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제왕
MBC, 10일부터 ‘공부의 제왕’ 방영…“별 다섯개짜리 정보” “학벌사회 조장” 누리꾼 반응 엇갈려
문화방송이 10일부터 내보내는 〈공부의 제왕〉(토 오후 5시35분)은 국민을 상대로 한 ‘공부 컨설팅’ 프로그램이다.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겠다는 것이다. 공부하느라 지친 학생들이 공부하라고 강요하는 텔레비전이 달가울까 싶지만, 〈공부의 신〉(사진)이란 제목으로 지난 추석 방영한 뒤 반응이 좋아 정규편성됐다. 정인환 작가는 “대학을 가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실천하도록 도와 준 프로그램의 의도가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너명이 함께 살며 공부하는 설정은 ‘꼴찌탈출’, ‘품행제로’ 등 공부를 소재로 한 코너에서 이미 선보였다. 〈공부의 제왕〉은 사교육 도움 없이 수능점수 398점을 맞은 서울대학교 학생 강성태씨를 내세워 경험에서 비롯된 방법들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수업 시간엔 앞에 앉아라’, ‘컴퓨터는 거실에 둬라’는 분위기 조성법에서, ‘시험칠 땐 볼펜에 눈금을 표시해 자 대신 사용하라’ ‘꼼수’까지 〈공부의 신〉에서 소개한 방법들을 누리꾼들이 블로그에 정리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감동이란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별 다섯개짜리 정보라며 이를 토대로 열심히 하자”고 했다.
이런 재미 덕분에 한창 예민할 나이에 성적부터 생활습관까지 모든 것을 드러내야 하는데도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다. 1기생 3명을 모집하는 데 세 학교에서 120명이 지원했다. 제작진이 공부해서 대학가겠다는 의지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사교육에서 방치되어 있는 학생들이라는 점에서 사교육을 조성하는 사회에 일침을 가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도 역시 시험에서 몇 점을 올렸느냐를 두고 지난 과정을 평가받게 된다는 점에서 결국, 과거 공부 컨설팅 프로그램이 그랬듯 학벌지상주의를 조성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느낌표〉 ‘책을 읽읍시다’에서 소개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던 방송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강성태씨가 쓴 〈공부의 신〉이란 책이 덩달아 화제가 되는 등 ‘공부’라는 미명 아래 다양한 부작용이 초래될 우려도 있다. 한 누리꾼(kimminwoo989)은 “결국 이 프로그램은 학벌중심의 사회에서 살아남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고 말했고, 또다른 누리꾼(vincentdan)은 “학생들은 이제 토요일에도 놀 수가 없게 됐다”며 이 프로그램이 공부열풍을 더 부추기게 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인환 작가는 “점수를 보는 건 원하는 목표를 성취했을 때 생기는 자신감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주려는 것”이라며 진정성을 갖고 제작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고, 박석현 피디는 “많은 돈을 들여 사교육을 시키는 것보다 관심을 갖고 학생들을 지켜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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