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심수봉. 연합뉴스
11집 발표 “여자로서의 삶 아름답게 쟁취했죠”
한(恨)이 먼지처럼 켜켜이 쌓였다. 먼지떨이로 털어내도, 바람이 불어도 흩어지지 않는…. 아버지 없는 어린 시절과 10.26 사건, 이후 고통스럽게 제약받은 삶.
50대에 접어든 심수봉(52)은 '주홍글씨'처럼 박힌 한을 신앙과 음악을 통해 훌훌 털고 비로소 자유로움을 껴안았다.
최근 발표한 11집 '오늘, 문득...'은 삶을 달관한 내면의 고백이자 세상을 다독이는 소리다. 수록곡은 자신, 실향민인 어머니, 그리고 같은 아픔을 가진 타인을 위로하는 처방전이다.
음반 전체를 아우르는 자작곡 '오늘, 문득...'이 그의 정체성을 따사로이 조명한다. '평화 눈물도 놓고/추억도 놓고/사랑했던 사람도 놓고'란 가사는 평화로워진 자화상이다.
"저도 한때는 조국이 미웠어요. 정치 때문에 괜히 옆에서 힘들었던 케이스니까. 하지만 전 이미 자유로움을 가졌어요. 저를 주관하는 하나님이 돌부리에 넘어지지 않도록 붙잡아주시죠. 예전에는 저 혼자 서기도 힘들었거든요. 이제는 저에게 부여된 사랑을 모든 사람과 나누며 살고 싶어요. 모든 게 아름답네요."
자신의 집을 허물고 지은, 12월 개업할 소극장 겸 카페이자 오가닉 푸드 전문점인 '모리아'에서 '그때 그 사람', 심수봉을 만났다.
◇음악은 영혼을 적시는 샘
포근하게 만드는 비음은 더욱 섬세하게 귀를 긁는다. 직접 만들어낸 음반에는 '유(You)' '조국이여' '언약' 등 자작곡이 수두룩하다.
그에게 음악은 영혼을 적시는 샘.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때 그 사람'으로 데뷔해 음악인생 29년. 몸은 늙어가지만 음악적인 재능과 열정은 오그라들지 않았다. 이 같은 작업은 육신의 기능이 다하는 날까지다. "대중음악을 사랑하고 유행가를 부르는 사람으로서 창작의 샘은 마르지 않는 것 같아요. 남들이 못 느끼는 걸 느낀대요. 예민하고 감각이 발달했다고. 그러니 전 정작 피곤하죠. 마음 먹고 기타, 피아노 잡고 곡을 쓰는 게 아니라 소재가 떠오르면 한꺼번에 봇물 터지는 스타일이에요." 그는 동료, 주위 스태프와의 교감이 중요하다며 '조개탄 이론'을 펼친다. 조개탄 하나로는 불을 지필 수 없지만 모이면 거센 불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많은 스태프, 관객과 공연을 할 때면 에너지가 터져나오는 것처럼. 타이틀곡은 타블로가 작곡해 김장훈이 디지털 싱글로 앞서 발표한 '남자라서 웃어요'의 여자 버전인 '여자라서 웃어요'. "지방을 내려가다 김장훈 씨의 곡을 30분 동안 반복해서 들었어요. 귀에 들어오는 곡이 많지 않은데 좋은 가요를 만나니 참 행복했죠. 처음엔 타이틀곡으로 생각지 않았는데 온라인에서 공개되자 바로 1위에 오르는 거예요. 마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발표할 때의 느낌이었죠." 심수봉, 김장훈, 타블로의 팬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결과라는 해석도 덧붙인다. ◇어머니, 나, 그리고 딸 '여자라서 웃어요'란 노래처럼 여자 심수봉의 삶은 어땠을까. "참 아름답게 쟁취했죠. 스스로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운거니까…." 그는 늘 자신을 달래고 어르는 음악을 노래했다. '사랑이 詩로 변할 때'는 부부간의 사랑이 힘들 때 쓴 곡이다. 이번엔 '조국이여'란 노래로 실향민인 어머니의 오래 묵어 헤진 아픔을 어루만졌다. 외할머니가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숨진 후 어머니 삼남매는 남한으로 피난왔다. "경의선이 개통됐을 때 창 밖을 보다가 마음이 울적해 쓴 곡이에요. 가족의 이별은 생 지옥이죠. 일생이 뒤틀리고 심령이 정상이 아니에요. 80대 어머니가 '조국이여'를 듣고 며칠 간 우셨어요. 한 번도 그 상처를 끄집어내 주는 사람이 없었던거죠. 이 노래를 들으며 외할머니가 보고 싶으시대요. 그래서 저도 울었죠." 노래에는 '감옥 땅'이란 표현이 있다. "감옥은 시간이라도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며 "이건 감옥보다 더하다"고 했다. 어머니의 모습에 후련했다는 그는 "남편이 광주사태 때 감옥에서 2년 있었는데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본 후 후련하다고 한 것처럼"이라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어머니 심수봉은. "남편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준대요. 공연 준비 땐 '내가 주부라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 줄텐데', 또 요리하다 보면 '나 연습해야 하는데'란 후회가 들죠. 양쪽이 직무유기입니다. 호호." 2남 1녀 중 막내 딸이 15일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렀다. 첫째는 군에서 막 제대했고, 둘째는 카투사에서 군 복무중이다. ◇내 노래로 뮤지컬 제작 심수봉이 다음에 선보일 음악은 월드뮤직. 새로운 음악에 대한 시도로 한껏 부푼 모습이다. 또 내년을 목표로 자신의 인생이 담긴 노래를 담아 뮤지컬을 제작할 계획이다. 새로 지은 건물 지하에는 70여명을 수용할 작은 공연장이 있다. "콘서트를 하다 보면 결국 모노드라마가 되더군요. 그래서 제 인생과 노래로 뮤지컬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죠. 완벽하게 준비해서 꽃을 피울 겁니다. 앞서 그는 2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1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두세 시간 무대에 설 체력의 비결은 집안 일과 고전무용. "헤비메탈을 부르는 록 목청이 아니어서 목소리 보전은 오래되는 것 같아요. 또 꾸준히 해온 살풀이 같은 고전무용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호호."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그에게 음악은 영혼을 적시는 샘. 1978년 MBC 대학가요제에서 '그때 그 사람'으로 데뷔해 음악인생 29년. 몸은 늙어가지만 음악적인 재능과 열정은 오그라들지 않았다. 이 같은 작업은 육신의 기능이 다하는 날까지다. "대중음악을 사랑하고 유행가를 부르는 사람으로서 창작의 샘은 마르지 않는 것 같아요. 남들이 못 느끼는 걸 느낀대요. 예민하고 감각이 발달했다고. 그러니 전 정작 피곤하죠. 마음 먹고 기타, 피아노 잡고 곡을 쓰는 게 아니라 소재가 떠오르면 한꺼번에 봇물 터지는 스타일이에요." 그는 동료, 주위 스태프와의 교감이 중요하다며 '조개탄 이론'을 펼친다. 조개탄 하나로는 불을 지필 수 없지만 모이면 거센 불길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많은 스태프, 관객과 공연을 할 때면 에너지가 터져나오는 것처럼. 타이틀곡은 타블로가 작곡해 김장훈이 디지털 싱글로 앞서 발표한 '남자라서 웃어요'의 여자 버전인 '여자라서 웃어요'. "지방을 내려가다 김장훈 씨의 곡을 30분 동안 반복해서 들었어요. 귀에 들어오는 곡이 많지 않은데 좋은 가요를 만나니 참 행복했죠. 처음엔 타이틀곡으로 생각지 않았는데 온라인에서 공개되자 바로 1위에 오르는 거예요. 마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발표할 때의 느낌이었죠." 심수봉, 김장훈, 타블로의 팬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결과라는 해석도 덧붙인다. ◇어머니, 나, 그리고 딸 '여자라서 웃어요'란 노래처럼 여자 심수봉의 삶은 어땠을까. "참 아름답게 쟁취했죠. 스스로 고통 속에서 꽃을 피운거니까…." 그는 늘 자신을 달래고 어르는 음악을 노래했다. '사랑이 詩로 변할 때'는 부부간의 사랑이 힘들 때 쓴 곡이다. 이번엔 '조국이여'란 노래로 실향민인 어머니의 오래 묵어 헤진 아픔을 어루만졌다. 외할머니가 공산주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숨진 후 어머니 삼남매는 남한으로 피난왔다. "경의선이 개통됐을 때 창 밖을 보다가 마음이 울적해 쓴 곡이에요. 가족의 이별은 생 지옥이죠. 일생이 뒤틀리고 심령이 정상이 아니에요. 80대 어머니가 '조국이여'를 듣고 며칠 간 우셨어요. 한 번도 그 상처를 끄집어내 주는 사람이 없었던거죠. 이 노래를 들으며 외할머니가 보고 싶으시대요. 그래서 저도 울었죠." 노래에는 '감옥 땅'이란 표현이 있다. "감옥은 시간이라도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며 "이건 감옥보다 더하다"고 했다. 어머니의 모습에 후련했다는 그는 "남편이 광주사태 때 감옥에서 2년 있었는데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본 후 후련하다고 한 것처럼"이라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어머니 심수봉은. "남편은 아이들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준대요. 공연 준비 땐 '내가 주부라면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 줄텐데', 또 요리하다 보면 '나 연습해야 하는데'란 후회가 들죠. 양쪽이 직무유기입니다. 호호." 2남 1녀 중 막내 딸이 15일 대학수학능력 시험을 치렀다. 첫째는 군에서 막 제대했고, 둘째는 카투사에서 군 복무중이다. ◇내 노래로 뮤지컬 제작 심수봉이 다음에 선보일 음악은 월드뮤직. 새로운 음악에 대한 시도로 한껏 부푼 모습이다. 또 내년을 목표로 자신의 인생이 담긴 노래를 담아 뮤지컬을 제작할 계획이다. 새로 지은 건물 지하에는 70여명을 수용할 작은 공연장이 있다. "콘서트를 하다 보면 결국 모노드라마가 되더군요. 그래서 제 인생과 노래로 뮤지컬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죠. 완벽하게 준비해서 꽃을 피울 겁니다. 앞서 그는 24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1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두세 시간 무대에 설 체력의 비결은 집안 일과 고전무용. "헤비메탈을 부르는 록 목청이 아니어서 목소리 보전은 오래되는 것 같아요. 또 꾸준히 해온 살풀이 같은 고전무용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호호." 이은정 기자 mimi@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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