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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점잖지 못한 아나운서들이 늘고 있습니다

등록 2007-11-11 20:07

예능진행 인원 아나운서국 사상 최대
“정보와 재미 동시 좇는 흐름에 적합”
‘정체성 잃고 신뢰 무너질라’ 우려도
티브이는 지금 아나운서 전성시대다. 뉴스·시사·교양분야를 넘어 예능분야에서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지금까진 몇몇 아나운서의 인기에 기댔다면 방송 3사 모두 아나운서국이 생긴 이래 최대 인원을 투입해 화려한 시대를 꿈꾼다. 문화방송은 전체 46명 가운데 오상진·서현진 등 5~6명을, 한국방송은 90명 가운데 박지윤·최송현 등 10명을, 에스비에스는 32명 가운데 김주희·김일중 등 5~6명의 아나운서를 예능프로그램에 투입했다. 전체 인원의 10~15%정도지만 방송사마다 아나운서 한두명을 전담으로 두던 것과 비교하면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인원이 늘면서 예능프로그램 속 정보전달자에 한정됐던 아나운서의 역할도 변주됐다. 아나운서끼리 팀을 이뤄 연예인과 게임을 펼치고(<일요일이 좋다>), 시청자의 사연을 읽고 고민을 해결하기도 한다(<지피지기>). 때론 연애담 등 사적인 이야기를 늘어 놓고(<유유자작>), 노래를 부르며 춤도 춘다. 유례없는 변화에 아나운서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행동이라는 우려부터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반응까지 의견이 분분하다. 과연 아나운서의 예능프로그램 출연을 어떻게 봐야 할까?

지피지기
지피지기
■ 방송흐름의 자연스런 현상이다= 문화방송 성경환 아나운서 국장은 아나운서가 예능분야에 투입되는 것을 잃어버린 영역을 찾아가는 자연스런 과정이라고 표현했다. 80년대 말까지 변웅전·차인태·김동건 아나운서 등이 장르 구분없이 넘나들며 진행했던 것을 90년대 스타 아나운서의 퇴진 뒤 연예인들이 차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교양·시사·보도만 아나운서의 역할이 아닙니다. 예능프로그램 진행도 아나운서 일입니다. 아나운서의 연예인화가 아니라 제 역할을 찾아가는 자연스런 과정으로 봐야 합니다.”

에스비에스 박영환 아나운서국 팀장은 “예능프로그램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시청자의 기호를 아나운서들이 어느 정도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상플러스> 이후 정보와 재미를 고루 갖춘 엔포테인먼트로 나아가는 방송환경에서 지성과 미모, 끼를 겸비한 아나운서들이 진행자로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성경환 국장도 “아나운서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막말과 비속어를 바로 잡아 주어 방송환경 정화와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작진들은 신선한 얼굴의 대안이자 제작비 절감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재능과 끼를 겸비한 아나운서의 발탁은 내부 인적자원 활용 차원을 넘어 몇몇 스타 진행자가 프로그램을 도맡으면서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지피지기> 김영진 피디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출연료를 줄일 수 있어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도 효율적이다”고 했다. <일요일이 좋다> 이영준 피디는 “비슷한 얼굴만 나오는 예능프로그램의 식상함을 아나운서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다”며 “반듯해 보이는 그들을 통해 시청자들은 새로운 재미를 느끼게 된다”며 희소성의 원칙을 강조했다.

유유자작
유유자작
■ 아나운서의 정체성은? = 그러나 아나운서가 지나치게 소비되면 아나운서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져 정체성이 흔들리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주로 1~5년차의 아나운서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다 보니 아나운서 본연의 자세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아나운서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방송 박영주 아나운서국 우리말팀장은 “아나운서의 자세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뜻하지 않게 상업성에 노출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좀더 신중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나운서가 스타가 되는 지름길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점도 지나칠 수 없어 보인다. 최근 몇년 간 예능프로그램의 인기를 발판으로 연예인처럼 활동하는 아나운서가 늘면서 이미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시선 또한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한 현직 아나운서는 “요즘은 시작부터 2,3년 반짝해서 몸값을 올린 뒤 프리랜서 선언을 하려고 지원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지원하는 이들의 경력이 예전보다 다채로워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 100%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나운서가 망가지는 모습에서 재미를 찾으려는 일부 제작진의 이중적인 행태도 아나운서가 제 구실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있다. 한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를 예능프로그램에 출연시켜 프로그램을 정화하겠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해피투게더> 등 패널로 나와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나 짧은 치마에 짙은 화장은 아나운서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이다”고 꼬집었다.


아나운서의 예능프로그램 진출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전담 진행자를 따로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나운서의 소비도가 지나칠 때 방송사가 고유한 영역으로 내세우는 뉴스보도나 시사분야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강명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아나운서라는 직업 자체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예능프로그램을 진행할 만한 전문 아나운서를 따로 뽑아 장기 육성하는 게 나을 것이다”고 말했다. 박영주 팀장도 “공영방송에 맞는 아나운서를 발굴하려면 입사제도를 바꿔야한다는 의견도 내부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한국방송 에스비에스 제공


“적당히 망가지는 비결 있지요”
서현진 문화방송 아나운서

<지피지기>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연예프로그램 진행자로 주가를 높이는 서현진 아나운서에게 아나운서의 진정성에 대해 물었다. 그는 라디오와 스포츠매거진을 포함한 6개 프로그램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예능프로그램 아나운서에게 어떤 장점이 있나.

“3년차인데 입사하고 뉴스·교양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어린 연차에게는 얼굴을 알릴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인 듯하다.(웃음) 요즘은 멀티플레이어를 선호하니까 훌륭한 진행자가 되려면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보는 게 좋다. 예능에서는 프로 진행자와 같이 일하면서 방송을 이끌어 가는 실질적인 부분들을 배울 수 있다고 본다.”

-예능프로그램이 아나운서의 품위를 망친다는 의견이 있다.

“시청자들이 새로운 모습을 보고 즐거워하지만 아나운서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되면 매력이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아나운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지켜가면서 의외성을 보여주는 줄타기를 잘해줘야 한다. 후배들과 함께 출연할 때는 선배로서 지나치게 망가지거나 오버하지 않도록 챙기려고 노력한다.

-예능프로그램에서 아나운서의 역할은 뭘까.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고 바른 말을 알려 주어야 하는 게 기본이다. 프로그램이 재미없으면 안 되니까 센스도 필요하다. 가끔은 망가지기도 하는데 재미삼아 이러는 거다,는 식으로 바로 정리하며 나는 아나운서라는 사실을 인식시킨다. 예능을 맡으면서 우리말 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 생방송일 때는 헷갈리는 단어는 안 쓴다.(웃음) 끝난 뒤 찾아보며 다시 공부한다.”

-예능만 하겠다는 아나운서도 있나.

“아나운서 중에서 한 분야로 쏠리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지금은 예능을 맡았으니 열심히 하는 것이다. 뉴스도 계속하고 싶다. 예능과 병행하면 가장 좋겠지만.(웃음) 아침마다 생방송으로 라디오를 하는 이유도 뉴스 감을 잃지 않으려고 스스로 노력하는 거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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