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로비스트’로 주목받는 김미숙
드라마 ‘로비스트’로 주목받는 김미숙
안방선 화려한 카리스마로
스크린선 진한 모성애로
“이젠 삶의 깊이 알 것 같아” “매일 똑같은 일상이 계속되면 재미없잖아요. 그럴 때 여행을 떠나면 즐거워요. 연기 생활도 마찬가지예요.” 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 〈로비스트〉에서 마피아 두목 부인인 ‘마담 채’로 나와 주목받는 배우 김미숙(47)은 지금 즐거운 여행 중이다. 연기 생활 27년 만에 카리스마 넘치고 화려한 역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기거래를 하는 여장부, 뇌쇄적인 팜므 파탈로 변신해 은색 가발과 짙은 화장을 한 그의 모습은 〈로비스트〉 초기 최고의 화제였다. 마담 채는 마음에 안 드는 남자 부하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해리(송일국)에게 은밀한 유혹의 눈빛을 보낸다. 정숙하고 부드러운 김미숙의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파격에 가까운 변신이다. “20대에는 뇌쇄적인 눈빛을 보내거나 째려보는 것도 못했어요. 눈매도 선해서 잘 안 되고요. 예전 〈전설의 고향〉에서 구미호 역할을 맡았을 때 무서운 눈빛이 안 나와 감독님한테 많이 혼났죠. 그런데 마흔을 넘기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섹스 어필한 표정이나 눈빛 연기도 되더군요. 다 세월의 내공 덕분이죠.” 그는 드라마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여행길에 오른 듯하다.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세븐데이즈〉에서는 딸을 잃은 심리학과 교수역으로 나와 진한 모성애 연기를 펼친다. “〈세븐데이즈〉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딸을 둔 엄마역이라 극한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감정을 폭발하는 연기는 처음 해보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장면을 연기하면 어떨까 걱정도 되고 부끄럽고. 난 남들보다 부끄럼을 많이 타거든요. 촬영분을 똑바로 못보고 두 눈 가리고 봤어요.” 그는 자기 자신도 낯선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그동안 보여준 외유내강형의 어머니로 돌아오는 시간도 갖는다. 지난 6월부터 방송하는 주말극 〈황금신부〉에서 첫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아들 준우(송창의)를 아끼고 보살피는 어머니 정한숙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1979년 드라마 〈동심초〉로 데뷔한 뒤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김미숙. 조금은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사는 듯한 이미지를 벗고 이젠 땅에 발을 굳건히 딛은 캐릭터로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그동안 두 딸을 키우는 순수하면서도 씩씩한 만화가 엄마(〈사랑을 할거야〉), 이혼을 한 뒤 사업을 하며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는 아줌마(〈여왕의 조건〉), 억척스러우면서도 명랑 발랄한 늦깎이 대학생이 된 엄마(〈나도야 간다〉) 등을 맡아 캐릭터의 변주를 시도해왔다. 그 사이 나이도 켜켜이 쌓여 어느 덧 40대 후반이 됐다. 그와 동시에 멜로 드라마의 주연 배우자리는 젊고 예쁜 후배들에게 넘겨줬지만, 지금 이 나이가 좋단다. “이제는 인생을 알고 삶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어요. 젊은 여배우들이 산전수전 다 겪은 배역을 소화하면 어색해보이지만 이 나이의 내가 그런 역을 맡으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죠.”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젤리박스 제공
스크린선 진한 모성애로
“이젠 삶의 깊이 알 것 같아” “매일 똑같은 일상이 계속되면 재미없잖아요. 그럴 때 여행을 떠나면 즐거워요. 연기 생활도 마찬가지예요.” 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 〈로비스트〉에서 마피아 두목 부인인 ‘마담 채’로 나와 주목받는 배우 김미숙(47)은 지금 즐거운 여행 중이다. 연기 생활 27년 만에 카리스마 넘치고 화려한 역할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기거래를 하는 여장부, 뇌쇄적인 팜므 파탈로 변신해 은색 가발과 짙은 화장을 한 그의 모습은 〈로비스트〉 초기 최고의 화제였다. 마담 채는 마음에 안 드는 남자 부하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고 해리(송일국)에게 은밀한 유혹의 눈빛을 보낸다. 정숙하고 부드러운 김미숙의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파격에 가까운 변신이다. “20대에는 뇌쇄적인 눈빛을 보내거나 째려보는 것도 못했어요. 눈매도 선해서 잘 안 되고요. 예전 〈전설의 고향〉에서 구미호 역할을 맡았을 때 무서운 눈빛이 안 나와 감독님한테 많이 혼났죠. 그런데 마흔을 넘기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섹스 어필한 표정이나 눈빛 연기도 되더군요. 다 세월의 내공 덕분이죠.” 그는 드라마에 이어 스크린에서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여행길에 오른 듯하다.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세븐데이즈〉에서는 딸을 잃은 심리학과 교수역으로 나와 진한 모성애 연기를 펼친다. “〈세븐데이즈〉에서 처참하게 살해된 딸을 둔 엄마역이라 극한 감정을 드러내야 할 때가 있었어요. 그렇게 감정을 폭발하는 연기는 처음 해보는 거예요. 그래서 그런 장면을 연기하면 어떨까 걱정도 되고 부끄럽고. 난 남들보다 부끄럼을 많이 타거든요. 촬영분을 똑바로 못보고 두 눈 가리고 봤어요.” 그는 자기 자신도 낯선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그동안 보여준 외유내강형의 어머니로 돌아오는 시간도 갖는다. 지난 6월부터 방송하는 주말극 〈황금신부〉에서 첫사랑의 아픔을 간직한 아들 준우(송창의)를 아끼고 보살피는 어머니 정한숙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1979년 드라마 〈동심초〉로 데뷔한 뒤 부드럽고 지적인 이미지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김미숙. 조금은 현실과 동떨어진 곳에 사는 듯한 이미지를 벗고 이젠 땅에 발을 굳건히 딛은 캐릭터로 시청자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그동안 두 딸을 키우는 순수하면서도 씩씩한 만화가 엄마(〈사랑을 할거야〉), 이혼을 한 뒤 사업을 하며 주체적인 여성으로 거듭나는 아줌마(〈여왕의 조건〉), 억척스러우면서도 명랑 발랄한 늦깎이 대학생이 된 엄마(〈나도야 간다〉) 등을 맡아 캐릭터의 변주를 시도해왔다. 그 사이 나이도 켜켜이 쌓여 어느 덧 40대 후반이 됐다. 그와 동시에 멜로 드라마의 주연 배우자리는 젊고 예쁜 후배들에게 넘겨줬지만, 지금 이 나이가 좋단다. “이제는 인생을 알고 삶의 깊이를 표현할 수 있어요. 젊은 여배우들이 산전수전 다 겪은 배역을 소화하면 어색해보이지만 이 나이의 내가 그런 역을 맡으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죠.”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젤리박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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