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결혼
KBS, 오늘부터 ‘못 말리는 결혼’ 방영…‘순풍’ ‘하이킥’ 작가들 참여
한국방송 2텔레비전이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를 끝으로 폐지했던 시트콤을 1년 만에 부활시킨다.
5일부터 방영하는 일일시트콤 〈못 말리는 결혼〉(사진·극본 마석철·김용래·방봉원, 연출 이교욱·조준희·조찬주)은 지난 5월 개봉해 15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던 동명영화가 뿌리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가 인기에 힘입어 영화가 된 것과 반대로 영화가 시트콤으로 만들어졌다.
〈못 말리는 결혼〉은 호텔을 인수한 졸부 심말년(김수미) 여사와 원리원칙주의자인 구청 만년계장 구국(임채무)이 아들과 딸의 결혼을 반대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두 시간짜리 영화가 6개월 가량 방영하는 시트콤이 되면서 등장인물은 늘고, 이야기의 배경도 달라졌다. 환경이 다른 두 집안의 대립이란 설정과 영화 속 중심축이었던 임채무·김수미를 다시 캐스팅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다. 이교욱 피디는 “영화에서 못다 한 이야기와 가족애를 시트콤으로 보여 주겠다”며 “드라마와 코미디가 만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일일시트콤은 〈논스톱〉(MBC) 같은 청춘시트콤이 쇠퇴하면서 한동안 주춤했다. 에스비에스는 〈귀엽거나 미치거나〉(2005년) 이후 시트콤에 만화적 기법을 가미한 드라마툰인 〈달려라 고등어〉를 선보였지만 조기종영했다. 한국방송도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성공 뒤에 〈사랑도 리필이 되나요〉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가 기를 펴지 못하면서 시트콤을 접었다. 그러나 올해 문화방송 〈거침없이 하이킥〉이 화제를 일으키면서 시트콤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후속인 〈김치치즈 스마일〉도 7~8%대의 시청률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국방송 예능2팀 김시규 피디는 〈올드미스 다이어리〉 이후 시트콤이 부진했던 이유를 “기획 단계부터 차별적인 내용을 담지 못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 같다”며 “시트콤을 버렸더니 편성과 장르의 다양성이 아쉬워 이번에 다시 시트콤을 부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주제작사의 한 피디는 “한국방송이 평일 미니시리즈의 시청률이 무너지면서 2텔레비전을 받칠 작품을 찾다가 시트콤에 눈을 돌린 게 아니겠냐”며 “다른 채널로 옮겨 간 시청자들을 시트콤으로 다시 끌어올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못 말리는 결혼〉은 명암이 골고루 있어 인기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순풍산부인과〉 〈거침없이 하이킥〉에 참여했던 작가진과 독특한 코믹 캐릭터를 지닌 김수미·임채무의 열연, 하이틴 가수인 에프티(FT)아일랜드와 소녀시대의 출연으로 얻는 십대 시청자들의 관심은 장점이지만 가족 시트콤이 선보이기에는 이른 시간인 저녁 6시50분 방영은 단점이다. 한국방송이 그동안의 시트콤 부진을 씻고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영광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못 말리는 결혼〉이 그 시험대에 올랐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사진 포이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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