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 0번 박후보’ 꼭지에서는 박준형
‘폭소클럽2’ ‘개그야’ 선거판 선심 공약·흑색선전 꼬집는 꼭지 출사표
17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요즈음, 개그프로그램에도 선거 열풍이 불고 있다. 한국방송 2텔레비전 <폭소클럽2>(수 밤 8시50분)의 ‘기호 0번 박후보’와 문화방송 <개그야>(일 오후 4시35분)의 ‘뽀뽀뽀 유치원 회장 선거’ 꼭지가 대선에 맞춰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부터 선보인 ‘기호 0번 박후보’ 꼭지에서는 박준형이 ‘웃겨보자당’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매주 2대 8 가르마에 양복을 차려입고 나오는 박 후보는 “남탕과 여탕의 벽을 허물겠다” “장동건씨에게 새벽 2시에 전화 걸게 하겠다” “114콜 센터에 연예인 전담반을 설치하겠다”라는 식의 황당무계한 공약을 쏟아낸다. 청년당원들이 출산율 저하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냐고 물어도, “동네 곳곳에 물레방앗간을 설치하겠다” “밤 10시 이후 단전하겠다”라는 말도 안 되는 공약을 남발하며 웃음을 유발한다. 구체적인 문제 해결보다 표를 의식한 공약 남발의 선거 풍토에 대한 풍자인 셈이다. 끝 무렵에 가선 “정치는 바를 정(正) 다스릴 치(治)라고 들었다. 바르게 다스리는 게 국민 곁에 다가갈 수 있는 게 아닐까요”라며 대선 후보들에게 전하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는다.
‘기호 0번 박후보’가 선심성 공약의 문제에 집중한다면, ‘뽀뽀뽀 유치원 회장 선거’ 는 좀 더 외연을 넓혀 네거티브 선거전의 문제를 주로 다룬다. 이 꼭지는 유치원 회장 선거과정을 대선 정국에 빗대어 웃음을 자아낸다. 돈가스만 찾는 아이(조원석), 가난하다고 놀림을 받는 아이(김일희), 유치원 원장 아들 (이태식), 유일한 여자 어린이(양희성), 유치원을 이끄는 선생님(이미선)이 등장한다. 이들의 회장 선거장은 공약은 뒷전이고 남을 비방하는 인신공격이 쏟아져 진흙탕이 된다. 이를 두고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뒷 조사해서 남을 비방하면 어른들 선거와 뭐가 달라요”라는 대사를 날리며, 중상모략· 흑색선전 등이 난무하는 현실의 선거판을 비꼰다. 대선 관련 핫이슈도 버무려져 현실 정치를 반영한다. 지난 11일 방송에서 김일희가 이태식을 지목하며 “같은 반에 있었던 창 어린이가 나오면 많이 갑갑하시겠어요”라고 하자 이태식은 “두번이나 떨어졌는데 뭐하러 또 나오나. 창 어린이는 대쪽이라 그럴 어린이가 아닌데…”라며 이회창 후보 출마를 겨냥한 이야기가 나온다. 또 김일희가 “이태식 어린이는 비비케이를 잘 알 거다. 비비케이는 바로 바베큐의 약자”라며 비비케이 사건을 넌지시 도마 위에 올렸다.
<개그야>의 노창곡 피디는 “자칫 한 후보를 지지하고 비방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각 유치원생들이 특정 후보를 연상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라며 “하지만 대선이 끝난 뒤에는 예전 <코미디하우스>의 ‘3자 토론’ 식으로 특정 후보를 대놓고 풍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사진 한국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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