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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겨울새’가 높이 날지 못하는 까닭은

등록 2007-10-29 19:02

겨울새
겨울새
시청률 8.5% 부진…변화한 시대상 제대로 못담아
문화방송 50부작 특별기획 드라마 〈겨울새〉(극본 이금주 연출 정세호)가 방송 한 달이 넘었으나 그 날갯짓이 힘차지 못하다. 10월28일 13회까지 내달린 결과가 8.5%(에이지비닐슨코리아)로, 15년 전 에스비에스에서 아침드라마로 방영되어 44.7%를 기록한 것에는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 김수현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한 나무에서 태어난 두 드라마의 반응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2007년 〈겨울새〉가 시대상과 인물형을 제대로 담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높다.

〈겨울새〉는 운명처럼 끌려가는 삶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자의 이야기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도피처로 결혼을 택한 영은(박선영)이 고부갈등으로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게 된다. 그 속에서 주체적인 인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담는다. 김수현 작가가 대본을 감수해 자기 색깔을 입힐 것으로 알려지면서 〈내 남자의 여자〉 등에서 보여준 여성의 자아찾기가 다시 한번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가구 디자이너로 일을 똑부러지게 하던 영은이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는 단 한번도 소신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지면서 시청자들은 일찌감치 물음표를 던졌다.

“착하고 순수하게 그리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주체성 없는 영은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나?”(유나연) 자신만의 둥지를 갖고 싶다면서 결혼을 먼저 떠올리는 의존적인 성향과 지금껏 키워 준 회장(장용)의 은혜를 잠자코 결혼하는 것으로 갚아야 한다는 생각 또한 답답하다는 지적이다.

어머니의 말 한마디에 왔다갔다하는 ‘마마보이’ 경우(윤상현)도 과거의 모습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1992년판 〈겨울새〉는 원작에서 화제가 됐던 마마보이나 혼수문제로 비롯된 고부갈등보다 홀로 서는 영은의 모습을 좀더 부각시키면서 당시 의식의 변화를 겪던 여성들에게 사랑받았다. 2007년판은 달라진 시대를 대표하는 고부갈등으로 여성들의 문제점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드라마는 돈을 밝히는 인물로 그려진 강 여사(박원숙)가 외출하면서 영은에게 한 포대의 마늘을 까놓으라고 시키는 등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 힘없는 날갯짓에 돌을 얹고 있다. 최근 〈커피프린스 1호점〉이 혼전 임신을 다루는 등 성에 대해서도 과거와 달라진 요즘 드라마에서 옛 약혼자와 1박2일을 함께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헌 신부’, ‘흠 있는 색시’라며 문제삼는 것 또한 시청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박도나씨는 시청자 게시판에 “아무리 예전 드라마를 각색했다지만 혼전 순결이 아니라고 화내는 남편과 시어머니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썼다.

이 드라마를 연출하는 정세호 피디는 기자간담회에서 원작의 인물과 내용을 상당 부분 가져가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바 있다. 그러나 2007년이 배경이라면 시대에 맞는 내용과 인물을 원작에 버무려야 시청자가 공감하지 않을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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