은 공연이나 페스티벌도 무료란 인식이 커요. 가치가 부여되지 않으니 가수는 설 자리가 없죠. 다민족, 다문화 시대인 만큼 이제 필리핀 등지에서 가수를 수입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죠." 그는 싱어송 라이터가 가장 먼저 멸종하고 그러다보니 시류에 맞는 음악만 양산돼 결국 대중이 가요계를 외면, 외국 음악에 물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게 언제까지 갈까 두렵기도 하다고. 타이틀곡 '내 맘이 안 그래'는 작곡가 이재명의 노래. 직접 타이틀곡을 안 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얘기가 전개된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 "대중적인 감이 이제 없어요. 일부 발라드 히트곡은 왜 인기를 끄는지 이해가 안 갈 때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빅뱅의 '거짓말'은 정말 좋더군요. 하하." 그는 "히트가 돼야 하니까…"라며 말끝을 흐린다. 밴드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탓에 더욱 드는 생각이다. "이제 다시 홀로 돼 경제적인 압박에서 자유로워졌고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지만 어느 날 밴드 멤버가 '형 때문에 생계가 어려워졌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길래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드물게 하던 행사 무대에도 밴드와 함께 꽤 열심히 오르기 시작했다. 미니 음반에는 정지찬의 곡이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랑 착각 상처'를 리메이크했고, 본격 성인가요를 표방한 합방(合房)에 관한 내용의 '첫사랑', 동요 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 작곡했다는 '바람의 노래는 슬프지 않아요', 생일 축하 노래인 '징글ha-day' 등 총 다섯 트랙을 수록했다. 음반 마스터링은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서 했다. 한국의 음악시장이 어려운 현실을 잘 아는 일본 스태프가 "이래야 더 대중적"이라고 해 서글픔도 들었다. 또 그들이 "한국이 문화의 중심 축인 음악을 왜 그렇게 방치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되물어 씁쓸했다고.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 개척도 가능한 상황에서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닌지…. "1998년부터 일본에 가서 혼자 CD를 돌렸어요. 굴욕적이란 주위의 시선도 있었지만 어디서든 새롭게 시작하는 걸 즐겨요. 작은 클럽 공연도 좋죠. 전 '백'도 '줄'도 없고 일본에 수출된 드라마의 O.S.T도 부른 적이 없으니 이렇게 해야죠. 계속 두드리다 좌절했는데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요. 최근 공연에 자신을 얻었고 일본 가수의 DVD를 보며 할 수 있겠단 느낌이. 하하." 내년엔 공연 스케줄을 줄이고 일본 언어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학교를 알아보는 중이다. 일본 언더그라운드 팀과 부딪치며 오디션도 받아보고 싶다고. 민족주의를 좀먹게 하는 일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밑바닥부터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그래도 이승환에겐 강한 자부심이 있다. 여러 후배들의 인정이다. 그래서 공연을 더욱 열심히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5월 열린 대형 공연이던 올림픽 주경기장 콘서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날 비가 와 대형 LED가 비에 젖어 영상을 포기했고, 악기 보호와 감전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무대 곳곳엔 천막을 쳐야 했다. "'하늘이 이곳에 설 만한 사람이 아닌데 응장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화려한 영상, 퍼포먼스가 없어도 음악만으로 감복시킬 수 있구나'란 감동, 팬ㆍ밴드와 끈끈한 유대감도 경험했죠. 제 인생 최고의 공연 중 하나예요. 20주년 땐 상암월드컵 경기장 공연에 도전해보려고요." 그가 18년간 활동하며 얻은 닉네임 '어린 왕자'. "너무 고마운 애칭이긴 하지만 사실 1994년부터 어린 왕자를 사양했어요. 저를 틀 안에 규정짓는데다, 제가 그렇게 순수한 사람도 아니고. 회사를 운영하며 많이 타협하다보니 세상의 때가 묻어가네요. 하하." 그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연말까진 일만 할 겁니다. 이번 음반이 잘돼야 다음 계획들이 이어질 겁니다." (서울=연합뉴스)
"가수란 직업이 존재하는 것은 대중의 사랑을 기반으로 해요. 음반은 소장 가치죠. 지금은 공연이나 페스티벌도 무료란 인식이 커요. 가치가 부여되지 않으니 가수는 설 자리가 없죠. 다민족, 다문화 시대인 만큼 이제 필리핀 등지에서 가수를 수입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죠." 그는 싱어송 라이터가 가장 먼저 멸종하고 그러다보니 시류에 맞는 음악만 양산돼 결국 대중이 가요계를 외면, 외국 음악에 물드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덧붙인다. 이게 언제까지 갈까 두렵기도 하다고. 타이틀곡 '내 맘이 안 그래'는 작곡가 이재명의 노래. 직접 타이틀곡을 안 쓴 것도 같은 맥락에서 얘기가 전개된다.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 "대중적인 감이 이제 없어요. 일부 발라드 히트곡은 왜 인기를 끄는지 이해가 안 갈 때도 많으니까요. 하지만 빅뱅의 '거짓말'은 정말 좋더군요. 하하." 그는 "히트가 돼야 하니까…"라며 말끝을 흐린다. 밴드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탓에 더욱 드는 생각이다. "이제 다시 홀로 돼 경제적인 압박에서 자유로워졌고 아등바등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지만 어느 날 밴드 멤버가 '형 때문에 생계가 어려워졌다'며 우스갯소리를 하길래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드물게 하던 행사 무대에도 밴드와 함께 꽤 열심히 오르기 시작했다. 미니 음반에는 정지찬의 곡이지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랑 착각 상처'를 리메이크했고, 본격 성인가요를 표방한 합방(合房)에 관한 내용의 '첫사랑', 동요 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 작곡했다는 '바람의 노래는 슬프지 않아요', 생일 축하 노래인 '징글ha-day' 등 총 다섯 트랙을 수록했다. 음반 마스터링은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서 했다. 한국의 음악시장이 어려운 현실을 잘 아는 일본 스태프가 "이래야 더 대중적"이라고 해 서글픔도 들었다. 또 그들이 "한국이 문화의 중심 축인 음악을 왜 그렇게 방치했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되물어 씁쓸했다고. 일본, 중국 등 해외 시장 개척도 가능한 상황에서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닌지…. "1998년부터 일본에 가서 혼자 CD를 돌렸어요. 굴욕적이란 주위의 시선도 있었지만 어디서든 새롭게 시작하는 걸 즐겨요. 작은 클럽 공연도 좋죠. 전 '백'도 '줄'도 없고 일본에 수출된 드라마의 O.S.T도 부른 적이 없으니 이렇게 해야죠. 계속 두드리다 좌절했는데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 같아요. 최근 공연에 자신을 얻었고 일본 가수의 DVD를 보며 할 수 있겠단 느낌이. 하하." 내년엔 공연 스케줄을 줄이고 일본 언어 연수를 계획하고 있다. 학교를 알아보는 중이다. 일본 언더그라운드 팀과 부딪치며 오디션도 받아보고 싶다고. 민족주의를 좀먹게 하는 일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밑바닥부터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에서다. 그래도 이승환에겐 강한 자부심이 있다. 여러 후배들의 인정이다. 그래서 공연을 더욱 열심히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5월 열린 대형 공연이던 올림픽 주경기장 콘서트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한다. 이날 비가 와 대형 LED가 비에 젖어 영상을 포기했고, 악기 보호와 감전 위험을 피하기 위해 무대 곳곳엔 천막을 쳐야 했다. "'하늘이 이곳에 설 만한 사람이 아닌데 응장하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화려한 영상, 퍼포먼스가 없어도 음악만으로 감복시킬 수 있구나'란 감동, 팬ㆍ밴드와 끈끈한 유대감도 경험했죠. 제 인생 최고의 공연 중 하나예요. 20주년 땐 상암월드컵 경기장 공연에 도전해보려고요." 그가 18년간 활동하며 얻은 닉네임 '어린 왕자'. "너무 고마운 애칭이긴 하지만 사실 1994년부터 어린 왕자를 사양했어요. 저를 틀 안에 규정짓는데다, 제가 그렇게 순수한 사람도 아니고. 회사를 운영하며 많이 타협하다보니 세상의 때가 묻어가네요. 하하." 그는 다시 한번 강조한다. "연말까진 일만 할 겁니다. 이번 음반이 잘돼야 다음 계획들이 이어질 겁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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