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밤
도시의 어둠 가르는 택시
지상의 밤(교 밤 11시) =짐 자무시 감독의 영화에서 도시들은 쓸쓸하고 스산하다. 그가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로마, 헬싱키 다섯 도시의 밤과 새벽 모습을 택시를 따라가며 점묘했다. 택시 안에서 사람들은 우연히 만나고 헤어지고 도시를 헤맨다. 위노나 라이더, 베아트리체 달, 로베르토 베니니 등 매력적인 배우들이 이 옴니버스 영화의 에피소드들을 채운다. 카메라는 가끔 택시 밖 어두컴컴한 도시들을 비춘다. 에피소드 사이는 가수 톰 웨이츠의 고독한 음색이 메운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나이든 연예인 매니저와 어린 택시 기사 코니가 만난다. 뉴욕에서는 이민자 기사가 흑인 손님을 태운다. 로마에서는 한 신부가 수다스러운 운전 기사의 차 안에서 숨을 거둔다. 승객과 운전기사가 나누는 대화 안에는 어떤 때는 짧은 공감이, 어떤 때는 묘한 위화감이 흐른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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