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클릭비의 김상혁 / 정지영 아나운서
김상혁·정지영 등 최근 활동 재개…방송사, ‘주먹구구식’ 자숙기간 결정
최근 말썽이 일어나 활동을 중단했던 방송인들의 복귀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복귀 여부는 방송사의 명확한 기준 없이 시청자 여론에 따라 결정된 탓에 찬반 목소리도 엇갈린다.
2005년 4월 음주운전으로 방송가를 떠났던 가수 클릭비의 김상혁(사진 왼쪽)은 지난 2일 케이블채널 엠넷의 한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활동을 시작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거짓말로 비난을 받고 그만둔 지 2년 6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 대리번역 의혹으로 시청자의 뭇매를 맞았던 정지영 아나운서(오른쪽)도 5일 에스비에스 라디오 진행자로 1년 만에 복귀했다. 정지영 아나운서는 대리번역과 관련해 민·형사상 소송에서 무혐의 판결을 받았다. 이에 앞서 2001년 다이어트만으로 살을 뺐다고 말한 뒤 지방흡입 시술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계를 떠났던 이영자도 문화방송 〈지피지기〉 〈쇼바이벌〉로 6년 만에 지상파 예능프로그램 진행자로 복귀한 바 있다.
이들의 복귀는 날카롭게 쏘아보던 시청자들의 눈초리가 한풀 꺾인 영향이 크다. 문화방송은 이영자를 진행자로 내세우기 전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에 출연시켜 반응을 살폈다. 정지영 아나운서의 복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에스비에스 김동운 라디오국장은 “무엇보다 팬들이 복귀를 희망해 기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렇듯 주먹구구식으로 자숙기간이 결정되는 것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는 높다. 여론과 인기에 따라 면죄부를 받는 것은 뜻하지 않은 피해자를 낳고 방송계 전체의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디오 파문의 피해자였던 이들은 몇 해나 방송에 나오지 못했던 반면, 불법도박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신정환은 4개월 만에 〈상상플러스〉로 돌아왔고, 〈무한도전〉의 정준하는 탈세 혐의를 일부 인정했음에도 여전히 방송에 출연하고 있다. 음주운전을 하고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활동하고 있는 스타들도 많다.
시청자들도 고무줄 잣대가 아닌 명확한 기준을 확립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누리꾼(s1htory)은 “사고 치고 여론 살피다 잠잠해지면 주변 사람의 권유로 복귀한다고 말하는 것이 연예인과 정치인의 공통점”이라고 비난했다. 또 한 누리꾼(hushiyu)은 “연예인 스스로 잘못을 해도 언젠가는 용서가 되고 방송계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 주정순 사무국장은 “방송사들이 특별한 규정을 정해 복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연예기획사들도 이들이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엠넷·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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