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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드라마 대본 ‘작가와 감수자’ 분업 시대

등록 2007-11-06 20:00

<겨울새>
<겨울새>
드라마 대본은 작가가 쓴다. 그런데 최근 여기에 이름이 한 명 더 붙는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다. 바로 감수자다.

현재 방영중인 문화방송 <겨울새>와 <이산>은 각각 유명 작가인 김수현 작가와 최완규 작가가 감수자다. 최완규 작가는 앞서 같은 방송사 드라마 <에어시티>와 케이블 채널 티브이엔의 <하이에나>(티브이엔)를 감수했고, 준비중인 드라마 <식객>에도 감수자로 참여한다. 얼마 전 히트한 <커피프린스 1호점>(문화방송)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노희경 작가가 매회 대본을 감수했다.

이들 감수자는 드라마 제작에서 대본을 읽고 평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고쳐주기도 하는 조언자 몫을 한다. 이렇게 작가와 프로듀서 외에 감수까지 따라붙은 것은 그동안에는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다.

‘이산’ 최완규 ‘커피프린스 1호점’ 노희경 등 감수
드라마 집필 공동작업으로 점점 바뀌는 추세
스타작가 이름 걸어놓기로 변질될까 우려도

<이산>/ <커피프린스 1호점>(문화방송)
<이산>/ <커피프린스 1호점>(문화방송)
■ 작가보다 더 비싼 감수? =출판 분야에서 전문가를 감수자로 내세워 신뢰도를 높이듯, 드라마들도 홍보와 마케팅을 강화하려고 거물 작가를 감수자로 올리고 있다. 한 방송사 간부는 “방송국 내부의 편성 경쟁에서도 스타작가가 감수자로 붙는 것이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는 김수현 최완규 두 스타작가만 감수자로 나오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감수비는 주로 신인인 작가가 받는 집필료보다 더 많아 ‘배보다 배꼽이 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감수자의 기여도는 천차만별이다. <겨울새>는 원작 소설을 쓴 김수현 작가가 개별 장면들과 대사까지 충실하게 봐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최완규 작가는 “맡은 작가와 작품마다 다른데 대본을 읽고 전체적으로 조언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 감수는 트렌드? =방송계는 감수자가 등장하는 것을 작가의 역할이 진화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작가란 직업이 단순히 글을 쓰는 ‘라이터’를 넘어 드라마 전체 과정을 기획하고 꾸리는 ‘크리에이터’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에스비에스 구본근 드라마 국장은 “미국에선 작가가 드라마를 기획해 다른 작가와 피디를 직접 고르며 극의 흐름을 끌어가기도 한다”면서 감수 또한 그런 방식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풀이한다. <하얀거탑>을 쓴 이기원 작가는 “한 작가가 드라마를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 짓던 과거와 달리 점점 공동작업으로 바뀌는 추세에 따른 현상”이라고 추정했다.

감수는 일정에 쫓겨 대본에 문제가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잦은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현실에서 부족한 부분을 미리 점검하고 채울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 감수가 꼼수? =그러나 감수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대본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도보다는 스타작가의 이름을 빌려 제작비를 펀딩받는 등 마케팅에 활용하는 목적이 더 크기 때문이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여기저기 문어발식으로 이름만 올려 놓고 작가가 제작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작가가 작가 이상의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시청률 경쟁으로 스타작가의 이름을 홍보에 적극 활용하면서 신인 작가들은 ‘자기 작품이지만 자기 작품이 아니게 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실제로 <겨울새>의 경우 대본을 쓴 이금주 작가보다 김수현 작가의 이름이 더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기원 작가는 “미국 드라마처럼 작가라는 직업이 발전하려면 감수는 대세라고 본다”며 “그러나 이름만 올리는 꼼수를 근절하려면 내용을 기획하고 대본도 쓴 작가, 내용만 생각한 작가, 대본만 쓴 작가 식으로 이름을 올려 고료를 차등화하는 등의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티브이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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